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비록 금융위 예비 인허가로 분사를 위한 큰 산을 넘었지만 정식 출범할 예정인 3월까지도 첩첩산중이다. 우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노조·위원장 임혁)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금융위와 우리금융을 향해 “지금이라도 분사에 대한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의 경고를 무시할 경우 모든 역량을 동원해 분사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노조는 카드 분사로 은행 손익구조와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02년 분사됐지만 1조 5000억 원 손실을 내고 2003년 12월 다시 은행에 흡수합병된 바 있다. 우리카드의 대규모 손실은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았다. 이런 전례도 우리은행 노조가 카드부문 분사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안대근 우리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가장 큰 이유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라며 “카드업계가 구조조정을 하는 판인 데다 은행권도 불황인 시기에 굳이 분사를 해서 둘 다 어렵게 만드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민영화가 우선이며 거기에 주력할 때지 카드 분사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카드부문 분사를 추진한 우리금융 내 태스크포스(TF)팀 관계자는 “수익이 나고 있고 향후 시장이 커질 것이 분명한데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은행 안에 있으면 우리은행 고객에 국한되지만 밖으로 나가면 다른 은행 고객도 흡수할 수 있다”며 분사 효과를 설명했다. 업계 불황과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은 2002년과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엔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금서비스 비중을 70%가 넘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즉 이제는 신용등급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사업구조에서 현금서비스 비중도 확 낮출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의 입장 변화도 모호한 대목이다. 사실 우리카드 분사는 이팔성 회장과 우리금융이 2년여 전부터 추진해온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는 카드업계의 과당경쟁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제도가 정비되면서 시장 리스크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여건이 강화됐다”며 “과당경쟁, 과도확대 등에 대해 금융위가 적극 제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큰 변동사항이 없는 한 본 인허가도 의결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3월 우리카드가 출범할 확률은 높다. 하지만 우리은행 노조 측이 “출범을 막기 위해 저지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속단할 수는 없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카드 분사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미 세 차례나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 이 때문에 일괄매각 대신 분할매각 방안이 고려돼왔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우리카드 분사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민영화는 우리 뜻과 의지보다 정부 쪽, 특히 인수위 입장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카드 분사를 민영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이팔성 회장은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어윤대 KB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 함께 교체 바람에 휘둘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동안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이 교체된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지주 중 유독 정치적 외풍을 많이 받았으며 회장 교체도 잦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체크카드로 격차 좁히기…과연?
카드업계에서 격차를 1~2% 줄이려면 엄청난 투자와 마케팅이 필요하다. 아무리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를 감안하더라도 1위와 2배가량 차이나는 격차를 좁히기는 몹시 힘들다는 것. 일부에서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우리카드가 마냥 공격적으로 나설 수도 없다. 금융위가 우리카드 분사에 대한 예비 인허가를 의결한 까닭 중 하나는 과당경쟁을 감시하고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전략과 정보가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 17일 우리카드 분사에 대해 “은행 내에 있으면 전략을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분사할지라도 우리카드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