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계를 강타했던 부실 저축은행 퇴출 사건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년간 대대적인 단속과 구조조정을 통해 무려 24개 부실 저축은행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들은 금융지주에 인수되는 등 새롭게 간판을 내걸고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솔로몬은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해 우리저축은행으로, 한국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해 하나저축은행으로 재탄생했다. 미래는 일본금융그룹 J트러스트 계열사 KC카드가 인수해 다시 문을 열었다.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하는 가교저축은행에 편입돼 새 주인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한주는 예나래, 토마토2는 예솔로 편입됐다. 예한별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진흥저축은행은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퇴출되거나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 중 예금액이 5000만 원을 넘는 고객은 7만여 명에 달했고, 3426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23곳의 5000만 원 초과 예금액은 총 4228억 원이다. 하지만 5000만 원 넘게 저축은행에 예금한 7만 1249명에게 반환된 개산지급금은 18.98%인 802억 원에 불과했다. 부실 저축은행에 5000만 원을 넘게 입금한 고객 1명당 약 481만 원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특히 부실 정도가 심각한 보해저축은행(2011.2.19. 영업정지)과 부산저축은행(2011.2.17. 영업정지)은 개산지급률은 각각 6%와 8%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1인당 피해액은 각각 715만 원과 738만 원에 이른다. 2012년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중에는 한주저축은행(14%)의 개산지급률이 특히 낮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실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 불법이 드러난 대주주나 임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비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 A 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한 진정서. |
▲ A 씨가 빌려준 A 씨 가족 명의 계좌로 입금된 대출금 내역. A 씨는 한주저축 임원이 대출금 5억 원과 3억 7000만 원을 입금한 후 돈을 빼갔지만 아직까지 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어 A 씨는 “1월 28일 권익위에 진성서를 접수했는데 관할 경찰서에서 벌써 연락이 왔다”며 “비록 김 대표는 구속됐지만 그 측근들과 전직 임원들은 고객 및 불법 대출 수법으로 수백억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돈으로 지금도 떵떵거리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에도 한주저축은행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7~8개 업체 계좌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대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 형식으로 입금한 뒤 자금세탁을 거쳐 200억~300억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담겨있어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A 씨의 진정서를 접수한 권익위는 내부 검토를 거쳐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이첩,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진정건에 대해 전직 한주 임원이었던 L 씨는 3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A 씨 대출건은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난해 한주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혐의가 드러났고, 사법처리도 마무리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가 최근 국민권익위에 진정서를 접수시킨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L 씨는 “진정서가 접수됐다면 권익위에서 판단해서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며 “당시 한주은행 등기임원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나한테 이런저런 문의가 들어오는데 더이상 알고 있는 것도 없고 대답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답했다.
김 대표의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한주저축은행 사태가 이번 진정 건으로 또 다른 비리사건으로 확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 김임순 한주저축 대표 |
재판부는 또 김 대표와 공모해 고객돈을 빼돌린 이 아무개 한주저축은행 여신팀장(45)에게는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5000만 원·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고, 한주저축은행에 예금주들을 몰아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기소된 브로커 양 아무개 씨(30)에게는 징역 2년2개월을 선고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총 600억 원대 불법신용공여와 수백억 원대 불법대출을 통한 횡령·배임 등 혐의로 대검 중수부 저축은행 합동수사단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검찰수사 결과 김 대표는 이 씨, 양 씨 등과 공모해 전산기록에는 입금기록을 남기지 않고 예금주의 통장에만 돈이 입금된 것처럼 표시할 수 있게 하는 은행 내부 전산프로그램인 ‘테스트 모드’를 이용해 고객예금 180억 4300만 원가량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대표는 무단으로 고객계좌에 있는 예금을 꺼내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이를 도운 직원의 입막음을 위해 예금 일부를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