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흡 후보자 발탁 과정에서 친박계 핵심 인사가 적극 추천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1월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는 유일하게 낙마했던 ‘전효숙 사태’가 재현될 조짐이다. 사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 헌재 재판관에 임명될 당시 한 차례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그럼에도 두 번째 청문회를 앞두고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본인은 물론 정치권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자는 “정말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며 자진 사퇴 뜻이 없음을 피력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서는 “이 후보자는 헌재소장으로 적격성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통합당은 “인사청문회 절차를 진행하는 자체가 부끄럽다”며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박근혜 당선인과의 조율 하에 이루어진 만큼 후속 대책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이동흡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을 따라가 봤다.
지난해 9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자신의 짐을 빼지 않고 재판소 창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곧 돌아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1월 3일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이 전 대법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경우 주변인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장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함께 각종 의혹들이 빗발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의혹이 하나씩 생기는 수준이다. ‘3대 의혹’이 어느덧 ‘8대 의혹’으로 불어나더니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이 후보자 측은 “제 인생이 발가벗겨지고 있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일일이 대응하고 있지만 비난 여론을 막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관한 의혹은 ▲보험금 부당 수령 의혹 ▲삼성전자 경품 협찬 요구 의혹 ▲셋째 딸의 삼성물산 특혜취업 의혹 ▲업무추진비의 개인적 사용 의혹 ▲배우자를 대동한 외유 의혹 ▲골프장 예약 청탁 의혹 ▲위장전입 의혹 ▲관용차를 두 대 이용했다는 의혹 ▲부적절한 학자금 대출 의혹 ▲증여세 탈루 등 재산형성에 대한 의혹 ▲룸살롱서 2차를 권유했다는 의혹 ▲법관 시절 부적절한 처신에 관한 의혹 ▲저작권법 위반 의혹 ▲기부금 축소신고 의혹 ▲부적절한 구속적부심 판결 관련 등 분야를 막론한다. 이 가운데 후보자 측이 일부 사실을 인정한 부분은 위장전입에 관한 것뿐이지만 이마저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재직 당시 ‘벙커 판사(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선임판사를 일컫는 은어로 대개는 일 욕심이 많아 배석판사를 괴롭히는 경우를 말함)’로 통하던 이 후보자에 관한 각종 증언이 법원 내부망 등을 통해 속속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법원노조는 법조계 구성원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직에 적합하다”고 대답한 이는 전체 설문자 688명 가운데 16명(2%)에 그쳤다. 지난 21일 임기를 마친 이강국 헌재소장 역시 “당파성이나 이념성이 치우친 사람은 헌법재판소에 들어오면 안 된다”며 후임으로 지목된 이 후보자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안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될 당시 인사청문회를 받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이번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는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법조계가 워낙 좁은 동네라 실명으로 증언해 줄 사람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할 때부터 이미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노리며 정치권에 줄을 대는 행위를 해왔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이동흡 후보자가 수원지방법원장으로 있을 때 몇 번 본 일이 있다”며 “이 후보자가 후배들에게 골프 부킹을 맡긴 것과 삼성 측에 협찬을 지시한 일화는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야당의 근거 없는 공세 때문에 임명동의안을 철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저희들도 좀 더 꼼꼼히 따져볼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헌재소장직을 수행할 적격성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한 의원실에서는 “언론에서 너무 사실 확인도 없이 마구 써 대는 거 아니냐”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숱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를 포기하지 않는 데는 그동안 판결을 통해 보여준 보수 성향이 향후 여당의 정책이나 입법 활동과 잘 맞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헌재소장 임명이 청와대와 함께 박근혜 당선인 측과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도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다.
당 주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 측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동흡 후보자가 TK 출신 중에서도 ‘KS(경북고-서울대) 인사’로 분류되면서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박 당선인 사람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장 임명 과정에서 친박계 핵심 인사가 이 후보자를 밀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어 더욱 결과가 주목된다. 율사 출신의 한 전직 의원은 ‘이동흡 후보자 친박계 천거설’에 대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차기 내각 구성을 앞두고 친박 핵심인 A 의원이 헌재 재판관 출신 두 명을 적극 추천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이 중 한 명이 이동흡 전 재판관이고 나머지는 지금도 여러 자리에 이름이 오르고 있는 B 전 재판관”이라고 귀띔했다.
이 후보자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다면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자신이 관여한 인사가 주저앉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때문에 일단 이 후보자와 선을 그은 뒤 B 전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재지목하는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의 전직 의원은 “이번에 이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논란’에 이어 또 다시 치명타를 맞게 되는 셈”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앞뒤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불도저’ 이미지라면 박근혜 당선인은 혼자 고민하고 최소한으로 선택하는 하이카(고철수집용 집게차)라 할 수 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용인술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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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부당 수령 의혹
→지난해 10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3중 추돌 사고를 당해 부인과 함께 경기도의 한 정형외과에 10여 일간 입원했다. 당시 이 후보자와 부인은 상급병실을 이용하며 500만 원가량의 입원비가 나왔다. 보험금 지급 약관에는 “보험 가입자나 피해자의 희망으로 상급병실에 입원할 경우, 기준병실 입원료와의 차액은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는다”고 되어있지만, 이 후보자가 해당 비용까지 보험사에 부담시키면서 특권의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 경품 협찬 요구 의혹
→지난 15일 <한겨레>는 “수원의 한 판사가 ‘이 후보자가 수원지방법원장 재직 때 대규모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경품추첨 행사용 물품을 삼성전자로부터 협찬받으려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관련 사실을 알게 된 다른 판사들이 ‘송년회에 참석 안 하겠다’고 하면서 협찬 건은 없었던 일로 정리됐다고 한다.
