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들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잇따르면서 괴담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소환 조사를 벌일 계획이며, 이 가운데 몇몇은 혐의가 입증돼 기소까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이승연 장미인애 등 일부 연예인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여자 연예인에 대한 검찰 소환설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고, 일부 연예인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면서 연예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를 맞이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검찰 수사의 관건은 과연 톱스타 K 씨가 검찰에 소환될지 여부다. 지난해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연예가에선 ‘강남 12공주’ 관련 괴담이 지속적으로 나돌았다. 당시 괴담의 핵심은 ‘대선’과도 깊은 관련성이 깊었다. 검찰이 대선 정국에서 여론 환기용으로 유명 연예인 관련 대형 사건을 터뜨릴 것이며 이를 위해 프로포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12공주’란 프로포폴에 중독됐다는 여자 연예인 열두 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 내부에서도 용의 선상에 오른 연예인들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대부분 성형이나 피부과 수술, 시술 등을 통해 프로포폴을 접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이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과 피부 등 유독 외모에 신경 쓰는 이들이라 검찰에선 ‘공주’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직접 받았던 에이미 역시 이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에이미는 “소환 조사를 받을 때 몇몇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다며 그들에 대해 아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연예인이 유죄까지 선고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프로포폴의 경우 투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의사의 정상적인 처방을 받고 투약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사의 정상적 처방 등의 합법적인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경로로 상습 투약하는 경우다. 그렇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프로포폴을 투약했을지라도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도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9월 연예계에 프로포폴 괴담이 나돈 까닭은 유명 연예인의 경우 소환만으로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단순히 소환 조사를 받은 장미인애와 이승연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동안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던 검찰 수사는 지난해 12월 불거진 소위 ‘브로커 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박 아무개 검사가 지난 2010년 9월 인지 수사 중이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피의자 A 씨에게 자신의 매형인 김 아무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소개한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의 프로포폴 수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검찰은 그 즈음 강남 일대 병원들을 압수수색해 프로포폴 불법 투약 실태에 대한 증거와 증언을 상당 부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에 연예인 장미인애와 이승연을 전격 소환 조사했다. 또한 검찰은 섹시 스타로 유명한 P 씨의 소환 시기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장미인애, 이승연 등 두 명의 연예인을 소환 조사했으며 앞으로 4~5명의 연예인을 추가 소환할 예정”이라며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고, 몇몇 관계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연예인 소환 조사 일정이 다소 늦춰지고 있지만 이미 구체적인 증거와 증언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터라 일부 연예인은 기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애초 괴담에서 나돌았던 ‘강남 12공주’와 검찰 소환 대상 연예인의 명단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이미 소환 조사를 받은 이승연을 비롯해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P 씨와 B 씨, 그리고 H 씨 등이 모두 ‘강남 12공주’ 명단과 일치한다. 이 가운데 H 씨는 검찰 수사 선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가장 주목했던 연예인이 바로 H 씨였지만 수사 초기에 ‘혐의 없음’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장미인애와 이승연이 연이어 검찰에 소환될 당시 일부 언론이 H 씨도 조만간 소환될 것이라고 이니셜로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강남 12공주’ 프로포폴 괴담이 나돌 당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연예인은 단연 여성 톱스타 K 씨였다. 장미인애와 이승연이 연이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며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K씨는 워낙 인기가 높은 톱스타인 터라 그가 검찰에 소환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K 씨는 검찰 소환 연예인 명단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설 연휴 기간에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다시 프로포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연예인들도 줄소환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은 장미인애와 이승연의 소환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추후 연예인 소환 조사는 비밀리에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범위 역시 예상보다 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강남 일대 유명 병원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연예인 외에도 상당수 유명인사들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의 프로포폴 수사는 이제 검찰의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강할수록 연예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