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문석 전 부회장. |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수석무역은 ‘폐업’상태를 이어 오고 있다. 이에 맞춰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특이한 점은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지난해 2월부터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를 맡아 온 강 부회장의 장남 강민구 사장(28)이 폐업 직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폐업 직전인 지난해 11월 27일 새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29일에 등기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강 부회장의 부인이자 강 사장의 어머니인 황의선 씨(52)였다. 황 신임 대표는 대표 취임 3일 만에 수석무역의 폐업을 신고한 셈이 됐다. 몰락해 가는 가세에서도 자식에게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애끊는 모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J&B 등 위스키, 타이거맥주, 와인 등을 판매하며 한때 국내 중견 주류 업체로 성장한 수석무역은 지난해 6월 대표이사 강문석 부회장이 자신이 대표로 있던 또 다른 회사인 디지털오션에 100억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부터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오너리스크 등 갖은 악재에 시달리며 지난해 11월에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처한 상태였다.
서울 논현동의 수석무역 사옥은 용역경비업체 직원들만 2교대로 건물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다. 경비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사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12월엔 아예 다 나가서 현재 빈 건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민구 전 사장의 개인 휴대폰으로 직접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등기부상 황의선 씨 모자의 주소지로 돼 있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소재 자택에는 수십 건의 압류 및 가압류가 설정된 상태이며, 강 부회장과 수석무역이 채무자로 이름을 올린 수십억 원 규모의 근저당권 설정까지 돼 있다.
동아제약은 경영권 분쟁 이후 강문석 씨 측과는 아예 연을 끊은 상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강문석 전 부회장과는 아예 2007년 이후 완전히 담을 쌓은 상태”라며 “강 전 부회장뿐 아니라 그쪽 가족들과의 지분 정리도 모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2월 31일 기준 수석무역의 최대주주는 강문석 부회장(56.29%)이며, 동아제약도 2.95%를 갖고 있다.
▲ 수석무역 사옥은 현재 빈 건물이나 다름 없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강 전 부회장도 지난 2008년 동아제약 지분을 모두 처분한 데 이어 강 전 부회장의 아들인 강민구 전 사장도 지난해 5월 11일 동아제약 주식 3326주(0.03%)를 전량 매도하며 동아제약에서 완전히 발을 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처의 자식인 강문석 전 부회장보다 배가 다른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을 더 사랑한 강신호 회장의 편애에서부터 시작(?)한 남다른 비극의 동아제약 부자 스토리는 여전히 호사가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동아제약에서 완전히 쫓겨나다시피 한 강문석 전 부회장이 우리들제약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까지 복수의 칼을 갈던 와중에 동아제약의 의뢰로 검찰 수사 끝에 구속됐다는 루머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구색을 맞춰 동아제약 측도 최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에 의해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며 임직원의 구속까지 초래한 사건에 대해 강문석 부회장 측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제약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또 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지주사 전환도 결국 과거 강문석 부회장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당하며 곤욕을 치른 동아제약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독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가 취약한 동아제약이 경영권 위협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리는 수단으로서 지주사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더욱이 ‘박카스’를 비상장 회사로 돌리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무리하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결국은 강정석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쉽게 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아들과 40년 동업자에게서 경영권을 빼앗길 뻔했던 동아제약이 호된 트라우마(Trauma·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주사 전환을 통해 불식시키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