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마트가 초저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와우샵을 론칭했다. 상품 가격은 최대 5천 원, 2~3천 원대 상품이 80%가 넘는다니 비슷한 가격 정책의 다이소가 연상되는 구조다.
이마트 와우샵 은평점. 사진=김창의 기자15년 전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을 론칭하며 코스트코에 도전장을 던진 이마트다. 카피캣이라는 비난에도 트레이더스는 지난 3분기 최초로 분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 시장을 대표하는 창고형 할인마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트레이더스의 성공을 맛본 이마트가 이번엔 초저가 시장으로 진출하며 다이소에 도전장을 던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와우샵 론칭 기사를 본 시민들은 SNS와 유튜브 등에서 “다이소의 짝퉁(모조품)”이라는 의견을 냈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일본 돈키호테와 지금은 사라진 삐에로쑈핑, 무인양품과 자주(JAJU)를 비교하며 “이마트가 이번엔 다이소를 카피해 초저가 시장을 나눠 먹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직접 찾은 와우샵의 실상은 달랐다. 와우샵은 다이소를 언급할 수준이 못 됐다. 20조 매출 대기업인 이마트의 구매력과 기획력을 기대했지만 22일 방문한 이마트 은평점의 와우샵은 동네 개인이 운영하는 저가 샵도 넘지 못할 수준으로 보였다.
이마트 와우샵의 초저가 베스트 셀렉션. 사진=김창의 기자이마트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와우샵은 와우(WOW)하고 놀랄 만한 가격의 상품을 선보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쇼핑의 재미와 가성비를 동시에 잡겠다고 했다. 이마트는 “이마트만의 상품 기획력과 품질 관리 노하우를 집약해 ‘깜짝 놀랄 가격’, ‘정말로 싼 가격’의 생활용품을 개발했다”고 자평하며 고객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상품 운영 방향을 다각도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직접 찾은 와우샵은 이마트의 기대와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먼저 와우샵은 아주 작았다. 이마트 3층 구석에 노란 테이프로 와우샵임을 알리는 구역이 표시돼 있고 그 안에 사각형 진열대 8~9개 정도로 구성돼 있었다.
와우샵 앞 매대에는 1000원짜리 샤워 타월과 플라스틱 용기가 놓여 있었다. 해당 매대는 직관적으로 이케아와 유사해 보였다. 와우샵 내의 디스플레이도 다이소 등에서 흔히 보이는 식으로 놓였다.
와우샵의 플라스틱 바스켓 매대. 노란선 바깥은 이마트의 영역. 사진=김창의 기자이마트는 △수납함·옷걸이·욕실화 등 홈퍼니싱 △보관용기·조리도구·도마 등 주방용품 △여행 파우치·운동용품 등 패션스포츠 △거울·빗·브러시 등 뷰티용품 △지우개·클립·풍선 등 문구 △USB 허브·충전 케이블 등 디지털 소형가전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와우샵을 구성했다고 했다.
이마트의 말처럼 와우샵에는 유난히 옷걸이, 플라스틱 박스, 청소도구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품들은 일상생활에는 필요하지만 그만큼 가정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필수적이긴 하지만 접객률을 끌어올릴 만큼 상품 자체의 매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와우샵 상품들은 특별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플라스틱 바스켓이 매대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고 옷걸이, 욕실화 등도 각각 한 면 전체에 진열돼 있었다.
와우샵 한 켠에 위치한 뷰티샵. 사진=김창의 기자무엇보다 와우샵의 상품들 대부분을 다이소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다이소에는 비슷한 가격으로 더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다. 그러다 보니 미리 책정한 가격에 상품을 맞추기 위해 원가가 낮은 상품을 모아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30분 정도 취재를 위해 와우샵에 머물렀지만 구매를 위해 물건을 들고 가는 소비자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와우샵 기사를 보고 찾아왔다는 시민은 “다이소에 비하면 품목이 너무 적다”며 “경쟁을 말하기는 무리”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도 “살 게 별로 없다”면서 매장을 빠르게 둘러보고 떠났다.
6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USB멀티 허브. 사진=김창의 기자9000원에 판매 중인 가습기, 일렉트로마트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김창의 기자전 상품이 ‘5000원 이하’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6000원, 9000원짜리 상품도 진열돼 있었다. USB 멀티 허브와 키보드 손목 받침대는 6000원이었고 중국산 소형 가습기는 9000원이었는데 가습기 상자에는 일렉트로맨이 그려진 일렉트로마트 스티커가 붙어 있어 일렉트로마트에서 판매되던 재고를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였다.
언론에 발표한 이마트의 원대한 계획과 매장의 준비 상태는 상이해 보였다. 진열대의 빈 곳이 드문드문 보였고 표기가 없어 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품들도 있었다. 이마트 직원에게 와우샵 담당자에 대해 묻자 “아직은 와우샵 담당자가 따로 없고 청소면 청소용품 (이마트)담당이, 옷걸이면 옷걸이 (이마트)담당이 와서 상품을 관리한다”라고 했다.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사진=김창의 기자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사진=김창의 기자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진 프로젝트라기보다 초저가 상품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 시험하는 파일럿 매장처럼 보였다. 와우샵을 둘러보며 이미 이마트가 내놓은 노브랜드나 5K프라이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초저가 시장의 강자인 다이소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인상을 줬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 9689억 원, 영업이익 3712억 원을 기록했다. 저가 전략에 기반한 유통업체지만 다양한 상품, 낮은 원가율, 효율적 운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9.4%)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로선 뚜렷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반면 이마트는 같은 기간 29조 2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71억 원에 그치며 수익성 문제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