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당선인의 조카 은지원은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의 유세를 도왔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에는 진보와 보수 성향 연예인들이 첨예하게 맞서는 모습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단순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SNS를 통해 진보적인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게다가 점점 발언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선이 끝날 때마다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 진보나 보수 성향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연예인들이 방송 활동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계 또한 정치성향에 따른 권력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권력지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했거나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 연예인들에게 방송출연 금지 등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배우 김여진이 최근 방송출연이 무산돼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김여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각 방송사 윗분들, 문재인 캠프에 연관 있었던 사람들 출연금지 방침 같은 건 좀 제대로 공유를 하시던가요”라며 대선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공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제의를 받고 승낙했다가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연예계 주변에서는 일부 방송사들이 진보 성향의 연예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고 불이익을 주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문 후보를 지지했던 연예인들은 김여진 이은미 권해효 명계남 등이다. 지금은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문성근 역시 여기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낸 연예인들도 많았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곽현화 이효리 유아인 배슬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트위터나 SNS에서 젊은 층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소셜테이너들이다. 방송인 김제동은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토크콘서트를 통해 젊은 층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다. 이효리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등 진보성향의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유아인과 배슬기는 안철수 전 후보 지지 연예인으로 분류된다. 유아인은 SNS를 통해 몇 차례 강도 높은 정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51%의 유권자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 악담하지 말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그맨 김미화와 곽현화는 딴지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딴지 라디오에서 김미화는 <나는 꼽사리다>, 곽현화는 <나는 딴따라다> 진행을 맡고 있다. 이 두 개의 팟캐스트 방송은 진보 성향의 <나는 꼼수다>와 같은 시리즈로 진보적인 정치발언의 장으로 유명하다.
▲ 중견 연예인으로 구성된 ‘누리스타’ 멤버 김흥국이 박 당선인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반면 보수 성향을 드러내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연예인들도 많다. 박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꾸준하고 조용하게 보수적 성향을 보여 온 중견 연예인들이다. 박 당선인 측은 대선 과정에서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를 만들어 활동했다. 박 당선인의 조카인 가수 은지원을 비롯해 배우 강만희 송기윤 심양홍 이서진, 가수 현미 현철 설운도 김흥국 김종국 이주노, 개그맨 김정렬 등 120여 명이 대거 참여했다. 누리스타는 주로 탄탄한 인지도를 쌓은 연예인들이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의 유세몰이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보수 성향 연예인들은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SNS보다는 선거 유세 등 직접적인 방식으로 정치 참여를 하는 성향이 강했다. 설운도는 박 후보 유세 현장에서 ‘소양강 처녀’를 불러 흥을 돋우기도 했고, 김흥국은 유세현장에서 “나도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위해 들이대겠습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공식적으로 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순재와 최불암은 과거 직접 정치에 참여한 바 있는 원로 연예인으로 지난 대선 때 박 후보 공약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경험한 연예인도 있다. 독고영재는 2007년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해 보수 성향 연예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독고영재는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이 되면 이민 가겠다” “할복 하겠다” 등의 극단적인 발언이 쏟아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제3자가 독고영재를 사칭해 만든 트위터 계정을 통해 쏟아낸 발언으로 독고영재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경우 박 당선인을 지지했던 보수 성향 연예인들에게 특혜가 있을까. 박 당선인의 5촌 조카로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가수 은지원의 경우 최근 CF 몸값이 두 배나 뛰어 ‘박근혜 효과’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은지원 소속사 측은 은지원이 해당 여행사의 모델을 맡은 후 급성장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값이 상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은지원을 모델로 한 여행사는 연 매출 1000억 원 돌파, 자유여행 300% 이상 성장 등 획기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진보 성향이거나 문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연예인들이 방송 활동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적지않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활동 반경이 좁아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성향을 떠나 정치 성향이 너무 두드러질 경우 방송 활동에서 그만큼 영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진보 성향 연예인들은 SNS를 즐겨 활용하는 젊은 층에게 높은 지지도를 얻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SNS 등을 통해 진보 성향의 발언을 자주 하는 연예인들에게 젊은 층이 ‘개념 연예인’이라는 호칭을 선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델 이선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을 50~60대가 뽑았다고 노인 무임승차 폐지 서명운동 한다는 기사를 봤다. 뭘 위한 진보인지 정말 진보란 게 뭔지 아는 젊은이들의 발상인지 외국에 소문날까 부끄럽고 무섭다”고 발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이선진이 보수 성향 연예인으로 분류되자 이선진은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는 입장을 다시 밝히기도 했다.
과연 지난 대선 때 보수-진보로 나뉘어 뚜렷한 정치성향을 드러낸 바 있는 연예계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떤 특혜와 불이익을 당할지 자못 궁금하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