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도대표 시상식은 한 해의 경주 성과와 기여도를 살피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주인공들을 기리는 자리다. 특히 2025년 시즌을 마무리하며 경주로 위의 뜨거웠던 여정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이들의 헌신과 성장을 조명함으로써 현장의 소중한 기록들을 다시금 확인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번 시상식은 경마의 핵심 주체인 마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그 공로를 기리기 위해 ‘최우수 마주’ 부문을 새롭게 신설했다. 그 영광스러운 첫 번째 주인공으로는 이종훈 마주가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종훈 마주는 올해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로 통산 300승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국내 최다 승수 마주의 위엄을 증명했다. 특히 평소 “경주마는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과 같다”며 말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헌신을 보여준 ‘말 사랑’ 마주로도 잘 알려져 있어 이번 수상이 더욱 뜻깊다.
부문별로는 최우수 조교사에는 올해 최다승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라이스 조교사가 선정됐다. 경마의 꽃인 최우수 기수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부경 경마의 다승 1위를 지키고 있는 서승운 기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장 신사적인 경기를 펼친 기수에게 수여되는 페어플레이 기수상은 올해 200승 달성과 동시에 공정한 게임을 펼친 다나카 기수가 차지하며 실력과 매너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한국 경마의 미래를 짊어질 ‘첫승’ 부문에서 손경민, 남정혁 기수가 생애 첫 승의 기쁨과 함께 기념패를 거머쥐었다.
엄영석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는 어느 한 명의 승자가 아닌 부경 경마를 함께 이끌어온 주역들을 격려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공정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통해 경마 관계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영 마주와 메이저킹, 영광의 순간 넘어 삶을 함께하다

다만 여러 도전이 기대만큼의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김진영 마주는 오랜 시간 애정을 쏟아온 말을 끝까지 돌보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김진영 마주는 수십 년간 말과 함께해 온 원로 마주다. 어린 시절 조부와 함께 승마를 하며 말과 인연을 맺었고, 뚝섬경마장 시절 말을 입찰하며 경마에 발을 들였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유치 과정에서는 직접 지자체장을 찾아다니며 힘을 보탰고, 2005년에는 부산경남 마주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경마 문화 확산과 마주 제도 정착에 앞장섰다. 그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조성 당시 가장 먼저 마주 신청을 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경주마를 가족처럼 여기는 마주들은 많지만, 김진영 마주의 애정은 여느 마주보다 각별한 편이다. 그는 평소 “말이 좋아서 마주가 됐다. 말과 마주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말해왔다. 주요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양복과 선글라스를 갖춰 입고 직접 예시장에 나와 경주마를 이끌며 관람객에게 말을 소개하곤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한 그의 말 사랑은 많은 경마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메이저킹은 김진영 마주가 지난 21년간 함께해 온 수많은 말 가운데서도 각별하게 마음에 두고 있는 말이다. 메이저킹은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2)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거두고, 그해 삼관 시리즈 최다 승점을 기록하며 당시 국내 최고 경주마로 주목받았다.
이후 세계무대에 도전했지만 해외 원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종마로 전환한 뒤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보통 이 시점에서 마주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김진영 마주의 선택은 달랐다. 메이저킹의 은퇴가 결정되자 김 마주는 “메이저킹은 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제 제가 메이저킹을 위해 보답할 차례”라며 직접 여러 목장을 둘러본 끝에 넓은 방목 환경을 갖춘 호포승마스쿨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정했다.
김진영 마주는 메이저킹을 단순한 종마로 보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킹은 제 자식 같은 말”이라며 “기대했던 성적이나 결과와 별개로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시상식 당시 메이저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단골 은행에서 제작해준, 메이저킹의 우승일자(2013년 10월 16일)가 담긴 계좌번호를 각별히 간직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꺼내 보이며 당시의 기억을 전하곤 한다.
기록으로 남은 성과보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메이저킹을 향한 김진영 마주의 마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마주 생활을 함께해 온 부인 장혜정 여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목장을 찾아 메이저킹의 상태를 살핀다. “메이저킹을 만나는 시간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처럼, 오랜 시간 쌓여온 신뢰와 교감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목장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저킹은 멀리서도 김진영 마주의 발소리를 알아차리고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현재 메이저킹은 다른 은퇴마들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과 관리를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저킹의 의료 지원을 위해 목장을 찾았던 한국마사회 서유진 수의사는 “나이에 비해 컨디션이 매우 좋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안정된 환경이 노령마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외 경마 선진국에서는 경주 성적과 씨수말로서의 성과를 모두 인정받은 일부 말에 한해 명예로운 ‘펜션(pension)’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이력을 지닌 말들이 개인 초지를 갖춘 목장에서 여생을 보내고, 관람객들은 그 명성을 기억하며 목장을 찾는다.
반면 김진영 마주는 성적이나 번식 성과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한 말에 대한 고마움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책임지는 길을 택했다. 메이저킹과 김진영 마주의 이야기는 은퇴 경주마와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층 넓히며, 한국 경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