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된 선생님과의 연애담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
‘미술 선생님과 연애할 것 같아요’, ‘선생님과 연애해도 되나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선생님과 연애’라는 키워드를 치고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글이다. 선생님에게 ‘나랑 사귈래?’로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를 받아서 고민을 한다거나, 선생님에게 고백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 대다수다. 이런 고민들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댓글을 통해 여러 의견이 오가기도 한다. 진지하게 교제 방법을 알려주거나, 얼토당토않다고 치부해 버리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 중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네티즌이 선생님과 연애하는 내용을 연재해 댓글이 평균 300개 이상 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18세로 추정되는 이 여학생은 자신이 교제하는 남자 선생님을 27세라고 밝히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비밀 데이트를 자세히 공개했다. 특히 이 네티즌은 ‘마눌님 빨리 그럼 교무실로 오시던가ㅋㅋㅋ’, ‘지금 감기 걸렸어. 병원 가야돼ㅠㅠ’ 등의 내용이 담긴 선생님과 보낸 문자 내역을 인증샷으로 찍어 글과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달달해 죽겠다”, “나도 선생님과 사귀고 싶다”는 등의 부러운 반응들이 많았다.
인터넷 상의 내용이 실화인지, 소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커뮤니티 게시판은 ‘허위사실 금지’라는 규정을 달아 놓고 있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밖에도 ‘띠 동갑 선생님과의 연애이야기’, ‘선생님과 무언의 연애’ 등의 제목을 가진 글들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선생님과 연애를 하는 내용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은 “청소년들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선생님에게 덧씌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선생님과의 연애가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일부 수험생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선생님과 성관계를 맺는 정황을 자세하게 밝히거나 ‘어느 선생님이 내가 아는 누구랑 성관계를 맺었다더라’는 등의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한 유머 사이트에는 선생님과 제자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쓴 소설이 다수 올라오고 있었다. 성관계를 하는 장소, 방법 등이 나온 글들은 조회수가 1만여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는 교사와 제자의 성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2년 12월 강원도 강릉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가 학교 제자인 6학년 B 양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사람들을 더 경악하게 했던 건 B 양이 경찰조사에서 “선생님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다.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성폭행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음독을 시도했고, B 양은 “처벌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자해를 암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 15일 또 다른 제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가 드러나 ‘짐승 선생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지난 2010년 10월에는 여교사와 남제자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서울 화곡동의 한 중학교 여교사인 C 씨가 담임을 맡은 반 남학생과 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 유부녀였던 C 씨는 당시 35세로 15세였던 남학생과 무려 20세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 사람은 경찰서에 출두해 “서로 사랑했다. 대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학생이 만 13세 이상이고 서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이기에 여교사는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있었지만, 사진과 신상명세가 인터넷에 유포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이 소장은 “선생님을 존경하는지 사랑하는지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이럴 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무엇이 결핍되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교사에게서 찾아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환상으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달달하다고? 만화일 뿐!
교사와 제자의 사랑을 다룬 만화는 그 종류가 다양하다. 모두 일본작가들이 그린 만화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선생님과 열애 중>이라는 책이다. 동네 오빠가 학교 선생님으로 오면서 시작되는 로맨스를 다룬 이 책은 네티즌 사이에서 마니아층이 생길만큼 인기가 많다. <어른의 시간> 또한 인기 있는 책 중 하나다. 25세 화학교사인 주인공은 여학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미남 선생님이다. 여고생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이런 선생님과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이밖에 <선생님>, <그 남자의 이중생활>도 선생님과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이런 만화들이 얘기하는 교사와 제자와의 로맨스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달달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는 짧은 감상문을 남겼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