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을 통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면서, 공소취소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현재 국회에 바라는 주요 현안 가운데 조작기소 특검법의 조속한 통과가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지난 8월 24일 “검찰의 조작기소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특검법을 처리하는 게 맞다”며 개인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는 과정에는 김 의원이 조작기소 의혹과 공소취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온 이력이 일부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자는 지난 2월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에서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김 후보자 인선 배경과 관련해 “그간 국회 법사위에서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주도해온 점뿐 아니라 공소취소 요구 모임을 이끌면서 조작기소 의혹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승원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공소취소 문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월 31일까지만 해도 검찰의 강압·불법 수사가 확인되면 검사가 공소취소를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3일에는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적인 권한이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장관 취임 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자 “장관이 돼서도 공소취소를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공소취소와 관련한 김승원 후보자 입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9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지명 때부터 ‘공소취소용 인사’라고 주장해온 만큼 과거 발언과 현재 입장의 차이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법의 핵심 쟁점인 공소취소 권한의 구체적인 판단을 법사위에 맡긴 상태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 24일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법사위 안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법사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공을 넘겨받은 민주당 법사위원들 사이에서는 공소취소 권한을 현행안에 그대로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 결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0명 가운데 공소취소 권한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밝힌 의원은 현재까지 박균택 의원 1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을 제외한 9명 가운데 5명은 해당 권한이 없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의원 4명은 여론을 더 지켜보거나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소속 한 법사위원은 통화에서 “현재 당내 여론을 종합하면 (조작기소 특검법안에서) 공소취소 권한은 빼는 것이 맞다”며 “당·청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서 조작기소라는 것이 밝혀지면 이후 공소취소 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작기소 규명과 공소취소를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사위 소속 김한규 의원(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은 지난 8월 27일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며 곧바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러면서 공소취소 규정을 빼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특검에서 조작기소 여부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판단하면 된다는 의견이 모두 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조작기소 특검법은 검찰이 이미 기소해 공소가 유지 중인 사건도 특검이 이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에 ‘공소취소 권한’이라는 표현이 직접 담긴 것은 아니지만 특검이 넘겨받은 사건의 공소를 유지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돼왔다.
신중론에는 특검을 통한 조작기소 의혹 규명과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끝내는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조작기소 의혹이 특검을 통해 사실로 충분히 확인된다면 이후 기존 형사사법 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큰 공소취소 권한까지 미리 특검에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에서도 공소취소보다 조작기소 여부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일 “조작기소를 이유로 공소 취소를 하려면 조작기소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조작기소 특검법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 시도’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 통과를 추진하더라도 공소취소 권한 부여까지 원안대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통화에서 “특검이 수사를 통해 조작기소 혐의를 밝히고 관련자들이 기소돼 판결까지 받아야 공소취소로 이어질 근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최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원안대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고, 이 대통령 지지율도 당시보다 크게 떨어졌다. 당 지도부나 청와대가 원한다고 해도 실제로 가능한지는 별개 문제로, 현실적으로 공소취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