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은 회사 손을 들었다. 회사 측은 유 씨의 근무기록표를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르면 유 씨는 퇴사 전 30일간 11번을 장시간 화장실에 머물렀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최대 6시간 21분 동안 화장실에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었다. 유 씨는 이 기록은 과장된 것이며, 평소 장이 불편해 화장실에 오래 머물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근무기록표, 다른 직원들의 증언 등을 들어본 결과 유 씨 해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유 씨의 부재로 인해 업무에 어려움을 빚은 적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 측은 “합리적인 생리 요구를 초과한 것이다. 변형된 무단결근으로 인정될 소지가 높다”면서 회사의 해고는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다.
비슷한 시기, 베이징구 순이구에서도 비슷한 재판이 열렸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소방서에서 일하는 리 아무개 씨는 근무시간 중 화장실 사용이 잦을 뿐 아니라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즉각 노동 분쟁 절차에 착수했고, 결국 재판으로까지 이어졌다.
리 씨는 출근 후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인해 화장실을 갔을 뿐이라고 맞섰다. 병원 진단서도 첨부했다. 이날 리 씨가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자리를 비운 시간은 3분 정도로 나타났다. 소방서 측은 “업무 특성상 1분도 허투루 소비할 수 없다. 보고 없이 자리를 비운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에선 리 씨가 화장실을 가기 전 직속 상사에게 보고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법원은 “리 씨는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했을 뿐이다. 보고 의무도 다했다”면서 소방서 측이 리 씨에게 6만 2000위안(1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방서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화장실 사용을 둘러싼 노동자 해고 사건의 엇갈린 판결을 두고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우선 유 씨 선고에 대해선 회사를 옹호하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유 씨가 화장실을 핑계로 의도적으로 업무를 피하거나 게을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판사 역시 “도대체 뭘 하기에 화장실에서 6시간을 있을 수 있단 말이냐”라고 반문하면서 “다른 동료들이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들에게 화장실은 때론 휴게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장소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유 씨의 경우는 시간과 빈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실제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유 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화장실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바쁠 때 일부러 화장실로 탈출한다거나, 한번 가면 오지 않는 얌체들이 있다”면서 “그들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회사에도 불이익을 준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관용을 베풀 필요는 없다”고 했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왕 아무개 씨도 비슷한 하소연을 했다. 왕 씨는 “직원들이 화장실 가는 것까지 관리하긴 어렵다. 오래 있다가 온다고 해서 뭐라고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를 교묘히 악용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변형적인 근무 태만인 셈이다. 그런 직원들은 인사 고과 등을 통해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리 씨 사건에 대해선 소방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재판부도 리 씨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주관적인 의도(업무 회피 여부), 행동의 합리성(시간과 빈도), 직무 속성을 따져봤다”면서 “노동자의 기본 존엄성, 사용자의 정당한 권익을 회사 측이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재판 내내 소방 업무의 특수성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특별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기본적 생리 욕구를 해결해야 한다. 기계가 아니다”라면서 “기업의 관리권은 무한한 게 아니라는 점을 소방서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들이 화제를 모은 후 몇몇 회사는 직원들의 화장실 이용 시간, 횟수 등을 규칙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한의 한 회사는 화장실에 갔다가 5분이 지나면 무단이탈로 간주한다고 해 도마에 올랐다. 무단이탈이 3회가 되면, 해고 조치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앞서의 변호사는 “시대착오적인 규칙이다.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업무의 효율성과 능률을 더 떨어트려 회사의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직원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공간을 제공하는 건 기업의 의무”라면서 “화장실 문제가 이처럼 공론화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중국 노동자들의 인식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