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안심시켜라.”
스낵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지난 2월 ‘쥐머리 새우깡’이 발견된 이후 농심 스낵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는 하지 않았지만 쥐머리 새우깡 발견 이후 판매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쥐머리 추정 이물질이 발견된 새우깡은 일반 새우깡이 아닌 ‘노래방 새우깡’이다. 지난 1998년 출시된 노래방 새우깡은 기존 제품보다 양을 네 배 이상 늘렸고 소비자가격도 3200원이다. 전체 새우깡 매출액에서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노래방 새우깡은 생산과 판매가 중단된 상태. 지난해 새우깡 1년 매출액이 600억 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약 150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또한 이 여파가 일반 새우깡에도 미치고 있어서 새우깡 매출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농심에서는 “당장은 타격을 받겠지만 업계 1위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경쟁업체들과 점유율 차이도 많이 날 뿐만 아니라 농심에는 새우깡 이외에도 히트상품이 많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농심에서 출시하고 있는 스낵은 50여 가지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양파링 감자깡 고구마깡 자갈치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제품이 즐비하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종류가 많은 농심스낵이 사랑받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경쟁업체에서는 새우깡의 상징성을 거론하며 “농심이 실추된 이미지를 되살리지 못하면 다른 제품들도 연쇄적으로 부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심의 고민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들에게 농심스낵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것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 농심 측은 그 일환으로 지난 3월 27일 “고객안심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는 원자재부터 운송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농심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다섯 명의 자문단을 선정했다”면서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초코파이와 카라멜(캐러멜)로 유명한 오리온은 지난 1976년 오징어땅콩을 앞세워 스낵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20%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낵은 총 12종류. 업계 1위인 농심은 물론 3위인 크라운보다도 적다. 하지만 ‘포카칩’이라는 걸출한 히트상품 덕분에 스낵시장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우깡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포카칩을 꼽기도 한다. 지난해 오리온 스낵의 판매량을 살펴봐도 포카칩은 단연 1위였다. 오징어땅콩과 스윙칩 오감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부 경쟁업체에서는 오리온 스낵의 종류가 적은 것을 약점으로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우리는 대부분의 스낵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응수했다. ‘소수정예’라는 주장이다.
언뜻 보기에 오리온 입장에서는 최근 ‘쥐머리 새우깡’ 사건을 ‘호재’로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업계 1위를 노려볼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이에 대해 스낵업계 인사들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오리온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단지 농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스낵시장 전체로 퍼질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스낵제품에 국내 최초로 100% 순수 해바라기유를 사용했다. 해바라기유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키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특히 스낵의 문제점이라고 지적돼왔던 포화지방 수치를 대폭 낮췄다고 한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오리온 스낵을 살펴보면 제품 겉면에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리온에서는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스낵시장 점유율 3위 크라운은 지난 2005년에 제과업계 2위였던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스낵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려 오리온을 바싹 추격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태제과를 인수한 후 점점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올해 스낵시장에서 2위로 올라설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크라운에서는 제과 중 스낵시장은 신경을 덜 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한다. 빅파이 산도 초코하임 웨하스 등 크라운을 대표하는 제품은 스낵이 아니라 비스킷이나 파이류였다. 하지만 크라운은 향후 스낵시장이 가장 큰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스낵제품에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72년 죠리퐁을 출시하며 스낵시장에 뛰어든 크라운은 현재 총 19종의 스낵을 선보이고 있다. 판매량으로 보면 이 가운데 죠리퐁과 콘칩이 선두권이다. 업계에서는 “크라운에서 나오는 과자의 맛은 너무 심심해서 일정 부분 이상 치고 올라가기 힘들다”라고 충고한다. 이에 대해 크라운 측은 “우리 스낵에는 MSG(화학조미료)를 넣지 않는다”며 “순한 맛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 어떤 업체보다도 ‘충성고객’이 가장 많은 곳이 크라운”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새우깡 포카칩에 필적할 만한 대형 히트상품이 없다”란 경쟁사의 평가엔 할 말이 없어 보인다.
크라운은 최근 스낵제품의생산과 유통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느낀 듯 “우리는 거의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만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고객의 불편신고를 ‘클레임 전담반’이 맡아서 하던 것을 개선해 모든 직원이 처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크라운 관계자는 “적어도 유통과 생산 공정에서는 국내 업계 중 가장 믿을 만한 곳”이라고 자평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