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한선교 KBL 총재(오른쪽)와 이종걸 농구협회장이 몸싸움 하는 모습. 이들은 같은 경기도내 지역구를 둔 의원으로 국회 문광위에서 충돌했다. 연합뉴스 |
#“이종걸 천하, 이제 그만”
대한농구협회는 지난 21일 오후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다음 날인 22일 기호 1번에 이종걸 현 회장, 2번에 방열 총장, 그리고 3번에 한선교 KBL 총재로 각각 후보 등록이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와 마찬가지로 전국 농구단체를 대표하는 대의원 24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그들의 표심은 누구도 모른다. 4년 전 선거 때 이 회장이 정봉섭 전 대학농구연맹 회장을 단 1표차로 눌렀다.
이 회장은 제30대와 31대 협회장직을 맡았다. 2004년 5월부터 약 9년 동안 한국 농구를 이끌었던 수장이다. 하지만 농구인들은 이 회장에 불만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중순 원로 농구인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 농구 중흥을 염원하는 농구인 모임’이 결성돼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농구 기념관 및 전용 체육관 건립과 농구 아카데미 설립, 유소년 농구 활성화 등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불거진 아마농구 심판 관련 비리는 이 회장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즉각 심판 클리닉 개설과 심판에 대한 보수 현실화와 같은 대응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그동안 수수방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에 방 총장이 또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제31대 협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농구인들의 보다 든든한 지원 속에 출사표를 던졌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농구를 정상으로 이끈 인물이자 실업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수차례 우승시킨 명장이다. 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프로농구 모비스 감독이 ‘멘토’로 삼는 선배로 농구계 선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타 후보에 비해 정치적인 영향력이 떨어진다. 국내 스포츠단체의 특성상 협회장은 협회를 이끌어 갈 자금 확보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스포츠단체장 자리가 기업 CEO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방 총장에게 달린 결정적인 의문 부호다.
농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이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원로 농구인들의 단체 행동이 이 회장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한 농구계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한다. 자금 동원력에 있어서도 이 회장이 방 총장보다는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선교 총재는 저격수?
이 회장과 방 총장의 양자 대결로 흐르던 선거에 변수가 생겼다. 한선교 KBL 총재가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 지난 21일 오후 한 총재의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연맹 직원들은 취재진에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반문했다. 그만큼 파격적인 행보였다.
협회와 프로 연맹의 불협화음은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때는 물론이고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농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여겨졌다. 한 총재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단체장의 수장 겸직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한 총재는 협회와 프로 연맹의 수장 겸직을 떠나 그동안 협업에 있어 마찰이 잦았던 이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시기상으로도 그렇다. 이 회장의 후보 등록이 알려지자마자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총재와 이 회장은 경기도내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고 민주통합당 소속인 이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대선 전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한 총재는 음주 뺑소니 동승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린 적이 있다. 특히 두 후보는 18대 국회 때인 2009년 3월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문방위에서 설전과 멱살잡이를 벌인 바 있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을 정도이다.
한 총재는 선거에 나서면서 협회의 재정적인 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KBL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화끈한 지원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입장은 이 회장만 아니라면, 방 총장이 당선될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선을 노리는 이 회장과 농구인을 대표하는 방 총장, 그리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한 총재까지, 다음 달 5일 대의원 24명으로부터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는 인물은 누구일까. 농구계는 벌써부터 주판알 튕기기에 정신이 없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
“‘신인왕’ 내 옷 벗어서라도…”
▲ 최부경(왼쪽)과 문경은 감독. 사진제공=KBL |
올 시즌 신인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1월과 10월, 두 차례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면서 대학 2개 학번의 신인들이 한꺼번에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제2의 김승현’이라 불리는 김시래(모비스), 10월 드래프트를 대표하는 장재석(KT) 등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최부경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신인 중 득점 1위(8.6점), 리바운드 1위(6.3개)에 올라있다. 1순위를 넘어 0순위 신인왕 후보다.
문경은 감독은 “최부경이 신인왕을 받지 못한다면 내가 옷을 벗겠다”는 자신감 있는 말로 신인왕 투표권을 가진 취재기자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최부경은 “신인왕은 팀 성적이 좋으면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감독님 자리를 위해서라도 받고 싶다”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