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전력거래소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부터 11월 16일까지 58일 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출력 제어 횟수는 총 25회다.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발전소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행위가 약 2.3일에 한 번씩 이뤄진 셈이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용 전기에 대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도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발전시설과 가까운 지역과 먼 지역 간에는 송전 비용 등 전력공급 비용에서 차이가 생긴다. 이를 반영해 발전소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에 전기요금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할 경우, 발전소 거리에 따라 요금이 1kWh당 10~20원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이 인재 확보 문제로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수도권에서 멀수록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면 전기요금이라도 싸야 기업이 지방으로 갈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단체총연합회 공동대표는 “공급이 많아지면 비용이 저렴해지고, 공급이 부족해지면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 원리인데, 전력요금 체계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방향성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가동을 멈추면 설비 손상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24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거대 장치 산업 특성상 생산 스케줄을 세밀하게 시간 단위로 조정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요금제 도입에 따라 수도권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 시 수도권 제조업의 연간 전력비용이 6000억 원에서 1조 4000억 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25개 업종 평균 상승분은 550억 원이며, 특히 전자·통신 업종에서 최대 6000억 원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대별 전기요금은 인상분과 하락분에 대한 상세한 요율이 나와봐야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별 전기요금 차별화는 지방 분산의 강력한 촉매가 될 수 있지만, 인력 확보와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에는 단순한 ‘수도권 규제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실적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5년 연결 기준 한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예상치)는 14조 9238억 원으로 창사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0조 원을 웃도는 부채, 48조 원대 누적 적자 등 한전의 재정적 부담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시간대 차등 전기요금제가 먼저 시행된 이후에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받는 업종이 생길 수 있지만, 순차적으로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면 강원도나 호남 등 발전소가 많은 지역에서는 절감분이 인상분보다 많아질 수 있다”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한전이 산업계의 부담을 경감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작정 부담을 늘리는 형태로 요금제를 개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