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게임은 거대 인형 영희가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기훈은 최대한 많은 참가자들을 살리기 위해 “나는 이 게임을 해봤어요”라며 자신의 지시를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그가 참가자들에게 움직이지 말 것을 지시하기 위해 “얼∼음∼”이라고 외치며 소매로 입을 가리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후 “얼∼음∼”은 다양한 밈(Meme)을 낳으며 회자됐다.
그 유행의 배턴은 넷플릭스가 다시 이어받았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감상평이 쏟아졌던 ‘폭싹 속았수다’다. “아주 고생 많았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의 제목 자체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다. 주인공 애순과 관식이 주고받은 의미심장한 대사들을 뒤로 하고 유행어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 ‘학씨 아저씨’였다. 배우 최대훈이 연기한 부상길은 입에 달고 사는 “학∼씨”라는 대사 때문에 ‘부상길’보다는 ‘학씨 아저씨’라 불렸다. 특별한 의미 없이 추임새처럼 내뱉는 이 한마디는 올 한해 방송된 모든 드라마와 상영된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 인해 당당해진 관식과 그의 딸 금명을 보며 학씨 아저씨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너 뭐 돼?”라고 외쳤다.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는 학씨 아저씨의 이 빈정거림은, 평소 유독 거들먹거리는 이들을 향해 대중이 외치는 유행어로 거듭났다.
하반기의 주인공은 단연 ‘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K-팝을 소재로 했다지만, 이 작품은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메이드 인 USA’ 영화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을 비롯해 역시 한국계 미국인들이 극 중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의 가창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인의 피’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삼아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히트 상품은 단연 OST ‘골든’(Golden)이었다. 영어 작품인 만큼 대다수 OST 가사로 영어로 구성됐다. 하지만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이라는 가사는 한국어로 쓰였다.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100’과 ‘빌보드200’까지 동시 석권한 이 노래는 외국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외국인들이 한글 가사를 또박또박 발음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관이 빚어졌다.
이와 동시에 유행이 된 가사는 ‘거나비 거나비 골든’(Gonna be gonna be golden)이다. 전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이 부분만큼은 약속이나 한듯 따라한다.

이런 유행어들의 공통점은 넷플릭스 콘텐츠에서 배출됐다는 것이다. 더 이상 유행의 중심이 TV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과거에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속 대사가 한 해를 대표하던 유행어가 됐지만,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를 필두로 세우고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충무로에서 주목받은 유행어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의 제목인 ‘어쩔수가없다’ 정도다. 2025년 대한민국 국민이 ‘넷플릭스 공화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역시 ‘어쩔수가없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