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대동하고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 2월 12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66·육사 28기)이 여의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등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 군의 무기거래에 관한 무기거래업체와 군 장성들의 커넥션 의혹도 점차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 후보자와 관련해 드러난 의혹만도 ▲서울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투기 의혹 ▲서울 노량진 우성아파트 편법증여 의혹 ▲경북 예천군 용문면 임야 편법증여 의혹 ▲충북 청원군 임야 투기의혹 ▲현역 재직 때 특정효소식품 홍보 의혹 ▲유사종교단체 ‘붓다필드’ 활동 논란 ▲부대 위문금의 개인계좌 관리 ▲금품수수 부하 봐줬다는 의혹 ▲부대공사 리베이트 의혹 ▲장남 근무회사의 국방부 대형사업 수주 논란 ▲배우자의 군납업체 ‘비츠로셀’ 주식 보유 ▲차남 특혜 취업 의혹 등 벌써 10여 가지가 넘는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김 후보자가 2008년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뒤 2010년부터 무기거래업체인 ‘유비엠텍’ 고문으로 2년간 활동한 경력이다. 김 후보자는 전역 후2010년 7월부터 2년간 총 2억 1000여만 원의 보수를 받고 유비엠텍 비상임 고문으로 일했다. 민주당 측은 “4성 장군이 무기중개업체에서 일하고 거액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결격사유”라는 입장이다.
유비엠텍은 무기중개업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정의승 씨(74)가 만든 회사다. 정 씨는 1993년 ‘율곡사업’ 관련 비리수사 당시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3억 원을 줬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던 인물로 지난 2011년에는 독일산 MTU사 엔진 수입을 중개하면서 100억 원에 달하는 로비 자금을 썼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 정 씨가 설립하고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이름도 올리지 않은 채 거액을 받고 일했던 셈이다.
유비엠텍은 독일 군수기업의 중개를 맡고 있는 업체로 지난해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수입파워팩(독일제) 도입 과정에서 43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김 후보자가 고문 자격으로 일했던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김 후보자는 유비엠텍 경력과 관련해 “독일 회사(MTU)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한정해 자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독일 MTU와 유비엠텍의 합작회사 설립은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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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언급한 ‘육사 출신’이란 확인 결과,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유비엠텍 상임고문을 맡았던 A 장군이었다. 육사 30기 출신인 A 장군은 회사 내에서 ‘사장님’으로 불릴 만큼 관련 사업에 깊숙이 참여했다고 한다. 육사 2기수 선배인 김 후보자는 A 장군이 사장으로 불릴 당시 유비엠텍의 비상임 고문으로 함께 일했던 것이다.
앞서의 예비역 대령은 “김 후보자가 무기중개 과정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군 장성들 모임에 참석해 얼굴을 비치고 관련자들에게 한마디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K2전차에 수입파워팩을 도입하는 문제는 지난 2010년부터 관심사였다. 당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국내 업체 2곳이 국산파워팩 양산에 힘쓰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테스트 과정에서 몇몇 결함이 발견됐고 이로 인해 2012년 4월 독일산 수입파워팩을 적용키로 결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지적되기도 했다. 국방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2011년까지만 해도 국산화에 매진하던 방위청이 2012년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독일산 파워팩 수입 쪽으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중개업체가 개입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밝혔다.
당시 실제 국산파워팩 생산에 참여했던 S&T중공업 한 관계자는 “당시 K2전차 국산파워팩은 미션 부분은 우리가 만들고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들었다. 현재 우리 쪽은 실제 양산에 들어가도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국방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지형에서 전차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군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정작 핵심은 K2전차 배치로 얼마만큼 병력을 감축시킬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퇴역 장교는 “군 장성과 무기중개업체의 커넥션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4성 장군이 실제 업체에 직함을 두고 일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걸로 안다”라며 “장관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해명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결국 연기했다. 한 언론사 사회부 기자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역시 무리하게 버티다 헌법재판소의 ‘특정업무경비’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나. 김 후보자 역시 적절한 대처와 해명이 없다면 자칫 무기중개업체와 군 장성들의 어두운 뒷이야기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