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홈플러스의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곳은 인공지능(AI)·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로 확인됐다. 두 기업 모두 마감 당일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 모두 적자상태인 중소기업이고 유통업을 영위한 경험도 전무한 탓이다. 홈플러스 몸값은 4조 원(청산가치 3조 6816억 원)에 육박하는데 하렉스엔포텍의 지난해 매출은 3억 원, 영업손실은 33억 원 수준이고 스노마드는 지난해 매출 116억 원, 당기순손실만 73억 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매출은 6조 9919억 원, 영업손실은 3141억 원, 당기순손실은 5742억 원 규모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약 10만 명이 홈플러스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중 직접 고용 인력만 2만 명에 이른다. 홈플러스는 현재 국내 대형마트 중 2위 규모로 전국 120여 개 점포에 1800개 납품업체와 8000여 입점 매장이 연결돼 있는 대형 유통망이다. 이런 거대 유통사를 중소기업이 인수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하렉스인포텍은 미국 투자자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LOI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입찰에 참여하려면 실제 자금 조달 계획뿐 아니라 투자확약서(LOC)까지 제출해야 하므로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투자를 제대로 유치한 전례가 없는 회사가 2조 원대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OI를 제출하면 실사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나 매장 자산 등 주요 정보를 일부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인수전 참여는 실질적 인수보다는 탐색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하렉스인포텍은 오프라인 유통 데이터와 자사 결제 데이터를 결합해보려는 실험적 관심이 있었을 수 있고, 스노마드는 홈플러스 점포 부지를 자사 부동산 개발 사업과 연계해볼 여지를 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자산과 매출 규모가 워낙 크고, 운영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인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와 채권단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인수가 성사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회사들은 처음 들어보는 곳들이다. 자금 출처도 불명확하고, 미국에서 2조 원을 조달한다는 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는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홈플러스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두 기업 모두 실제 운영보다는 인수 후 점포 매각이나 부동산 자산 처분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약탈적 자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1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격 기업의 인수 시도는 홈플러스의 공중분해를 앞당길 뿐”이라며 철야 농성 돌입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에 대해 저희가 확인해드릴 수 있는 바는 없다”며 “법원 명령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이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저희는 인수의향서가 제출됐는지 여부만 통보받는 구조라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실사 단계에 있고, 추가 인수자가 나타날지 그대로 마감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원에서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 시한을 연장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자는 11월 21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한 뒤, 11월 26일까지 최종 인수 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26일까지 다른 기업이 추가로 LOI를 제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는 당초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서울회생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공개 매각 전에 복수의 인수 의향자가 등장한 만큼 법원이 연장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LOI를 제출한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모두 자금력과 업종 적합성 면에서 의문이 제기되면서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전 참전 여부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월 3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이 지역 농축협 전문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실시 후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농협경제지주의 홈플러스 인수 등 대도시 대형마트 사업 진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지역 농협과 조합공동법인 등의 대도시 판매장 설립에 대해서는 91%가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농협도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어기구 의원 등은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도시민의 신선 농산물 소비에 차질이 생기고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농협의 공익적 인수를 촉구했다. 이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을 합쳐도 연간 800억 원 적자인데 짊어질 짐이 너무 크다”며 난색을 보였지만 “한번 보겠다”고 답하며 여지를 남겼다. 이후 10월 28일 종합감사에서 송옥주 의원이 다시 인수 필요성을 제기하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일리 있는 제안”이라며 “농협 적자가 문제이긴 하지만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노조로서는 환영할 일이고 실제로 농협과 홈플러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농협이 시외권, 홈플러스가 도심권에 매장을 주로 두고 있어 상권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며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5만여 농가가 판로를 잃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농협이 인수하면 농민들의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되고, 식품 사막화 방지 등 공익적 차원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 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유통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체계 아래 전국 지역조합이 개별적으로 마트를 운영하는 구조다. 농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중앙회가 실질적으로 조합들의 연합체에 가까워 독자적으로 대형 유통사를 인수할 권한이나 자금이 부족하다”며 “그나마 인수 주체가 될 농협유통도 연 매출 1조 원 규모에 불과하고 적자폭이 커 여력이 없다. 특히 상권이 겹치는 지역조합이 반발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 또한 “농협이 왜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농협은 농민 조합비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그 돈을 홈플러스 인수에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면서 “홈플러스가 흑자 기업이라면 검토할 여지가 있겠지만, 농협 자체도 적자 상태고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구조로 바꾼 뒤 임대료 부담이 폭증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통매각은 어려울 것이고, 일부 점포만 조각 매각되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종우 교수는 “점점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거래 조건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농협이나 다른 유통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쪼개기 매각 시점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홈플러스가 브랜드를 지키려면 지금이라도 알짜 점포만 남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기존의 입장과 변함없다. 저희는 홈플러스 인수를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