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서는 김건호 사장이 그룹 지배력을 나타내는 지주사 지분율을 낮추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김건호 사장이 4세 경영인으로 차기 유력 승계 후보자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력 승계 후보자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김건호 사장은 3세 경영인 가운데 맏이인 김윤 회장의 장남이다. 4세 경영인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으로 그룹의 성장 전략과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 삼양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스페셜티(고기능성) 소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그룹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 발표에 직접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홀딩스 지분을 일부 매각한 자금으로 삼양바이오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홀딩스를 매각한 이틀 뒤인 11월 26일 삼양바이오팜 지분 7만 4350주를 주당 3만 200원에 매입했다. 그의 삼양바이오팜 지분율은 4.23%까지 상승했다.
김건호 사장이 그룹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삼양홀딩스보다 삼양바이오팜의 성장이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1월 1일 삼양바이오팜이 삼양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됐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5월 지주사업에 집중하겠다며 바이오 부문을 떼내 삼양바이오팜을 인적분할했다. 삼양그룹 측은 “삼양홀딩스의 분할존속회사(분할 후 삼양홀딩스)는 지주사 사업부문에 집중하고, 분할신설회사(삼양바이오팜)는 분할대상사업부문(의약바이오부문)에 집중한다”면서 “사업특성에 부합하는 독립적인 경영 활동을 하고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해 경영위험을 분산하고 경영안정성을 증대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사장 입장에서는 삼양홀딩스의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신설되는 삼양바이오팜 지분을 권리대로 교부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김건호 사장이 확보한 지분은 3.23%였다. 삼양바이오팜은 지난 11월 24일 인적분할 후 상장을 단행했는데 상장도 성공적이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 2만 3250원 대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삼양바이오팜은 강세를 이어가며 12월 1일에는 장중 한때 8만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6만 원 후반에서 7만 원 초반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김건호 사장이 삼양바이오팜 지분을 활용하면 손쉽게 삼양홀딩스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김건호 사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2.45%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양그룹은 3세까지 사촌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홀딩스의 지분도 3세를 중심으로 오너일가가 적은 지분율을 쪼개 나눠가지고 있다. 삼양홀딩스의 지분을 가진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자는 34명에 달한다. 최대주주 김원 삼양그룹 부회장의 지분은 6.13%로 6%대에 그치고 있다. 이외 오너일가 가운데 5%를 넘는 지분을 확보한 사람은 없다.
김건호 사장 입장에서는 삼양바이오팜 지분을 처분하고 삼양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삼양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면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산술적으로 김건호 사장이 가지고 있는 삼양바이오팜 지분의 가치는 김윤 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양홀딩스 지분(4.93%)으로 대부분 맞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양홀딩스의 기업가치가 삼양바이오팜보다 낮기 때문이다. 삼양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약 4821억 원 수준으로 삼양바이오팜 시총 약 4915억 원을 90억 원가량 밑돈다.
삼양홀딩스는 순자산 대비 저평가 구간이다. 삼양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략 0.21배 수준이다. 통상 PBR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의 가치(시가총액)가 순자산보다 낮다는 의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양홀딩스가 이중상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실적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주가를 높이는 게 주요 의무 가운데 하나지만 오너일가가 경영에 참여했을 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김윤 회장을 비롯해 김정 부회장, 김량 부회장, 김원 부회장 3세 오너일가는 되레 삼양홀딩스의 지분율이 늘었다. 삼양홀딩스의 지분 가치가 하락할수록 4세 경영인에게 지분을 넘길 때 증여세 등 비용이 하락할 수 있다.
삼양바이오팜의 향후 주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양바이오팜의 주가가 오를수록 김건호 사장이 삼양홀딩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이 증가한다. 1993년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성공한 삼양바이오팜은 글로벌 봉합원사 시장 점유율 1위(원사 공급량 기준) 기업이다.
삼양그룹도 삼양바이오팜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삼양바이오팜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양 측은 김건호 사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및 매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거래라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서는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