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급 시점 늦추고 인바운드 마케팅 강화…‘단거리’ 공급과잉 속 수요 증가율 한계 속수무책
[일요신문]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항공업계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항공사는 주요 비용을 달러로 지출한다. 항공업계는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Hedge·위험회피) 상품을 활용하고, 환율 추이를 보며 달러 지급 시점을 늦추는 방식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화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노선 마케팅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근 속수무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요 단거리 노선 공급 과잉 속 여객 수요 증가율에는 한계가 있어 당분간 항공사들의 ‘체력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달러 아끼기 고육책 쏟아내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항공업계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사진=연합뉴스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48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160억 원의 현금흐름 부족이 생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48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순이익이 4588억 원 줄어드는 구조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순외화부채는 4조 5883억 원이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리스(대여)료·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지급한다. 특히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해외 공항 이용료, 해외 업체 지급 비용 등도 함께 상승한다”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이 달갑지 않은 건 대형 항공사(FSC)뿐만은 아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크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가 5810억 원인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오르면 외화금융부채가 322억 원 늘어난다. 3분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가 2921억 원인 진에어는 환율이 10% 오르면 292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 에어부산은 환율이 10% 오르면 순이익이 711억 원 줄어든다. 3분기 말 기준 에어부산의 순외화부채는 7144억 원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항공업계도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지점에서는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일을 최대한 없애려고 현지 통화로 처리하려 한다. 달러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가능하면 지급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있다”며 “다만 리스료처럼 미룰 수 없는 비용은 어쩔 수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내부 기준에 맞춰 달러를 조금씩 미리 사두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바운드 노선 마케팅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은 자기 나라 통화로 항공권을 결제하기 때문에 외화 매출이 생긴다. 이를 통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생기는 손해를 약간은 상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항공사는 주요 비용을 달러로 지출한다. 지난 11월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다만 항공업계의 이 같은 대응책만으로는 고환율의 파고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목소리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은 구매 항공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항공기 리스 수요가 많으면 리스료가 올라가고 추가 리스료를 달러로 지급해야 한다. 반면 구매 항공기의 경우 계약 조건을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점이 있다”며 “다만 이마저도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게 상쇄되지는 않는다. 환율 앞에 장사는 없다”라고 말했다.
#고환율이 '뉴노멀' 됐다는 관측도
항공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올해 3분기 항공사들은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고환율에 따라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공급을 늘렸는데 올해 3분기엔 일본 지진 우려와 무더위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도 않았다. 동남아나 일본 등 주요 인기 노선에서 경쟁이 심화하면서 운임도 하락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76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6186억 원) 대비 39% 줄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1289억 원에서 영업손실 175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LCC도 일제히 적자를 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465억 원에서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5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진에어도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225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402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6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955억 원에 달했다. 에어부산도 올해 3분기 2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375억 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항공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올해 3분기 항공사들은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사진=임준선 기자항공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추석과 연말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외부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아서다. 올해 4분기(10월 1일부터 11월 26일까지)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40.23원이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환율 안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1400원대 고환율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환율이 높아지면 미국뿐 아니라 전반적인 해외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 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사들의 주가는 많이 하락한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1월 25일 종가는 각각 2만 1100원, 8200원이다. 3개월 전인 8월 25일 대비 각각 18%, 15% 내렸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21% 내린 5310원, 진에어는 24% 하락한 6610원, 에어부산은 13% 내린 1735원, 티웨이항공은 15% 하락한 1589원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는 항공사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하고 있다.
당분간 항공사들의 체력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의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여객 수요 증가율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체력을 안배해야 할 때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주요 항공 여객 수요인 20~40대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항공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LCC 새로운 수익원 ‘밸리카고’ 기대와 우려
여객기 하부 공간을 활용한 ‘밸리카고’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용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운송이 가능해 초기 투자 부담이 적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대와 해상 운임 변동성 심화로 항공화물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흐름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기재 도입이 늘면서 수송 여력이 커진 점도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객기 하부 공간을 활용한 ‘밸리카고’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새로운 수익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위치한 제1공항물류단지.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지난 11월 24일 파라타항공은 밸리카고 사업을 본격 개시했다. A330 대형기를 투입한 첫 편에서 화물 탑재율 100%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티웨이 항공은 지난 3분기 화물 운송 실적에서 1만 1000톤(t)을 최초로 넘어서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화물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54% 성장한 실적으로 중장거리 노선 확장과 화물 적재 효율이 높은 A330 기재의 운영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B787-9를 주력으로 운용하는 에어프레미아 역시 지난해 총매출 4916억 원 가운데 약 13.2%가 화물 매출로 집계됐다.
기단과 사업 전략이 다른 LCC들도 밸리카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월부터 밸리카고 운송을 본격화해 전자상거래·전자제품·자동차 부품 등을 중심으로 수송하고 있으며, 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ECS그룹의 ‘TCM(Total Cargo Management)’ 솔루션을 도입해 화물 예약부터 운송·추적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제주항공 역시 밸리카고를 활용한 운송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며 부가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재를 중심으로 밸리카고 활용을 확대하는 흐름에 대해 “대형 항공기의 하부 화물칸에는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을 만큼 용량 자체가 작지 않다. 보잉 787 기종 기준 밸리카고 수용량만 18~20톤 수준으로, 중형 화물기 한 대와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여객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보조 수익원으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발 저가 화물 증가로 일부 노선에서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LCC의 밸리카고 확대 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화물 운송은 항공 단독으로 성립하는 사업이 아니라 해상·육상 운송과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네트워크가 필수라는 점에서다. 대형 국적항공사(FSC)는 허브공항과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화물을 집하·환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LCC는 포인트 투 포인트(P2P) 운항 구조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단발성 화물 수요로 일부 이익을 내는 것은 가능해도, 안정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본격적인 화물 사업을 진행하려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여객 수요에서 적자를 키우면서 밸리카고를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LCC 관계자 또한 “대형 항공기는 여유 공간이 넓어 활용도가 높지만, 보잉 737-800 같은 기종은 실을 수 있는 화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라 수익 기여도가 크지 않다”며 “결국 여객 수입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 각 사들이 화물 사업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수준의 보완책일 뿐 독립적 수익원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장거리 노선에서 밸리카고로 수익을 보완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지만, 화물 시장은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LCC는 대형 FSC처럼 글로벌 허브 기반의 탄탄한 화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결국 LCC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여객 비즈니스와 관련된 기본 경쟁력을 다지는 것이 필수”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