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용수관로 통과에 협조하는 대신 광주시에도 산업시설과 일자리 등 상응하는 지역발전 사업이 마련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박 시장은 관로 설치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거나 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떼법’이라는 표현이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자신이 제시한 세 가지 사업을 모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도시와 첨단산업,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핵심적인 일”이라며 “그중 첫 번째는 신도시”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구상한 신도시는 광주역과 초월역 등 경강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택과 기업, 연구개발시설, 일자리를 함께 배치하는 자족도시다. 주택만 공급하는 택지개발 방식과는 구분하겠다는 설명이다. 박 시장은 “과거처럼 아파트만 짓는 신도시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있는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3만 호 신도시를 광주시 교통망 확충과도 연결했다. 그는 “대규모 주택개발이 추진되면 광역교통대책과 생활편의시설을 함께 마련할 수 있다”며 “3만 호 신도시가 만들어져야 광역교통망과 편의시설이 갖춰지고 광주의 지하철 시대도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도시의 구체적인 사업구역과 면적, 재원 조달 방식 등은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도시철도의 노선과 사업방식, 정부 협의 여부도 제시하지 않았다.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는 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로 거론됐다. 박 시장은 광주시가 통합용수 관로 통과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반도체·AI 관련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기업 유치 기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로 공사로 광주시민이 교통과 생활상의 부담을 지게 된다면 반도체 투자로 발생하는 일자리와 경제적 효과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세 가지 요구가 정부에 공식 협상안으로 접수됐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광주시가 공식적으로 공개한 통합용수 관련 요구안은 2025년 6월 관계기관에 전달한 8개 상생안이다.
당시 광주시는 △광주시 내 산업단지 조성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관로 노선 변경 및 국도 43·45호선 대체우회도로 활용 △경강선 연장사업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한강하류 6차 급수체계 조정사업 조기 완료 및 용수 증량 △지방상수도 비상연계 공급체계 구축 △지역 근로자·장비·자재·업체 우선 활용 △주민 및 토지주 의견 반영과 사업 진행상황 공유를 요구했다.
하지만 광주시의 2026년 6월 22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시 내 산업단지 조성 요구에 대해 “반영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별도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일부 사항에 대해 검토 또는 추진 예정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제시했다. 이번에 박 시장이 제시한 세 가지 요구는 기존 8개 상생안에 명시된 사업은 아니다. 기존 8개 요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 가지 사업을 추가한 것인지, 세 가지를 우선순위로 압축해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박 시장은 통합용수 사업과 관련한 공개 행동도 이어왔다.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6월 17일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흘 뒤인 19일에는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상생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 광주시는 통합용수 관로 가운데 광주시를 통과하는 구간이 약 25.6km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국가 반도체 산업에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광주시민의 상생 방안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원활한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광주시가 주장하는 희생은 관로 공사와 공사 이후의 교통 문제다. 박 시장은 이날 대형 관로 두 개가 광주시를 지나고 공사에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경안천 바닥에 매설 예정이었으나 집중호우 등의 문제로 경안천 둑을 따라 가는 공법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공사 과정에서 진동과 통행 불편이 발생할 수 있고, 관로 설치 이후 일부 매설 구간의 접근이 제한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가동되면 광주시를 통과하는 차량이 늘어 교통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통합용수 공급사업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 사업이다. 2026년 3월 한국수자원공사 자료 ‘실명제 사업내역서’에 따르면 ‘용인반도체 통합용수공급사업’은 2025년 12월 ‘타당성 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박 시장은 일회성 지원보다 광주시의 산업과 도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사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원금 몇 푼 더 받는 문제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도시와 첨단산업단지, 데이터센터는 광주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신도시는 개발 대상지 선정과 도시계획 절차, 사업시행자 지정, 광역교통대책, 사업성 검토 등이 필요하다. 첨단산업시설과 데이터센터도 부지와 전력 공급, 용수, 환경규제, 기업 수요 등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사업 관계 기관이 박 시장의 세 가지 요구를 통합용수 사업의 공식 협의 의제로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3만 호 AI 스마트도시를 빼놓고는 앞으로 박관열의 4년에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용수 관로 협의가 광주시의 도시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이어질지는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 달려 있다. 박 시장이 이날 밝힌 의지를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가 됐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jwp011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