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 정부 시절 강경식 부총리가 외환위기 사태를 불러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경제기획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하는 등 한국 경제 발전의 큰 틀을 짜온 곳이다. 이 경제기획원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했다는 것은 경제부총리가 압축 성장과 통제 경제를 진두지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만큼 확고한 비전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들이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초대 김유택 부총리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김유택 부총리 후임인 장기영 부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휘하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장기영 부총리는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얻어 경제발전을 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차관 경제가 시작됐고 돈 줄을 쥐고 있던 장기영 부총리는 관계는 물론 재계에까지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4대 경제부총리였던 김학렬 부총리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성장주도형 경제정책을 밀어붙였다. 특히 당시 차도 없는데 도로부터 닦는다는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종합제철 건설을 추진했다. 제1회 고등고시 수석합격자로 자부심이 강했던 김학렬 부총리는 재무부 장관 시절에 장기영 부총리와 마찰이 잦았다. 후배들에게도 독설을 퍼붓는 일이 많아서 한번은 호되게 혼난 부하직원이 출입문이 아닌 캐비닛 문을 열었다는 웃지 못 할 일화도 있다. 김학렬 부총리는 과로 탓인 지 췌장암에 걸렸고,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2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유택, 김학렬 부총리와 함께 후배 경제 관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서강학파’의 거두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현 선진화포럼 이사)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재무부 장관에 임명된 남 전 총리는 역대 최장수 재무부 장관(1969년 10월~1974년 9월)을 거쳐 최장수 경제 부총리(1974년 9월~1978년 12월)를 지냈다. 남덕우 전 총리는 경제개발의 방향을 중화학 공업 육성과 수출 중심 정책으로 이동시켜 한국 경제를 더욱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남덕우 전 총리 이후 경제부총리들도 경제기획원 장관을 겸임하는 특성에 맞게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경제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들어 권한이 더욱 막강해졌다. 경제 부처의 양대 산맥이었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면서 경제부총리가 재정경제원 장관을 겸임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양 부처를 모두 손에 넣은 셈이었다.
하지만 재정경제원이라는 거대 부처의 탄생은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렸고, 결국 외환위기라는 국가부도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 이 때문에 강경식 부총리가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임창열 부총리가 마지막 재경원 장관 겸 부총리를 맡아 외환위기 사태를 수습했다. 재경원 장관 겸 부총리는 임창열 부총리까지 총 5명(홍재영 부총리는 마지막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와 초대 재경원 장관 겸 부총리로 근무해서 중복됨)이 거쳐 갔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재정경제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경제부총리직을 폐지했다. 하지만 경제부처 수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01년 1월 진념 부총리를 시작으로 다시 경제부총리가 부활됐다. 이때는 경제부총리가 재정경제부 장관을 겸임했다.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말 권오규 부총리까지 총 6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대중 정부 이후 경제부총리는 경제 관리형이어서인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경제부총리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폐지됐다.
이준겸 언론인
엔저까지 겹쳐 ‘이중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경제계에서 수출길이 막힌다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는 제품이 많은 일본의 엔화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의 수익에는 해외 매출과 수입 재료비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해외 매출은 줄어들지만 수입재료비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아 해외매출 감소 효과가 수입재료비 절감 효과보다 더 커서 기업 수익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제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3.85%포인트 떨어진다.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3.49%포인트 하락하고, 전자제품은 4.21%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일본 엔화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와 맞물리면 더욱 악화되게 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엔-달러 환율이 90엔에서 110엔으로 상승하면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은 46.6%나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과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각각 7.1%와 7.0% 줄어들고, LG디스플레이와 현대차, LG전자의 영업이익도 각각 6.2%와 4.6%, 3.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에 타격을 주는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소비를 늘리는 데 일조하게 된다. 가격 부담이 줄어들다보니 해외여행이나 소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