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왼쪽)과 고영욱은 법적 문제 외에 언론 관리에도 법무법인의 힘을 빌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연예인들의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솟았다.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법적 분쟁은 치명적이다. 편당 수억 원의 CF 계약을 맺던 연예인들이 하루아침에 누구도 찾지 않는 ‘깡통’이 돼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필수다. 때문에 점점 더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현재 연예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배우 박시후와 고영욱 역시 법무법인의 힘을 빌리고 있다. 전 소속사와 계약 만료 직후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박시후는 법무법인 푸르메를 통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언론 관리 역시 그들의 몫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고영욱의 2차 공판이 끝난 직후에는 담당 변호인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응대했고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변호사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인 만큼 연예인 사건 담당 변호사들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다. 간혹 기자들을 피하는 변호사도 있다. 이런 경우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와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언론과 불가원불가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변호사는 다수 연예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며 언론 대처에 적절히 응하기로 유명하다.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됐던 배우 주지훈의 사건을 맡았을 때 이재만 변호사는 먼저 자신의 사무실로 취재진을 불러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재만 변호사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양심을 속일 수 없는 주지훈이 자백했기 때문에 기소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몇몇 보도와 댓글을 보면 주지훈이 마치 마약파티를 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때문에 기자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해 추측성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이 알려진 후 주지훈에 대한 반대 여론은 대폭 줄었고 군복무를 마친 주지훈이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다른 연예인에 비해 일찍 연예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는 연예인 사건을 다룰 때 필수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잘못된 언론 대처로 연예인의 이미지가 실추된 경우도 있었다. 몇 해 전 개인사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2년 넘게 법정 싸움을 이어온 여배우 A. 그녀는 당시 오빠의 지인을 통해 변호사 B를 소개받았다. 연예 사건을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었지만 “믿고 맡겨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B는 시작부터 초보적인 실수를 남발했다. 공개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꺼내 기사화되는 일이 발생했고 보도된 기사를 두고 담당 기자와 설전을 벌이다가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결국 A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몇몇 악의적인 기사 때문에 고통받아야 했다. A 측 관계자는 “B는 소송이 끝난 후에도 사건 기록을 곧바로 넘겨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우리의 뜻은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연예인이 관련된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과 다를 수밖에 없다. 재판 과정이 경마 중계처럼 보도돼 대중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반면,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오해를 받으면 재판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건 당사자다. 잘못된 보도 하나로도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의뢰인인 연예인은 법원 밖 상황의 관리까지 원한다. 이재만 변호사는 “연예인은 예민하고 감성적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이미지를 지키지 못하면 재판이 끝나고 혐의를 벗어도 원상회복이 어렵다. 때문에 무죄추정원칙에 의거해 해당 연예인이 대중의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재판에 회부된 연예인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죗값을 치른 후 연예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는 것도 담당 로펌의 몫이다. 이 변호사는 “연예인의 경우 같은 죄를 지어도 일반인에 비해 더 가혹한 비판에 시달릴 때가 많다. 만약 죄가 있다면 그 죄에 해당하는 만큼만 처벌받도록 하고 사건이 과장되게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로펌 수요 급증세 연예인 전문 1호 ‘전원책’ 연예인의 몸값이 올라가고 연예인과 연관된 산업이 발달하면서 개인사뿐 아니라 소속사와 불화, 사업 분쟁 등 소송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연예 전문 로펌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연예인 전문 변호사 1호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한 전원책 변호사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시인 출신인 전 변호사는 문화계에도 발이 넓어 배우 이미숙과 배두나의 변호인을 맡은 적도 있고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와 소속사 간의 손해배상소송을 담당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변호를 넘어 연예인 전문 로펌의 시초는 법무법인 두우의 청담 사무소라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설립한 두우는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가수 싸이의 병역기피 의혹을 비롯해 가수 백지영의 비디오 파문, 가수 박효신의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등 굵직한 사건을 다수 맡았다. 최근에는 국내 5내 로펌에 속하는 법무법인 세종과 화우가 연예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종은 SM엔터테인먼트와 장기간 법정 다툼을 벌인 그룹 JYJ를 변호해 화제의 중심에 섰고, 화우는 현재 진행 중인 강지환 사건 외에 톱스타 비, 박해진 등의 변호를 맡았었다. 얼마 전에는 화우가 박시후 사건을 의뢰받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 발전될수록 분쟁도 많아질 것이고, 더불어 전문 로펌 역시 늘어날 것이다. 대중에 노출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변호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