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업공개(IPO·상장) 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을 장기 보유하겠다고 약정하는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공모주 일부를 사전 배정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07년 홍콩에 처음 도입됐으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증시에서 주로 활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23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및 사전수요예측 허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7년 금융투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지 9년 만이다. 법안은 공포 6개월 이후인 10월 말에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무보유확약 제도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달리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 확약 여부·기간을 선택한다. 의무보유 기간은 상장일 이후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로 나뉜다.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2026년부터 적용)을 의무보유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시행되면,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6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확약한 기관에 우선 배정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중·장기 안정적 기관투자자를 미리 확보해 IPO 신뢰도를 제고하고, 상장 후 급격한 주가 하락 방지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의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2024년 IPO 77개 종목 중 74개(약 96%)에서 상장일 기관투자자 순매도가 확인됐다. 2023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IPO 103개 종목 중 59개는 상장 6개월 뒤 공모가 밑을 맴돌았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통해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 비율 미달 시 주관사가 나머지 물량을 강제로 떠안아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보다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장 평가상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식 유통물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코너스톤 투자자 사전배정 물량은 개인투자자 배정분(25%)이 아닌 기관 배정분(코스피 50%, 코스닥 15~35%)에 한해서만 조정된다.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에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까지 도입되면 장기간 묶이는 기관 물량이 더 늘어나고, 상장 이후 유통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락업(보호예수) 해제로 인한 오버행 우려 때문에 개선 방안이 논의됐던 적이 있다. 앞서 홍콩증권거래소는 코너스톤 투자자의 6개월 락업을 유지할지, 3개월 뒤 물량 절반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유연화할지를 놓고 시장 의견을 수렴했다. 다만 홍콩증권선물전문가협회 등 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후 주가 안정성을 이유로 기존 6개월 유지를 원했다. 이에 따라 홍콩증권거래소도 6개월 락업 체계를 유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아시아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및 국내 논의 동향’을 통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시장 평가 왜곡 가능성과 시장 투명성 저하 등의 위험도 존재한다”며 “먼저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서 거래를 진행하며, 코너스톤 투자자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주요 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에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에 대한 우려가 여러 가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취지는 단기적인 수요에 따라 주가가 오버 슈팅이 되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에 대해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로 인해 자금조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에 대해서는 감안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사전 정보제공 시 지켜야 할 행위 규제, 코너스톤 투자자 배정 상한, 이해상충방지체계 기준 등을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시행 이후에는 초기 가격 변동성은 완화되겠지만, 상장 이후 주식 유통물량 축소와 오버행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정보 불균형, 형평성 등의 문제는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추후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