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위원장의 전기충격 첫 번째 타깃은 충북이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58.19% 득표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컷오프로 배제했다. 이 위원장은 김 지사 컷오프 결정 이후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 보여드려야 할 것은 안정에 머무는 정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꾸고 흔드는 혁신의 정치”라면서 “충북에서 시작된 쇄신 결단이 국민의힘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김 지사는 3월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공관위는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를 파괴했다”면서 “특정인을 정해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열어놨다. 취재진이 김 지사에게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묻자 그는 “지금은 그럴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엔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지사는 사법리스크에 휩싸였다. 3월 17일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김 지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지사는 충북 지역인사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3000만 원 금전을 받은 혐의로 2025년부터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3월 1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선 김 지사는 컷오프 직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과 관련해 “어제 컷오프가 되고 오늘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과정이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극단적으로는 어제의 컷오프가 오늘을 예견한 것이거나, 반대로 컷오프가 되니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오비이락 격”이라면서 “신기한 시점으로 국민들의 오해와 저의 피해의식을 자극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 경쟁 구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충북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국민의힘 주자로는 ‘윤석열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 ‘윤석열 정부 경찰 수장’ 윤희근 전 경찰청장, 조길형 전 충주시장 등이 있었다. 여기에 김 지사가 ‘내정자’로 콕 집었던 김수민 전 의원도 추가 공모 기간에 공천을 신청했다.
3월 17일 충북지사 추가 공천 신청을 마친 김수민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이대로는 건강한 보수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충북 발전에 대한 마음으로 합리적인 보수 재건에 대한 마음으로 나선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면서 “그래서 더 단단하게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문의 주인공’ 김 전 의원이 추가 공모 기간에 공천을 신청하자 기존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들은 발끈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3월 18일 윤 전 청장은 SNS에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숙고 시간을 갖겠다”면서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해주시고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던 분들의 말씀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공천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예비후보 사퇴와 탈당 의사를 피력했다. 조 전 시장은 SNS를 통해 “국민의힘에 제출한 공천신청을 취소하겠다”면서 “이 당의 소속으로 등록한 예비후보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시장은 “민심과 동떨어진 당 운영에 갈등과 번민을 하면서도 당원으로서 도리를 다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공천 심사도 끝난 후 새치기 접수 등 며칠간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지금의 이 당은 제가 사랑하던 그 당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 전 시장은 “이 당은 저를 인정하지 않으며, 제가 있을 곳도 아닌 것 같다”면서 “그러니 도민들이 아닌 저들에게 공천을 구걸하는 것은 구차한 일이며, 도민들이 아닌 저들이 저를 배제하게 놔두는 것은 더욱 모욕적인 일”이라고 했다.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송기섭 전 진천군수, 신용한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한범덕 전 청주시장 등이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당대표 시절 유입된 ‘뉴이재명’과 ‘올드 민주당 지지층’ 간 갈등 국면으로 어수선하다. 신용한 부위원장은 전자, 노영민 전 실장은 후자로 분류된다. 둘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충북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경선 분위기를 고조하며 공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라면서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고를 떠나서 이런 흐름이면 안 그래도 쉽지 않은 본선거가 더욱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충북은 민주당 소속 이시종 전 지사가 3선을 하고, 12년 만에 국민의힘이 지사직을 가져왔던 어려운 선거구”라면서 “중앙당이 충북을 우세지역으로 착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고 했다.
충북발 국민의힘 공천 파동과 관련해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경선이 옳은지, 전략이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면서도 “보통 혁신공천이나 전략공천을 하려면 당 중앙의 힘이 강할 때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여당은 대통령 힘이 셀 때, 야당은 제왕적 대표 소리를 들을 만한 강력한 당권이 확립돼 있을 때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면서 “지금 국민의힘 상황이 그런 상황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