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5일 열린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전 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 투표가 진행됐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기존 20 대 1 미만에서 1 대 1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 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 통과가 기정사실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청래 대표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오늘 민주당은 평등 선거라는 헌법적 원리를 당내에 구현함으로써 온전한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전 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은 부결됐다. 재적 중앙위원 596명 중 찬성 271명으로 재적 위원 과반(299명)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권리당원에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권을 부여 및 예비경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도 찬성 297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했다. 한 호남권 재선 의원은 “황당하다. 통과될 거라고 봤다”고 전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영남 등) 소위 전략 지역에 대한 보완 장치를 담겠다고 했다. 그래서 반대 입장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나 싶었다. 부결될지는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정당 실현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권리당원의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권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룰과 관련된 당헌 개정안은 수정안을 내서 빠른 시간 안에 재부의해서 다시 중앙위원회 의결 절차를 밟겠다”고 설명했다. ‘1인 1표’ 당헌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부의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투표 종료 후 이번 부결이 ‘정청래 리더십 불신 성격’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해석에 대해 “그건 뭐 해석의 영역이니까 그렇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사례도 적지 않게 있다”며 “그걸 그렇게 연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 사무총장은 투표율 저조 현상에 대해 투표 방식이 이중인증제로 바뀌는 등 기술적인 문제와 투표 시간 부족 등 시간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 사무총장은 “근본적으로 부결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은 당내 제기됐던 이런저런 우려들에 대해서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 객관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절차나 정당성 등 논의하고 숙의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정 대표는 마치 다 통과되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결과는 중앙위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일종의 옐로카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내세운 ‘이재명 방패’ 역시 설득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전 당원 1인 1표제는 이 대통령의 당원주권강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질적인 당원주권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원 의무교육 체계, 여성·청년·노동자 등 사회 구성원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 유령 당원 방지 방안 등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청래 방안은) 그냥 당원들이 2년에 한 번 전당대회에서 거수기 역할, 지도부를 뽑는 정도의 역할밖에 못 한다. 실질적인 당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을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시절의) 문제의식은 사라졌다. 많은 의원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헌·당규 개정으로 권한이 축소되는 지역위원장들의 불만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당원 1인 1표제가 도입되면 대의원제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권리당원에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권을 부여할 경우 의원과 지역위원장의 지역 장악력과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이재명 의중대로
결과적으로 정 대표는 당원권 강화에 실패했다. 전 당원 1인 1표제와 지방선거 공천룰 추진은 어려워졌다. 정 대표는 12월 8일 전 당원 1인 1표제는 재부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공천룰에서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기초의원 선출 시 권리당원 투표 비율은 100%에서 상무위원 50%·권리당원 50%로 수정했다.
반면 친명계는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2026년 1월 11일 예정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 공석인 3명의 최고위원을 석권해 정 대표를 견제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 이건태 의원이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더민주혁신회의 상임대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도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졌다. 유 위원장은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경선배제)’된 뒤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그는 전 당원 1인 1표제 부결에 대해 “절차 부실, 준비 실패, 소통 부재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7일 대통령실은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정 대표도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위헌 시비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서울 한남동 관저로 불러 만찬 회동을 가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혁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처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을 주문한 발언으로 읽힌다.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 이 대통령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 작업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 의중대로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당 대표의 리더십은 정권을 잘 서포트해 주는 것”이라며 “자꾸 리더십을 자기 뜻대로 몰고 나간다고 정의하는데, 그것은 정권 말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정권 초기”라고 했다. 신 교수는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대통령실의 의중을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