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4일 오후 1시 20분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추가 발사 대비 태세를 갖춘 한편, 미·일 측과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제원과 사거리, 발사 의도 등 분석에 돌입했다.
하루 지난 3월 1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직접 해당 탄도미사일 훈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인민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가 화격 타격훈련을 진행,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12문과 2개의 포병중대를 동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도 이날 훈련을 함께 지켜봤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훈련을 지켜보며 "군대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우리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는 세력, 즉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을 주고 전술핵무기의 파괴적 위력상에 대한 깊은 파악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20km 사정권'은 대한민국을 뜻한다. 이번 탄도미사일 훈련이 대남용이었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특히 이 매체는 전술 핵탄두 '화산-31'도 이번 방사포에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2월 25일 열린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도 핵전력에다 보충적 타격수단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만 세 번째다. 이번 발사는 지난 1월 27일 동해상 발사 이후 47일 만이다. 다만 한 번에 10여발을 동시 발사한 것은 드문 사례다. 북한은 지난번 제9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때만 해도 이례적으로 무기체계를 동원하지 않으며 도발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도발은 시점이 묘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김 위원장이 미국과,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며 북한과 소통 의지를 드러낸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 같은 미국 메시지에 탄도미사일 발사로 답한 격이 됐다.
이에 북한의 이번 도발이 미국에 대한 항의 표시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가 지난 3월 9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진행하는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에 불안을 느꼈다는 뜻이다. 한·미는 이번 훈련 규모를 전년보다 절반 이하로 축소했으나, 북한은 줄곧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FS 훈련 시작 하루 만인 지난 3월 10일 담화를 내고 "적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어느 정도로 건드리는지 지켜보겠다"면서도 "우리는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모든 가용한 특수수단을 포함한 파괴적인 힘의 장전을 통해 여러 위협을 철통같이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1일에는 '미국-이란 전쟁' 관련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는 외무성 담화를 냈다. 이때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으며 비판 톤을 조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미국을 향한 불쾌감을 점층적 선명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3월 14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 국방부·합참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며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여야가 한 목소리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백승아 원내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군사적 도발과 무력시위로는 어떠한 이익도 얻을 수 없다"며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군사적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화와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조용술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유엔 제재를 정면으로 무시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한반도 안보 환경을 흔들려는 계산된 도발로 그 심각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정부와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감시와 경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불법 도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규탄과 분명한 대응 의지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 필요성은 자주 거론돼 왔다. 도발 방식이 갈수록 고도화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1년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 최근 제9차 노동당대회에서도 이 같이 선언했다. 인공지능(AI) 등 기능을 활용해 무기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속내가 어떤지 짐작도 힘든 상황이다. 와중에 주한민군의 미사일 요격 체계인 패트리엇 포대뿐 아니라 사드 일부의 국외 반출도 준비 중이라고 알려져, 국내 안보를 둘러싼 불안 심리도 불거지고 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짧은 주기로, 복합적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다. 그는 2024년 7월 '북한의 복합도발 특징과 함의' 보고서에서 "회색지대 도발을 통해 GPS 교란, 무인기, 새 해상국경선 발표 거짓 귀순 등으로 유형이 다양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북한의 각기 상이한 도발 수준과 유형에 대해서 정부, 동맹,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정보 등 각각의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어떠한 복합적인 도발에 대해서도 대응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