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정몽준 의원의 자택 전경. 이 집은 공시가격만 46억여 원에 이른다. 최준필 기자
2조 원대의 감히 넘볼 수 없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서울시 동작구을)이 19대 국회의원 중 가장 비싼 집에서 살고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정 의원의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해도 46억 4547만 원에 이른다. 정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집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시 동작구에도 지난 2008년 12억 2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삼성래미안)를 구입했으며 이외에 경기도 하남시와 미국 보스턴(배우자 명의)에도 집을 소유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부산광역시 금정구)도 만만치 않은 가격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역구가 부산이라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에도 집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두 곳 모두 10억 원이 넘는 가격을 자랑했다. 특히 김 의원의 서울 거주지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3차는 공시가격만도 39억 2800만 원에 달하는데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실거래는 60억 원대를 이루고 있다”고 귀띔했다.
뒤를 이어 자유선진당 성완종 의원(충청남도 서산시 태안군)과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비례대표)이 20억 원대의 집으로 고가대열에 합류했다. 성 의원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대우로얄카운티5(22억 3200만 원)에, 류 의원은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21억 400만 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배우자의 명의였다.
이들뿐 아니라 나머지 26명의 의원들도 자신 또는 배우자 명의로 1억~17억 원대의 다양한 금액의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다만 1억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금액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의원들은 대체로 다주택 소유자인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고액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도 조사결과 몇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세연 의원(원 안)의 서울 거주지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3차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지역구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실제 지역구에 살지 않은 의원들도 수두룩했다. 지방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해당지역에 살지도 않으면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지적이 많이 들어온다. 본래 고향이 지방이면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역구에 살지 않는 의원도 꽤 된다”며 “때문에 지방에 전세나 월세로 집을 마련해 둔 의원이 많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의원들의 ‘서울사랑’이 극진하다는 점이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전월세나 배우자 명의를 빌려서라도 서울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있었는데 30명 중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경기도 화성시갑)과 민주통합당 신장용 의원(경기도 수원시을)만 서울에 집이 없었다.
물론 서울이라는 이름만 달고는 의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의원들은 고급주거지가 즐비한 강남구나 국회와 가까운 영등포구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는데 이는 지역구를 떠나 공통된 특징이었다. 민주통합당 장병완 의원(광주광역시 남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 의원의 경우 지역구에선 5000만 원짜리 전세아파트를 구했지만 서울에는 고급아파트를 마련해뒀다. 10억 원을 호가하는 강남구 일원동 목련타운아파트뿐 아니라 재계 인사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11억 8945만 원)도 소유하고 있었다.
한편 국회의원들은 한때 부의 상징으로 인정받았던 주상복합아파트는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소유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 몇 명만이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주상복합아파트를 꺼려했던 것은 비단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정 의원이 소유한 아크로비스타의 경우 17억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비슷한 금액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의원들도 수두룩한 것. 고급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타워팰리스가 만들어 놓은 화려한 이미지 때문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꺼려하는 성향이 약간 있다.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급빌라나 평수는 넓지만 대중적인 브랜드를 가진 아파트가 의원들 입장에선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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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선택한 차 “적당히 고급” 그랜저가 대세 19대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는 ‘그랜저 시리즈(54대)’, ‘카니발 시리즈(44대)’, ‘SM 시리즈(37대)’, ‘쏘나타 시리즈(24대)’, ‘제네시스 시리즈(22대)’, ‘에쿠스(20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그랜저가 에쿠스나 제네시스보다는 저렴하고 안정감이 있어서 의원들이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적당히 고급스러운 면도 인기 있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유세현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랜드 카니발’도 역시 인기 만점이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카니발은 9인승이기 때문에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의원들에게 유용하게 쓰인다”라고 귀띔했다. 본인 보유 차량이 2대 이상인 국회의원은 82명. 심지어 자신의 명의 차량을 4대 보유한 의원도 있었다. 새누리당 이채익(뉴그랜저, 마티즈, 카니발, 제네시스), 이종진(렉스턴, SM7, 베르나, 에쿠스), 정의화(SM7, 렉스턴, 그랜저XG, 뉴아반떼XD)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정의화 의원실 관계자는 “차량이 정의화 의원의 명의로는 되어 있지만 두 대는 둘째 아들과 막내아들이, 나머지 한 대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배우자 차량까지 합하면 차량을 두 대 이상 보유한 의원은 163명으로 늘어났다. 의원 중 일부는 자신의 차보다 배우자의 차가 더 많이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경우 자신 명의의 차는 한 대(제네시스)지만 아내의 명의로 5대(그랜저, 제네시스, K5, 베라크루즈 2대)가 등록되어 있었던 것. 정몽준 의원실 관계자는 “5대의 차량이 정몽준 의원의 아내 명의로 등록되어 있을 뿐, 가족들이 함께 차를 몰고 다닌다. 정 의원은 업무를 수행할 때 베라크루즈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보유의 차가 한 대도 등록되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여성 의원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47명의 여성 국회의원 중 15명이 본인 명의의 차가 없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은 업무수행용 차를 따로 리스해서 쓴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실 관계자는 “가격이 적당해서 카니발 리무진을 리스해서 사용한다. 올해 재산신고 때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6선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또한 차를 소유하지 않고 매번 차량 한 대를 리스해서 지방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한편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수입차를 보유한 의원은 극히 드물었다. 자기 명의로 수입차를 보유한 의원은 민주통합당 박민수 의원(아우디)이 유일했다. 박민수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이 되기 전에 구입한 차로, 의원이 되고 나서 차를 이용한 적은 없다. 현재는 차를 처분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우자까지 합한다면 수입차를 보유한 의원은 10명으로 늘어났다. 무소속 박주선, 민주통합당 박영선(렉서스), 새누리당 박상은(아우디), 이재영(벤츠), 민병주(BMW), 문정림(볼보)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298명의 국회의원 차종 중 경차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통합당 남인순 의원이 소유한 모닝이 유일했다. 두 의원은 그랜드 스타렉스나 그랜저를 한 대 더 보유하고 있었다. 1500㏄ 미만의 소형차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준중형차에 근접한 아반떼를 소유한 의원은 5명이었으나, 아반떼만 단독으로 소유한 의원은 새누리당 이현재, 한기호, 황진하 의원이 유일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경차는 유류비가 싸긴 하나 회의도 못하는 등 업무용으로 쓰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