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한국시간) 열린 조추첨식 직후 대체로 '대표팀에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주요 메이저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거론되는 '죽음의 조'를 피한 덕분이다.
대한민국은 이번 조추첨에서 처음으로 2포트에 배정받았다. 크로아티아, 모로코, 우루과이 등 부담스러운 상대를 처음부터 피하게 됐다.
매 대회마다 태극전사들을 괴롭혀왔던 '축구 강대국'과의 만남을 피했다. 1포트에서 멕시코를 만난 것이 주효했다. 1포트에는 피파랭킹 1위 스페인, 직전 대회 우승팀과 준우승팀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우승 후보들이 즐비하다. 브라질을 상대로 우리 대표팀은 최근 5-0으로 완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만나게 된 국가는 멕시코다. 조추첨 이전부터 1포트에서 개최국 캐나다, 멕시코, 미국이 상대할 만한 팀으로 꼽혀왔다. '최상의 상대'로 불리던 캐나다는 아니지만 멕시코와 한 조에 편성된 것은 대표팀에게 분명 긍정적 결과다.
포트3에서는 부담스러운 상대인 노르웨이, 이집트, 알제리 등을 피했다. 실제 함께 A조에 편성된 남아공은 3포트 국가 중 피파랭킹이 가장 낮은 국가다.
4포트의 변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유럽 플레이오프였다. 2026년 4월 1일 종료 예정인 유럽 플레이오프에는 이전 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쥐지 못한 이들이 참가하지만 이탈리아, 폴란드 등 '복병'이 존재한다. 그중 A조에는 D그룹이 자리 잡았다.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체코, 아일랜드가 경쟁하는 그룹이다. 가장 경계가 되던 이탈리아와 만날 가능성은 사라졌다.

대표팀에게 멕시코 자체는 절대 달가운 상대가 아니다. 역대 전적에서 4승 3무 8패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주요 길목에서 만나 패배한 경험이 있다. 1998년과 2018년, 두 번의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만나 모두 패했다. 두 대회 모두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북중미 최강팀으로 꼽히는 멕시코는 월드컵 역사에서 ‘16강 단골’로 불리던 국가다. 하지만 멕시코의 최근 위용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위에 그쳐 16강 티켓을 놓쳤다. 북중미, 중남미 국가들이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에서 우승과 조별리그 탈락을 넘나들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한국과 일본, 파라과이 등을 만나는 평가전 일정에서는 6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선수단의 면면 또한 월드컵 16강 단골 시절에 비해 약하다는 평이 이어진다. 당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빅클럽에 소속된 선수들이 대표팀 스쿼드 곳곳을 채웠으나 현재는 흔치 않다. 측면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유망주'로 불리며 한국을 위협했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지난여름 유럽에서 미국으로 활약 무대를 옮겼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공격수 산티아고 히메네스와 라울 히메네스다. 이들 모두 지난 9월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골맛을 봤다.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에서 뛰고 있는 산티아고 히메네스는 날카로운 슈팅이 강점으로 꼽히는 공격수다. 라울 히메네스는 한때 프리미어리그 최상급 공격수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두개골 부상, 노쇠화로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영향력은 여전히 열 살 어린 산티아고 히메네스에 밀리지 않는다.
다만 멕시코가 대회 개최국이라는 점은 분명 부담스럽다. 일방적인 홈 팬들의 응원을 직면한다. 멕시코는 현지 적응도 필요하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일정상 첫 상대가 멕시코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팀은 대회 분위기, 현지에서 일어나는 변수 등을 파악한 다음 두 번째 경기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반면 대표팀이 첫 두 경기를 과달라하라 한 곳에서 치르는 것과 달리 멕시코는 멕시코시티에서 이동해야 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약 7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551km)다.
남아공은 월드컵 본선 경험이 많지 않은 국가다. 그간 본선 진출 횟수가 4회에 불과하다. 자국에서 대회를 개최한 2010년 이후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고 나서야 16년 만에 월드컵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지역 예선 과정에서도 다소 행운이 따랐다. 강호 나이지리아가 한 조에 편성돼 전망이 밝지 않았지만 나이지리아가 약체에 발목을 잡히며 스스로 무너졌다. 남아공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2무).
축구계 이름을 알린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남아공이다. 프리미어리그 번리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라일 포스터를 제외하면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없다. 남아공리그 명문 마멜로디 선다운스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다수 포함돼 있다.

A조의 변수는 4포트다. 아직 주인공이 결정되지 않았다. 덴마크와 북마케도니아, 체코와 아일랜드 간 맞대결 승자가 결승전을 치르고 최종 승자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 자리를 차지한다.
본선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팀은 덴마크다. 4개국 중 유일하게 지난 월드컵 본선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최근 수년간 꾸준히 메이저대회에 나섰다. 피파랭킹 21위로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면 2포트에 자리를 잡았을 팀이다.
덴마크의 대항마로는 아일랜드가 꼽힌다. 인접한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앞선 유럽 예선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하는 등 경쟁력을 선보였다.
북마케도니아, 체코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홈앤어웨이로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 이번 플레이오프는 단판 승부다.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천운이 따라준 '최상의 조'는 아니지만 분명 해볼 만한 상대들을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메시나 음바페를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확실히 홍명보 감독에게 행운이 따른다"라며 "유럽팀이 변수지만 D그룹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4개국 모두 스타일상 우리가 충분히 싸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최근 수년간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우는 스타일의 국가에게 특히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유럽 플레이오프 D그룹에는 이 같은 국가가 없다. 유럽의 단단한 축구를 상대로 대표팀은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해설위원은 "상대는 대부분 결정됐다. 앞으로 코칭스태프, 축구협회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상대를 분석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정적 지원도 중요하다. 현지에서도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 선수들은 부상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인사들은 조추첨식 참가 이후 곧장 귀국하지 않고 현지 베이스캠프 후보지와 경기장 등을 둘러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