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 차질은 생존 문제고, 에너지 대란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시장이 얻은 교훈을 묻자 전문가들의 대답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 전쟁으로 석유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확산됐다. 문제는 중동 전쟁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중동 내 에너지 시설이 다수 파괴되면서 당장은 석유 공급 차질이 몇 달 이어질 것 같다.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과거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강화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선 투자의 중심추가 ‘무형자산’에서 ‘대체 불가능한 실물자산’을 갖춘 업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는 대규모 실물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도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3일 NH아문디자산운용은 월간 보고서를 통해 ‘한국형 헤일로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헤일로는 대규모 실물자산을 보유해 기술 변화에도 가치 훼손이 적은 기업을 말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은 여전히 현실적인 리스크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각인하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관련주인 LNG(액화천연가스) 인프라, 대체 에너지 수송로 관련 해운·조선·방산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각국의 에너지 자립 가속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서 원전과 신재생 밸류체인도 반도체와 함께 수혜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산업재에 투자하는 대표 ETF(상장지수펀드)인 ‘State Street Industrial Select Sector SPDR ETF(XLI)’ 주가는 2025년 4월 10일 123.49달러에서 올해 4월 9일 172.19달러로 39% 올랐다. 반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담는 ‘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IGV)’ 주가는 같은 기간 86.49달러에서 76.64달러로 11% 하락했다.

실제 국내에서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들엔 헤일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건설·LNG 인프라·전력기기와 같은 업종이 대표적이다. ‘KRX 건설지수’는 중동 전쟁이 발발하기 하루 전인 2월 27일 1398.84에서 4월 9일 1741.05로 24% 상승해 업종별 KRX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LNG 인프라 기업으로 분류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는 올 초 4만~5만 원대를 횡보했는데 현재 7만 3000원대로 올랐다.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도 실적 상승세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국내에선 미국만큼 AI 소프트웨어 기업 회피 심리에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은 “헤일로 트레이딩은 앞으로도 계속 화두가 될 것 같다. AI 투자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금을 막대하게 썼는데 수익이 나오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SaaS 업체들에 대한 우려는 이미 정점에 달했고 지금은 옥석 가리기로 넘어가는 구간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환율 방어 관점 선택지 ‘수출주’와 ‘방어주’

환율 방어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수출주’와 ‘방어주’다.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원화 약세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방어주로는 내수 기반의 필수소비재·통신·유틸리티와 같은 업종이 꼽힌다. 이들 업종은 매출과 비용이 모두 원화로 발생해 환율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안정적이다.
김윤민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시장은 단순한 환차익보다 실적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모습”이라며 “환율 상승에 따른 일시적 수혜 기업보다는, 환율과 무관하게 꾸준히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재원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된다면 외국인이 최근 차익 실현했던 반도체를 필두로 한 대형주로의 수급 유입을 다시 기대해 볼만하다”라고 밝혔다.
여러 수혜 섹터를 필두로 국내 증시가 점차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중동 전쟁 이전부터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쳤는데 코스피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라며 “중동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급격히 지수가 다시 오를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