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환과 소속사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매협이 중재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강지환이 주인공으로 발탁된 SBS 드라마 <돈의 화신> 스틸컷. |
연매협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의 줄임말이다. 현재 180여 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고 배우를 보유한 연예기획사들이 주를 이룬다. 업계에 유령 기획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연예 산업의 투명한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이 단체의 회원사들은 각 회사 명함에 연매협 회원사임을 증명하는 문구까지 새길 정도로 결속력이 대단하다.
실제로 연매협은 숱한 배우와 소속사, 소속사와 소속사 간 다툼을 중재해 업계의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강지환 사태만큼은 연매협 특유의 중재 실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현재 강지환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에스플러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내고 “연매협으로부터 강지환 측이 조정절차에 전혀 의사가 없음을 최종적으로 전달받은 이후 갑작스럽게 강지환 측으로부터 다시 ‘조정신청에 응하겠다’는 입장번복을 들었다. 조정의사가 없음이 언론에 노출된 이후에야 입장을 바꾼 강지환의 행위에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지환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연매협의 조정을 번복한 사실이 없고 에스플러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지환은 연매협으로부터 공식적인 조정 수용 혹은 불응에 대해 사전 권고를 받은 사실도 없고, 또한 이에 상호의견 확정을 내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강지환 사태를 두고 연매협은 지난해 말 1차 조정에 들어갔지만 에스플러스는 형사·민사 등 각종 법적 문제가 불거지자 1차 조정 신청을 자진철회하고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조정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강지환은 이미 연매협의 조정은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17일 서울 마포 소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매협의 조정 신청에 불응한 적이 없고 직접 협회에 들어가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양측의 해석이 다른 상황이라 연매협은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어떠한 형태의 강제성도 갖지 못한 연매협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재에 나선 연매협이 내린 결론을 양쪽 모두 받아들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결국 법의 힘을 빌린다. 연매협이 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연매협이 단체의 힘을 바탕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2010년 강지환이 이중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SBS 드라마 <커피하우스>의 출연을 강행했을 때 연매협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에 회원사 배우들을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의했다. 180여 개의 회원사가 동시에 움직이면 주·조연급 배우 캐스팅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커피하우스>는 예정대로 방송됐고 강지환은 무사히 복귀했다. 게다가 <커피하우스>에는 연매협 회원사 배우 A도 출연했다. A의 소속사 측은 강지환의 출연이 결정되기 전 이미 캐스팅 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출연을 번복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또 다른 회원사의 대표는 “강지환이 <커피하우스>에 출연하기 위해 조율 중이란 사실은 A가 출연 결정을 하기 전부터 이미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연매협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회원사들이 자사 배우를 출연시키기 위해서는 편법이 동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회원사가 연매협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렸을 때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의 이익을 명분 때문에 내팽개칠 순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강지환은 결국 SBS 새 월화극 <돈의 화신>의 주인공으로 최종 발탁돼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는 역시 연매협에 속한 연예기획사에 몸담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강지환 사태의 문제점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돈의 화신>에 출연하는 배우의 소속사는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매협 역시 그들을 질타할 명분은 없다. <커피하우스> 때처럼 출연 보이콧 결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각 회원사들이 각사의 이익과 논리를 내세운다면 협회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