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NH농협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12월 15일부터 18일 사이 희망퇴직자 접수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1월 시행했다. 두 은행 모두 대상자가 만 40세(1985년 이전 출생) 이상으로 전보다 연령이 하향됐다. 이 밖에 SC제일은행도 최근 196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Sh수협은행과 iM뱅크는 각각 11월 17일, 12월 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실적 호조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이유는 디지털·비대면화되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서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이자이익은 2024년 총 38조 9272억 원으로 전년(38조 4828억 원) 대비 4444억 원(1.15%) 증가했다. 인력 구조조정 기조가 올해 처음 나타난 건 아니다. 5대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2022년 2357명, 2023년 2392명, 2024년 1987명으로 매해 2000명 안팎에 달했다.
구조조정을 매해 시행하고 있지만,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인력 관련 비용은 2022년 12조 180억 원에서 2023년 11조 6069억 원으로 줄었으나, 2024년 12조 457억 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퇴직 위로금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새로운 고용 수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점포수 축소로 인해 은행원도 줄이는 추세지만, IT(정보기술) 분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IT 관련 인력도 채용해야 하는데, 이들이 고급 기술 인력인 만큼 전체 인건비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점포 통폐합과 희망퇴직으로 단기 비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IT 투자, 디지털 전환비용,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며 “고연차 인력을 내보냈지만 업무 외주화나 전문 인력 고용이 늘어났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 절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인력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상·하반기 정규직 신입 채용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 직원 중 50대 이상 비중이 22.7%로 20대(11.2%)의 두 배 수준이다. 게다가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 정규직 신규 채용 인력은 1865명으로 전년(2525명) 대비 26.1% 감소했다.
근로기준법상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돼야 시행할 수 있는 정리해고를 은행권이 선택하기도 어렵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점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직원을 줄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적체된 인력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희망퇴직 외 방법이 없는데, 직원 입장에서는 효용성이 있어야만 자발적 퇴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측이 빠르게 인력을 재배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 인력 구조 문제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잘못으로 인해 초래됐기보다는 우리 사회와 노동시장 구조로 인한 결과물”이라며 “금융환경의 디지털·비대면화와 더불어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 사측이 인력 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 등이 맞물린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은행권에 요구되는 경영 전략 및 기술이 꾸준히 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에도 인력 구조조정 추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대종 교수는 “디지털·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전통적인 창구 업무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IT·데이터·리스크 관리 인력 수요는 늘고 있어 단순 감원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인력 감축뿐만 아니라 직무 전환과 재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구조조정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도 “인력 재배치가 느린 상황과 더불어 앞으로 은행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수년 전부터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현재 같은 분위기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핀테크·빅테크·AI(인공지능) 등 다른 분야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은행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업계가 전통적 본업인 은행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은행 산업이 미래에도 어떻게 변해 나갈지를 우선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