▲셋째 딸의 삼성물산 특혜취업 의혹
→지난해 이동흡 후보자의 셋째 딸은 삼성물산 경력직 채용에 합격했다. 채용공고는 해당 분야별 최소 4년 이상, 석사의 경우 2년 이상의 경력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이 후보자의 셋째 딸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년 5개월간 중소 건축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전부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판사로 있을 당시 해당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115억여 원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업무추진비의 개인적 사용 의혹
→이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 재직 6년 동안 총 2219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 중 18%인 405만 원을 주말과 공휴일에 사용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집 근처 식당에서 종종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면서 사적인 용도로 업무추진비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우자를 대동한 관광성 외유 의혹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때 9차례 국외 출장 가운데 5차례를 부인과 함께 다녀왔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2008년 12월 미국, 2009년 독일·체코, 2010년 프랑스·스위스, 2011년 중국, 2012년 폴란드·루마니아·터키 출장에 동행했다. 이 후보자는 2010년 프랑스·스위스 출장에 대해서만 부인과 동반한 사실을 시인했는데 15일 중 7일을 ‘프랑스·스위스 문화시찰’로 보냈다.
▲골프장 예약 청탁 의혹
→지난 15일 <한겨레> 등에서는 “이동흡 당시 수원지방법원장이 부임 초 수원지검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수원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앞으로 우리 골프 부킹은 책임지시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관내 골프장이 주말에 검찰에 상납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의혹
→이 후보자는 1995년 6월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긴 뒤 4개월 만인 10월 다시 송파구로 이전했다. 이 후보자는 1992년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입주 시점인 1995년은 투기를 막기 위해 실거주자에게만 분양권을 부여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만 주민등록을 옮겨 분양권을 유지한 뒤, 그해 10월 정부 규제가 풀리자 다시 서울로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였다.
▲관용차를 두 대 이용했다는 의혹
-이 후보자는 공공기관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2대의 관용차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5일 <한겨레>는 “헌재 관계자는 14일 ‘기름값을 못 대줄 거면 관용차를 하나 더 달라고 하도 요구를 해 어쩔 수 없이 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자는 “기름값을 요청한 적이 없고 일이 있을 때 헌재 쪽에서 관용차를 한 대 더 쓰게 해준 적은 있다”고 반박했다.
▲부적절한 학자금 대출 의혹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0년부터 2012년 9월까지 9차례에 걸쳐 6679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특위에 신고한 재산이 15억 2372만 원, 헌재 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 동안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액이 총수입과 맞먹는 6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 확인되면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은 직위를 남용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여세 탈루 등 재산형성에 대한 의혹
→2007년 이 후보자와 배우자는 각각 예금 1억 2885만 원과 4189만 원을 재산으로 신고했으나, 6년 후인 지난해에는 각각 5억 9364만 원과 1억7793만 원을 신고했다. 자녀 명의의 예금을 배우자 명의로 이전했고, 상속받은 부동산을 매도하는 등의 재산변동 사실이 있지만 6년 동안 6억 원의 예금이 늘어난 것에 관해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기간 중 장남의 재산은 3000만 원이 늘고 셋째 딸은 미국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다.
▲룸살롱서 2차 권유했다는 의혹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룸살롱에 출입해 후배 판사들에게 ‘2차’(성매매)를 나가라고 권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6일 <서울신문>은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그날 술자리에서 이 후보자가 후배들에게 ‘2차 나가 보고 싶지 않으냐. 하고 싶으면 시켜 주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법관 시절 부적절한 처신에 관한 의혹
→이 후보자가 대전고법 부장판사 재직 시 여직원에게 자신의 법복을 벗기게 했다는 주장이 법원 내부망을 통해 알려졌다. 재판을 마치고 돌아온 이 후보자가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린 채 부속실 여직원에게 법복을 벗기도록 시켰다는 주장이다. 또 이 후보자는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면서 대전 시내에서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고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유성톨게이트에서 자동차를 인계받고 기사를 돌려보냈다는 일화도 알려져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 의혹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2011년 이 후보자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을 출간하면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헌법재판소 연구관들과 함께 썼음에도 ‘편저’나 ‘공저’로 표시하지 않고 ‘이동흡 저’라고만 표시해 저작권법 제12조(성명표시권)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연구관들이 ‘후보자 단독’ 명의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표시했다”고 반박했다.
▲기부금 축소신고 의혹
→최 의원은 또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700만∼1100여만 원을 기부했음에도 인사특위가 자료를 요구하자 2006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 복지재단에 월 3만 원을 후원하는 등 연평균 36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부금 후원처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적절한 구속적부심 판결 의혹
→이 후보자가 인천지법 부천지원장으로 있을 당시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 한 피의자가 이 후보자의 경북고 선배를 변호사로 선임한 뒤 구속 사흘 만에 이례적으로 풀려났다. 지난 18일 <한겨레>는 “당시 법원 내부에서 ‘도저히 풀어줄 수 없는 구속 피의자를 풀어줬다’는 말이 나왔고, 검찰도 ‘같은 고교 출신(판사)들이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