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3일 홈플러스 서울 가양점에서 임대 매장을 운영하는 일부 점주들이 11월 말까지 퇴거 요청을 받았다. 점주들에 따르면 본사 측은 임대 기간이 10년을 넘은 매장에는 “11월 말까지만 영업하고 퇴장해달라”고 통보했고, 10년 미만 매장은 순차적으로 면담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을 마친 한 점주는 “언제까지 영업할 것인지 의사를 계속 확인했다. 부담감을 느꼈고 더 장사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연말까지만 영업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권리금만 3억 8000만 원을 지불하고 입주했다고 밝힌 한 점주는 “저는 영업 양수도를 받고 들어왔는데 아무런 보상 없이 보증금 2000만 원만 돌려받고 나가라는 통보를 들었다. 폐점 안 한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통보를 받으니 칼 맞은 기분이었다”며 “대출금도 아직 다 갚지 못했다. 매장을 비우면 대출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데 날벼락 같은 상황이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23일 가양점 일부 입점 점주들에게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계약 종료 안내를 드렸다. 안내드린 점주들의 전대차 계약 만료일은 11월 30일로 10년이 경과해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영업을 종료하는 것”이며 “영업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별도 보상금 지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점주는 “2020년 입점하면서 지난해 5월까지는 1년에 한 번씩 계약서를 썼다. 유동성이 악화된 올해부터는 매달 1개월 단위로 갱신계약서를 받아왔는데, 9월에 폐점 관련 내용증명을 받은 뒤로는 계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폐점을 보류한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계약이 종료됐다며 내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들 ‘괜찮겠지’ 하고 희망을 갖고 버텼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면담 약속이 잡혔다고 밝힌 한 점주는 “생업을 접고 동업 형태로 들어와 영업을 시작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2월 중순쯤 계약을 맺고 3월에 영업을 시작했는데, 2월 말에 이미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경영상 위기를 알면서도 신규 임차를 받은 것도 억울한데 이제 와 계속 퇴점 의사를 확인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가양점은 지난 10월 18일 점주들에게 “1월까지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해 고객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행사 준비를 당부했다. 점주들이 수신한 문자에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지상 1층과 지하 1층 공실에서 대형 행사를 고별전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존 행사보다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니 물량 및 식자재 준비에 참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양점 폐점 일정은 미확정이며, 행사업체와의 계약 관계로 진행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는 문구도 함께 포함됐다.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다른 점주는 “지난번 폐점 소식이 나왔을 때 외부 매장을 알아봤지만, 홈플러스가 폐점을 보류한다며 시간을 끄는 동안 다른 사람이 우리 브랜드로 계약을 해버렸다”며 “본사에서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넘겼다. 이미 시기를 놓쳤는데 이제 와서 한 달 안에 나가려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19일 민주당은 홈플러스 경영진과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부터 전국 15개 점포 폐점을 유보하겠다는 확약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가양·계산·일산·수원 원천·화성 동탄·안산 고잔·시흥 등 수도권을 포함한 폐점 예정 점포들이 순차 폐점 대상에서 잠정 보류 상태로 전환됐다. 당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폐점을 유예하고 인수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땅한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한 상태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가양점을 시작으로 실질적인 점포 효율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새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우선협상자 선정에 실패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됐다. 현재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11월 10일로 기한 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동성도 악화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영업 정상화를 통해 자금 확보를 모색했으나 일부 납품업체가 거래를 중단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7~8월 전기요금이 체납돼 9월분까지 미납 시 전력 공급이 중단될 우려가 제기됐고 회사는 이를 막기 위해 7월분 요금만 우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영업기간을 연장할 이유가 없는 일부 매장만 솎아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입점 점주들을 내보낸 공간에 단기 임대 형태로 외부 업체를 들여와 자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예컨대 수원 원천점의 경우 생활용품과 가전 매장을 철수한 뒤 아울렛형 임시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출이 오르는 등 효과를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10월 14일 정무위 국정감사 이후 15일 배포한 미디어브리핑 자료에서 “자금 및 판매 물량 부족이 해소돼야 15개 점포의 폐점을 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며 “주요 거래처의 거래 조건을 회생 전 수준으로 복구해 자금 문제가 해소되고 납품 물량이 정상화될 것을 전제로, 15개 점포의 폐점을 연말까지 보류하고 인가 전 M&A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지난 9월 정치권과 합의한 ‘폐점 유예’ 조치를 사실상 ‘조건부 보류’로 전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자금 확보와 납품 정상화라는 전제가 충족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다수 점포의 폐점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양점 폐점은 주요 거래처의 거래조건을 회생 전과 같은 수준으로 복구하여 자금이슈가 해소되고 납품물량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보류 중인 상황이다. 폐점 보류로 향후 영업 여부가 불투명하나, 점주님께서 영업을 더 하시기를 원하신다면 올해 연말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