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1위에 이름을 올렸던 K-드라마는 대부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tvN ‘폭군의 셰프’와 SBS ‘키스는 괜히 해서’ 정도가 한국 방송사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경쟁력을 갖춘 한국 작품의 상당수가 글로벌 OTT에서 제작되면서 K-드라마의 주축인 한국 방송사 제작·방영 드라마의 경쟁력은 거듭 약화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폭군의 셰프’와 ‘키스는 괜히 해서’가 해외 시청자들의 선택과 큰 호응을 이끌며 한국 방송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키스는 괜히 해서’는 생계를 위해 애 엄마로 위장 취업한 싱글녀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팀장님의 속앓이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상태에서 로맨스가 전개되는 전형적인 K-로코로 볼 수 있다. 남자 행세를 하는 스물네 살의 여주인공과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동성애자인 척하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비롯해 얼굴 천재 능력남 CEO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의 ‘퇴사 방지’ 오피스 로맨스를 그린 ‘사내맞선’(2022) 등 이런 유형의 K-로코 드라마는 그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드라마의 중심은 장기용과 안은진이다. MBC 금토 드라마 ‘연인’을 통해 보여준 애절한 로맨스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안은진과 SBS 금토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송혜교와의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장기용이 최고의 호흡을 선보이며 ‘키스는 괜히 해서’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장기용과 안은진은 올해 SBS 연기대상에서도 주요 부분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화제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키스는 괜히 해서’의 성공이 SBS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상황이라는 점도 크다.
SBS 금토 드라마는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에 방송된 7편의 금토 드라마 가운데 4편이 시청률 10%를 넘겼다. 최근에는 ‘모범택시3’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12.3%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BS는 수목 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를 통해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에도 다시 진출했다.
SBS의 수목드라마 부활은 웨이브를 떠나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면서 보다 많은 미니시리즈 제작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24년 9월에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 당시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한창 접촉하고 있던 시기였다. 결국 SBS는 2024년 12월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렇게 시작된 SBS 수목 드라마는 첫 작품 ‘키스는 괜히 해서’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홍보 문구 ‘넷플릭스브스’(넷플릭스+SBS의 별칭 '스브스'를 합친 말)에 딱 어울리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중 미니시리즈는 KBS 수목 드라마가 유일했는데 그나마도 지난 8월에 폐지됐다. 케이블 채널인 tvN과 ENA 월화 드라마가 유이한 주중 미니시리즈였는데 시청률은 그리 높지 못했다.
그런데 9월부터 tvN ‘신사장 프로젝트’와 ENA ‘착한 여자 부세미’가 동시에 큰 사랑을 받으며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의 부활을 주도했고 그 흐름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11월부터는 TV조선도 ‘다음 생은 없으니까’를 월화 드라마로 편성해 힘을 보탰다. 이런 분위기 속 SBS도 수목 드라마 첫 주자인 ‘키스는 괜히 해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이 완연한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SBS는 ‘키스는 괜히 해서’의 기세를 2026년 1월부터 방송되는 금토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로 이어갈 계획이다. 인간이 되기 싫은 MZ 구미호와 자기애 과잉 인간의 좌충우돌 망생구원 판타지 로맨스를 그리는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역시 전형적인 K-로코 드라마로 글로벌 흥행이 기대된다. 김혜윤과 로몬이 주연을 맡았는데 김혜윤은 2024년 tvN ‘선재 업고 튀어’에 이어 또 다시 판타지를 가미한 로코에 도전한다. 또한 로몬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인지도를 갖추고 있어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흥행에서 선봉장이 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