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패밀리 레스토랑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마다 저렴한 세트메뉴를 출시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 ||
혹시나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에 가격만 비싸다고 걱정부터 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패밀리 레스토랑은 불황탈출을 위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하고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빅4’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아웃백), 빕스, T.G.I.프라이데이스(T.G.I.), 베니건스가 펼치는 ‘대결 맛 대 맛’을 따라가봤다.
“블루오션을 찾아라.”
외식업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은 장기간 경기침체로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였고 국내 대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여기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주 고객 층이었던 여성들도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고 한다. 이는 곧바로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빅4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러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이 달라지고 있다. 이것은 업계 ‘부동의 1위’ 아웃백도 마찬가지다. 1988년 미국에서 시작돼 1997년 한국에 들어온 아웃백은 현재 매출액, 점유율, 매장 수 등 거의 전 부문에서 1위다.
하지만 아웃백도 지난해 실적은 썩 좋지 않았다. 오히려 후발주자인 빕스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여야만 했다. 일부 경쟁사에서는 “아웃백 스테이크는 맛이 떨어진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아웃백은 “스테이크를 만드는 데 드는 모든 재료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다”며 “스테이크의 참맛은 아웃백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최근 아웃백은 홍보에 부쩍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톱스타 현빈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경쟁사에서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19일부터는 아홉 가지 런치세트를 선보였다. 아웃백에 따르면 이번 런치세트는 웰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볶음밥과 김치가 함께 제공된다. 업계에서 최초로 런치세트를 도입했다는 아웃백은 새로운 런치세트로 인해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격은 1만 3500원부터 2만 6900원까지 다양하다.
CJ푸드빌에서 운영하고 있는 빕스는 빅4 중 유일한 토종업체다. 지난 1997년 1호점인 등촌점에서 영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 82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매장 수로만 따지면 아웃백에 이어 2위. 사업 초기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2005년부터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빕스 관계자는 “우리가 업계 1위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외국계와 매출액을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 아웃백에 뒤진 것이지 실제로는 아웃백에 앞선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아웃백에서는 “무슨 소리냐. 어떤 식으로 하든 우리가 일등”이라고 반박했다.
빕스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뷔페식인 샐러드바 때문이다. 샐러드바는 웰빙 바람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빕스는 대부분 매장을 ‘프리미엄 빕스’로 전환했다. 이곳에서는 수제 요구르트, 산나물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음식에 나트륨 사용을 최소화했을 뿐 아니라 테이블 위에 소금 대신 식초와 올리브유를 배치했다.
빕스는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올해 1위 등극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빕스가 샐러드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빕스 측은 “스테이크 및 기타 요리들도 다른 곳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국내업체에서 만든 것인 만큼 한국인 입맛엔 더 잘 맞을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빕스는 올해 도토리묵밥 해물덮밥 군밤 등 한국형 메뉴를 선보였다. “토종업체다운 메뉴를 더욱 많이 출시할 것”이란 게 빕스의 설명이다. 또한 올해 돌잔치가 많을 것에 대비해 돌잔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빕스에서 돌잔치를 하는 고객에게는 돌잡이용품을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케이크와 현수막을 제공해준다.
롯데 계열 푸드스타가 운영하는 T.G.I.는 국내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지난 1992년 양재점을 시작으로 현재 48개의 매장이 있다. 비록 지금은 아웃백과 빕스에 밀려 업계 3위지만 국내 외식 산업을 선도했다는 공로는 인정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도 “새로운 외식 문화를 소개한 것에 대해서는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T.G.I.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바로 ‘퍼피독서비스’. 이것은 종업원이 손님으로부터 주문을 받을 때 손님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 매장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그러나 T.G.I.의 실적은 갈수록 하향세다. 회사 측에서도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지난 3월 3일부터 선보인 ‘쓰리코스밀’이다. 이것은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로 구성된 코스메뉴인데 양은 줄지 않았으면서도 가격은 1만 4000원으로 다른 업체의 코스요리보다 비교적 저렴하다.
오리온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니건스는 1995년 국내에 들어왔다. 현재 전국 29개 매장이 있다. 역사에 비해 매장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음식산업은 신뢰가 중요하다”며 “고객들에게 믿을 만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베니건스는 한때 T.G.I.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업계 4위다(매장수 기준). 하지만 “올해는 뭔가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이제, 우리는 그들과 다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것도 다른 곳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일환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대신 ‘쉐프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실력 있는 요리사를 양성해 고객이 주문하는 순간 바로 요리를 시작해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 최초로 쉐프 스쿨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건강한 메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 생크림→두유, 설탕→꿀, 마요네즈→요거트, 식초→레몬으로 재료를 바꿨다. 베니건스는 “칼로리와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맛은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