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국토부 서기관 김 아무개 씨의 ‘뇌물’ 사건에 대해 공소 기각을 처분하며 특검의 별건 수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건희 특검팀은 ‘별건 수사’를 다수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씨 관련 집사 게이트 등 최소 2~3건의 사건에서 공소 기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검 기소를 ‘무효화’한 법원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정작 김건희 씨까지 연결고리는 찾아내지 못했다. 김건희 씨는 물론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기소하지 못한 채 김 서기관만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공소 기각”을 결정했다. 특검법상 수사대상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팀이 수사 권한 밖의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2025년 9월 개정된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중 인지한 관련 범죄를 수사하려면 공통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특검이 증거로 제출한 통화 녹음 파일은 양평 고속도로 사건과 뇌물 사건의 공통 증거로 볼 수 없다”며 “두 사건은 범행 시기도 달라서 연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포괄적 수사권을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이란 개념은 본래 의혹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건에 한정되어야 하며, 우연히 발견된 별개의 범죄까지 특검이 기소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특검의 권한은 무소불위가 된다”고 밝혔다.
#“다른 기관에 넘기면 되지만” 검찰과 특검의 제도적 차이
특검이 “별건 수사가 아니다”라며 항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자료를 이첩해 기소토록 하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는 이 지점에서 과거 일반 검찰의 수사 관행과 특검 수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 검찰은 수사 도중 본건의 증거가 부족하거나 피의자의 진술 협조가 필요할 때 별건 수사를 ‘압박 카드’로 활용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 오너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술에 협조하지 않으면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들이밀며 “배우자와 가족에게 네 사생활을 모두 알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곤 했다. 오너를 수사해야 하는데 밑에 임원이 진술에 협조하지 않으면 ‘법인카드 불법 사용 내역’ 등을 들이밀며 회사에 알리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만일 이들에게 내연녀가 있고 그들 사이에 자녀까지 있을 경우 가장 손쉽게 협박할 수 있는 카드라며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큰 사건마다 핵심 피의자의 개인적인 약점(뇌물, 횡령, 탈세 등)을 별건으로 잡아내 “본건에 협조하면 별건은 가볍게 처리해주겠다”는 식의 거래를 시도해왔다는 지적이 있다. 특검이 이를 답습했다는 점이 문제다.

익명의 한 판사는 “이번 판결은 특검이 과거 검찰처럼 별건을 압박 카드로 활용해 본건의 진술을 끌어내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유의미한 판결”이라며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결과적 정의만큼이나 절차적 정의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김건희 특검
이번 판결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특검 수사나 향후 도입될 특검들 역시 수사 범위 설정에 있어 매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소라는 ‘성과’를 낸 사건 중 일부가 별건 수사에 해당해 공소 기각 판결이 줄이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건희 특검팀은 기소한 20명 중 절반 이상(11명)이 본건(양평 의혹과 주가 조작 등)과 직접 관련 없는 별건 혐의라는 지적도 언론에서 제기된다.
이 가운데 공소 기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김건희 씨 관련 집사 게이트로 기소된 김예성 씨다. 집사 게이트 의혹은 김건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김건희 씨와 친분을 내세워 2023년 실소유 회사인 IMS모빌리티에 대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김건희 씨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정작 김건희 씨와 연결고리는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김예성 씨를 비롯한 회사 임원들만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기소했다.

김예성 씨의 1심 선고공판은 2월 5일, 이 전 대표의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은 2월 13일에 각각 열리는데 특검법에 규정되지 않은 범죄 혐의인 만큼 공소 기각 결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선 법원 관계자는 “죄가 있다면 처벌하면 된다. 특검이 별건을 포착하면 검찰이나 경찰 등 정규 수사기관에 이첩하면 된다”며 “향후 등장할 특검들에게 이번 공소 기각은 ‘특검의 취지와 권한’을 다시 한 번 고민해 신중하게 수사할 수 있게끔 해주는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