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왜 ‘불’을 내세웠나
‘아바타: 불과 재’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위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의 첫째 아들이 죽고 가족이 깊은 슬픔에 빠진 상태에서 시작된다. 이들 앞에 새로운 존재 불의 부족과 이들을 이끄는 바랑(우나 채플린 분)이 나타나면서 다시 위기가 시작된다. 탐욕과 약탈, 복수심으로 시작된 전쟁을 통해 한 가족이 겪는 고통과 아픔, 상처를 그린다. 그동안 ‘아바타’가 내세운 판도라 행성은 신비로운 대자연의 세계였다는 점에서 어두운 불의 세상은 낯설다.
1편부터 ‘아바타’의 세계를 창작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3편 개봉을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불은 혐오와 증오, 폭력과 혼돈, 트라우마를 상징한다”며 “이번 영화에서 불은 2편에서 물처럼 원소의 개념과는 다르다. 고통이나 폭력, 아픔이 내재된 상징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또 이번 영화는 “1편부터 이어진 시리즈의 완결형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1편이 환상의 세계를 소개했다면 2편은 설리의 가족이 새로운 환경인 물의 세계로 옮겨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며 “3편은 주인공들이 도전과 고통, 어려움, 아픔을 거치면서 완결되는 영화를 목표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바타: 불과 재’의 판도라는 저마다 총을 들고 싸우는 전쟁터가 된다. 공존과 평화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여러 부족은 탐욕으로 뭉친 인간들에 맞서 대전투를 벌인다. 그 혼돈 속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기존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불의 부족이다. 감독은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과 함께 방문한 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의 화산 폭발 지역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레퍼런스로 삼아 이번 작품에 적극 활용했다.

#깊어진 가족 서사…왜 ‘가족’에 집중하나
‘아바타’는 이번에도 서사의 중심에 가족을 둔다. 맏아들을 잃은 아버지 설리는 총을 들고 더 강해지려고 하고, 어머니 네이티리는 고통 속에서 남은 자녀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는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서 이들 가족은 사랑을 재확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맞서는 방식으로 서로를 구한다. 판타지의 세계를 그린 SF영화이지만, 근간에는 ‘가족의 사랑’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주제를 녹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흥행 공식’을 다시 따른다.
가족을 중심에 둔 이야기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전략이자 고집이기도 하다. 다섯 명의 자녀를 둔 그는 과거 대가족에서 성장한 개인적인 경험을 ‘아바타’의 세계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털어놨다. “가족 이야기는 세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라며 “이번 작품이 환상적인 모험뿐 아니라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여정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실제로 혈연을 뛰어넘는 다양한 시각의 아버지와 아들 관계부터 희생을 통해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까지 아우르는 이번 ‘아바타: 불과 재’는 시리즈 가운데 ‘가장 슬프다’는 반응까지 얻고 있다.

‘아바타: 불과 재’는 모든 장면을 VFX(시각 특수효과)로 완성했다. 나비족 등 판도라의 각 부족 역시 배우들이 직접 1년 6개월 동안 연기한 촬영을 토대로 컴퓨터그래픽을 입혀 탄생했다. 총 3000여 명의 스태프가 4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로, 시각효과 장면만 3500개에 이른다. 덕분에 제작비도 상승해 4억 달러(5900억 원)를 쏟아부었다.
그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은 단 1초도 쓰지 않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최근 생성형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지만 단 한 장면에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아바타’의 캐릭터들이 실존 인물들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모두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해서 가능한 일이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AI가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일 수 없는 세계를 실감 나게 구현하는 과정에는 감독과 배우들, 제작진의 ‘장인 정신’이 있었다.
과연 ‘아바타: 불과 재’의 최종 성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1, 2편이 역대 전 세계 영화 흥행 1위와 3위에 나란히 올라 있는 상태에서 “시리즈의 완결형”으로 출사표를 던진 3편 역시 대등한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국내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12월 극장가에 뚜렷한 경쟁작이 없고, 앞선 1편과 2편이 전부 국내서 1000만 관객 동원한 만큼 그 화제성이 힘입어 빠르게 관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런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미 ‘아바타’ 시리즈의 4, 5편의 각본도 완성해둔 상태다. 앞서 “‘아바타’ 시리즈를 7편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감독은 지난 1월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와 인터뷰에서 “4, 5편 시나리오를 비트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