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성폭행 의혹 사건은 약물 감정 결과 등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준선 기자
# 박시후와 A 양은 왜 만났을까?
이번 성폭행 사건의 발단은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2월 14일 밤 청담동 소재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의 술자리였다. 애초 술자리는 이날 밤 11시경 박시후와 후배 신인배우 K 씨, 그리고 연예인 지망생 A 양 등이 모여 시작됐다. 이날 술자리에서 K 씨가 박시후에게 A 양을 소개했는데 K 씨와 A 양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선후배 관계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K 씨가 박시후에게 A 양을 소개한 까닭은 무엇일까. 첫 번째 가능성은 이성적인 만남을 주선하는 소개팅이었을 수 있다. 이날이 밸런타인데이인 까닭에 애인이 없는 선배 박시후에게 K씨가 잘 아는 후배를 소개해주는 자리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서로 호감을 느껴 마음을 나눴다”는 박시후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스타 반열에 오른 박시후에게 A 양을 데뷔를 앞둔 연예인 지망생으로 소개하는 자리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데뷔한 신인 배우 K 씨가 박시후에게 데뷔를 앞둔 A 양을 연예계 선배로서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였을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이렇게 만났을지라도 술을 마시며 서로에게 호감이 생겼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이성적인 만남을 위한 소개팅과는 분명 다른 의미의 술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 두 개의 CCTV에서 A 양의 상태가 다른 이유는?
이번 사건에선 두 개의 CCTV가 사건의 열쇠를 풀 증거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문제의 실내포장마차 CCTV이고, 또 하나는 박시후의 집 주차장 CCTV다.
문제는 두 화면에서 A 양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포장마차에서 나올 당시 A 양은 혼자서 걸었다.
하지만 박시후의 집 주차장 CCTV에선 A 양이 K 씨에게 업혀서 나왔다. 이들은 다른 곳에 들러 술을 더 마시지 않고 곧장 박시후의 집으로 향했고, 거리도 차량으로 1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포장마차 CCTV를 보면 만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A 양의 주장은 신빙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박시후의 집 주차장 CCTV는 반대로 A 양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불과 10여 분 사이에 A 양의 상태가 급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술을 많이 마신 경우 술자리에선 정신력으로 버티지만 히터를 틀어 놓은 차량에 탑승하면 급격히 취기가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A 양 역시 이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포장마차에서 이들은 홍초소주 두 병을 마셨다. 박시후는 거의 술을 못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K 씨는 술자리가 끝난 뒤 직접 운전을 했다. 결국 홍초소주 두 병 가운데 상당 부분을 A 양이 홀로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A 양의 주량에 따라 다소 많은 양이 될 수도 있다.
두 개의 CCTV 화면이 상반된 모습을 보인 A 양의 상태에 비춰볼 때 또 다른 추론이 등장한다. 행여 박시후나 K 씨가 A 양에게 몰래 약물을 투약했을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A 양이 술에 만취한 것이 아닌 약물에 취해 10분 만에 정신을 잃었을 수 있다.
A 양 역시 경찰조사 과정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10분 사이에 급격히 정신이 혼미해져 자고 일어나니 박시후의 집이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주량 역시 홍초소주 두 병을 나눠 마시고 취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혹시 A 양에게 마약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이나 최음제, 수면제 등이 투여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A 양의 머리카락과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 서부경찰서 윤태봉 형사과장은 “강간 사건에서의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만약 국과수 감정 결과 A 양의 몸에서 약물 반응이 나올 경우 박시후에게는 성폭행 혐의가 짙어질뿐더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까지 더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극적 합의 VS 특수 강간
대부분의 연예인 성폭행 피소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 취하로 마무리된 전례가 많았다. 성폭행 사건은 친고죄라 피해자가 소를 취하하면 수사도 즉시 종결된다. 물론 재판까지 가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성폭행 혐의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결백할 지라도 거듭된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와 재판 과정이 부담스러워 ‘합의’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박시후 역시 A 양과의 전격적인 합의를 통해 소가 취하될 가능성은 있다. 사건 이후 박시후와 K 씨, A 양 등이 비밀리에 만났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지만 박시후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관건은 K 씨의 개입 여부다. A 양은 박시후와 함께 K 씨까지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이 성관계 당시 정신을 잃고 있었다고 주장한 만큼 박시후와 함께 K 씨도 A 양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이 부분은 A 양이 서부경찰서를 찾아 원스톱센터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에서 성폭행 검사를 받은 결과가 나오면 K 씨의 개입 여부도 드러날 전망이다.
행여 A 양의 고소 내용처럼 박시후와 K 씨가 모두 성폭행에 가담했다면 합의에 의한 소 취하가 불가능해진다. 2인 이상이 합동해서 강간의 죄를 범한 경우 특수강간죄가 된다. 이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할지라도 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 24일 박시후를 상대로 한 피고소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관련 증거와 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따라서 국과수에 의뢰한 감정 결과 및 A 양이 경찰에 신고한 직후 인근 병원에서 이뤄진 성폭행 검사 결과 등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