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 2025-2026시즌 태극마크를 달 선수들이 결정됐다. 여자부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정이 선발전 없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김길리, 노도희, 이소연, 심석희, 서휘민, 최지현, 노아름이 이름을 올렸다(성적순). 남자부는 임종언, 황대헌, 신동민, 이정민, 이준서, 김태성, 홍경환, 김건우가 선발됐다.
이들은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4차에 걸쳐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표팀의 시선은 이제 올림픽으로 향한다. 12월 18일 기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일까지 단 50일 남았다.
올림픽은 최대 5명까지 무대를 밟는다. 개인전에는 3명까지 나설 수 있다. 계주 3종목에서는 각각 4명이 출전하지만 예선과 본선 엔트리를 다르게 가져가며 5명이 고루 출전 가능하다.
이에 여자부는 최민정, 김길리, 노도희, 이소연, 심석희가, 남자부는 임종언, 황대헌, 신동민, 이정민, 이준서가 올림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회전까지 부상 등의 변수가 없다면 이들이 밀라노로 향하게 된다.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9개다. 남녀 각각 500m, 1000m, 1500m 등 개인전이 진행된다. 이에 더해 남녀 계주와 혼성 계주도 이어진다. 한동안 8개의 세부 종목으로 진행되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부터 혼성 계주가 추가됐다.
쇼트트랙 절대강국 대한민국은 각 개인전 종목마다 3명씩 출전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는 국내 팬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이 개최국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에 3장씩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부 종목마다 선수들의 세계랭킹 포인트에 따라 출전권이 배분된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500m(2명)를 제외하면 모든 개인전에서 3명씩 출격한다.

이번 대표팀에는 주요 이벤트 참가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대거 참가했다. 심석희, 최민정, 황대헌 등은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참가다. 이들 모두 올림픽 금메달 획득 경험이 있다.
이들 중에서도 최민정은 이번 대회 호성적이 유력한 인물이다. 앞서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며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보유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에는 4차에 걸친 월드투어에서 대한민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인 종합 4위에 올랐다.
황대헌은 남자팀에서 올림픽 메달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 첫 참가였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00m 은메달을 따냈고 4년 뒤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1500m 금메달, 계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 월드투어에서는 종합 12위에 올랐다.
최민정과 황대헌은 논란을 딛고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민정은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 대표팀 동료 심석희의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된 것이 공개됐다. 최민정은 피해자 입장이었으나 정신적 피로감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2023-2024시즌은 장기간 이어온 대표팀 타이틀을 내려놓고 휴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화려한 복귀를 알린 최민정은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계주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까지 ‘불편한 관계’였던 심석희와 거리를 두고 있었으나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중 심석희가 뒤에서 최민정을 밀어주는 작전이 재개됐다.
반면 황대헌은 본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3-2024시즌 국가대표 활동에서 팀 동료와 경기 중 충돌하며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의 충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빙상연맹이 자체 조사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황대헌의 충돌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황대헌은 유독 충돌이 잦았던 박지원에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황대헌은 흔들리지 않고 국가대표 타이틀을 지켜냈고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신성'의 데뷔 무대
이번 올림픽의 기대주는 최민정과 황대헌뿐만이 아니다.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인 만큼 올림픽 데뷔를 앞둔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대감이 쏠린다. 주인공은 여자부 김길리, 남자부 임종언이다.
올림픽 무대에는 처음 서게 됐지만 김길리는 이미 '검증'을 마친 자원이다. 2022-2023시즌부터 성인 국제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해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2023-2024시즌에는 월드투어에서 1500m 1위, 1000m 2위에 올라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 종합 순위는 4위 최민정에 이은 5위다. 1500m 종목에서는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서 종합대회를 한 차례 경험하며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내기도 했다.
2007년생 18세로 아직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임종언은 남자팀에서 가장 높은 기대를 받는 선수다. 임종언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뿐이다. 1000m와 1500m에서 선보이는 체력과 스피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첫 출전한 임종언은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종합 랭킹 1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진 월드투어에서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시즌 종합 8위에 올랐다. 특히 1000m에서 종합 2위로 강세를 보였다.
세계적 기량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이지만 50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서의 성적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월드투어 종합 랭킹 1위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지난 올림픽과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최민정의 4위가 최고 순위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등 경쟁국의 약진도 위험 요소다. 여자부 코트니 사로(캐나다), 산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 남자부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 등이 이번 시즌 한국 선수들에 앞서는 성적을 냈다.
남자 대표팀으로선 지난 수년간 월드투어 랭킹 최상위권을 지켜왔던 박지원의 공백이 아쉽다. 박지원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총 세 시즌에서 월드투어 랭킹 1위를 지켰다. 2024-2025시즌에는 6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시즌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