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들의 방공망과 공군, 해군, 리더십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나는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2월 28일 첫 공습 이후 양측은 무력 충돌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란이 미국 편에 선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군사 행동에 나서면서 갈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첫 개장한 지난 3월 3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24% 하락했다. 4일에는 12.06% 급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5일 9.63% 상승하며 하락 분을 일부 만회하긴 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당장 세계적으로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섰다. 전 세계 사용 원유의 27%(2024년 기준)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확전 양상을 보이자 원유 가격은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2월 27일 배럴당 67.2달러에서 3월 4일 74.66달러로 11.1% 상승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봉쇄 기간별 유가 전망을 내놨다. 전규연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1~2개월에 그친다면 예상되는 WTI 가격 상단을 90달러로 예상했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확대되면 우회 경로를 통한 원유 수출에도 한계에 다다라 WTI 가격은 120달러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원유가 10%가량 상승하면 수출 단가는 2.09% 상승하지만 수출 물량은 2.48% 감소해 수출액 기준으로 0.3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형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3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원유 급등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련 과거 연구를 검토해보면 원유가 20% 이상 급등하고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 국내총생산(GDP) 기준 ‘-0.3%포인트(p)’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08일 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수급 대응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3월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6.30원으로 1800원을 돌파했다.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16.54원까지 상승하면서 1900원대를 돌파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 물류 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란이나 중동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수출 물량의 1.93% 수준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 비중이 크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3월 4일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 비중은 34.2% 수준이다.
해당 물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물류비가 급등한다. 실제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직면하면서 주요 노선 운임료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운임지수(WS, Worldscale)는 지난 2월 13일 138에서 지난 3월 3일 146.5로 상승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영향권에 있는) 중동뿐 아니라 대체 선적지 운임까지 동반 폭등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선복 부족(Vessel Supply Tightening) 및 장비 부족으로 운임·용선료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물류 스케줄이 지연되고, (타 지역으로) 선박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아시아 주요 허브 항만의 혼잡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도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3월 4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해 1505.8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선까지 급등한 것은 원유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국제금융)은 “(중동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이 적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에 의해서 환율이 1500원선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새벽 거래 특성상 거래량이 많지 않아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장(국제금융, 거시경제학)은 “(중동사태가) 얼마나 심각해질 것인지에 따라서 환율 등 금융시장 환경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충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환경에 놓일 것으로 보이지만 유동성 위기로 갈 수준은 아닐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물가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목표 물가 상승률은 2.0%인데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3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에는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면서 “향후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가 움직임에 물가가 크게 영향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