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진행 중이다. 기나긴 국외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9개 구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전력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려 한다. 많은 야구관계자는 입을 모아 “올 시즌도 삼성의 독주가 예상된다”며 “그러나 4강 팀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모 구단 단장도 “올 시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며 “희비가 엇갈리는 팀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뜨는 팀’은 어디고, ‘지는 팀’은 또 어디일까. 야구전문가 대부분은 넥센을 뜨는 팀으로, 롯데를 지는 팀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올시즌 넥센이 일을 내도 크게 낼 것 같다.”
지난 2월.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해 여러 팀의 스프링캠프를 살펴봤다. 그 가운데 이 위원을 가장 놀라게 한 팀은 바로 넥센이었다. 먼저 타력이다.
이 위원은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뿐만 아니라 6번 이후의 하위타선과 1, 2번 테이블세터진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넥센 타선을 칭찬하고서 “타력만 놓고 본다면 넥센의 방망이는 9개 구단 가운데 최상위권”이라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스프링캠프에서 넥센 타자들은 시쳇말로 펄펄 날았다. 애초 지난해 정규 시즌 MVP 수상자 박병호는 ‘2년 차 징크스’가 우려됐다. 하지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7번의 연습경기에서 18타수 9안타 타율 5할을 기록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9안타 가운데 홈런은 2개나 됐다.
지난해 신인왕 서건창도 ‘2년차 징크스’를 빗겨갔다. 서건창은 6번의 연습경기에 출전해 21타수 8안타 타율 3할8푼1리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나 서건창은 스프링캠프에서 심재학 작전코치의 도움을 받아 주루능력이 향상되며 ‘지난해보다 주루가 깔끔해졌다’는 평을 들었다.
‘주포’ 이택근이 부상에서 회복됐다는 것도 넥센엔 좋은 뉴스다. 무엇보다 이성열, 유한준의 각성이 눈에 띄었다. 2010년 두산에서 뛸 때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한 이성열은 그러나 그 해를 마지막으로 하향세를 탔다. 결국 지난해 두산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이성열은 ‘올 시즌을 마지막 승부처’라 생각하고,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그런 그를 보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선발 출전시킬 테니 자신감을 가지라”며 격려했다.
노력과 격려가 통한 것일까. 스프링캠프에서 이성열은 타율 2할5푼을 기록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하며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유한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부상 여파로 타율 2할4푼, 3홈런, 25타점으로 몹시 부진했던 유한준은 이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선 27타수 9안타 타율 3할3푼3리, 4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염 감독은 “이성열, 유한준이 살아나야 중심타선에 쏠린 무게감이 분산돼 상대 투수를 더 괴롭힐 수 있다”며 “포수 박동원의 타격도 좋아 올 시즌은 하위타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넥센의 중심타선은 타율 2할8푼3리, 242타점을 합작하며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다. 반면 하위타선은 타율 2할1푼7리로 가장 약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선 중심타선과 하위타선 모두 리그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 투수진 업그레이드에도 성공한 넥센
넥센 염경엽 감독이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포수 최경철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장효훈은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무명 투수다. 지난 시즌에도 21번이나 등판했지만, 데뷔 첫 승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와 뚝 떨어지는 커브가 일품이다. 들쑥날쑥한 제구만 잡는다면 한 시즌 7, 8승은 무난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장)효훈이가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했다”며 “제구도 눈에 띄게 좋아져 올 시즌 붙박이 선발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좌완 강윤구 역시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거듭 중이다. 3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강윤구는 4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시즌 9이닝당 5.30개에 이르던 볼넷도 이날 경기에선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강철 넥센 투수코치는 “전체적으로 제구가 상당히 향상됐다”며 “리그를 압도할 새로운 좌완 선발투수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염 감독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벤 헤켄 그리고 김병현의 몸 상태도 최상”이라며 “초보 감독인 나만 항상심을 잃지 않는다면 포스트 시즌도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사실 야구계가 넥센의 4강행을 예상하는 가장 큰 배경은 염 감독의 리더십이다. 염 감독은 초보감독이라곤 믿기지 않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 중 팀을 하나로 묶었다. 특히나 ‘공부하는 코칭스태프’를 구호로 내걸며 각 파트 코치들에게 끊임없는 연구를 강조했다. 그 덕분일까. 요즘은 선수들도 학구열에 불타 있다는 후문이다.
# ‘지는 팀’ 롯데
롯데 김시진 감독이 올 시즌 주장을 맏게 된 조성환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이대호에 이어 올 시즌엔 홍성흔도 보이지 않는다. 거포 부재가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1번 타자 김주찬이 KIA로 떠나며 테이블세터진에도 이상이 생겼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혔던 전준우, 손아섭도 걱정이다. 대표팀 경력이 전무했던 이들이 과연 WBC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할지 의문이다. 전체적으로 2008년 이후 롯데 타선이 가장 약해졌다는 느낌이다.”
물론 롯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장성호와 조성환이 9타수 5안타, 박준서와 김대우가 타율 4할대의 괴력을 과시했다”며 “이적생 장성호와 ‘비장의 무기’ 김대우가 홍성흔, 김주찬의 공백을 잘 메워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롯데가 치른 7번의 연습경기 상대는 주로 일본 프로야구 2군팀이나 두산이었다. 타자들의 타격감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대였다는 뜻이다.
모 구단 전력분석원은 “시범경기만 놓고 평가하자면 롯데 투수진도 크게 강해진 것 같진 않다”고 귀띔했다. 선발진이 그렇다.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롯데 에이스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은 3월 8일 SK와의 시범경기에서 2이닝 동안 5안타를 맞으며 5실점했다. 14일 삼성전에서도 3⅔이닝 5안타 4사구로 3실점하며 우려를 낳았다.
가뜩이나 롯데는 투수 스캇 리치몬드가 갑작스러운 무릎부상으로 퇴단하며 외국인 선수 자리가 하나 비어있다. 공익근무요원에서 돌아온 ‘포크볼러’ 조정훈도 6월까진 1군 무대에 설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롯데 선발진에서 믿을 투수라곤 송승준뿐이다.
물론 롯데는 “선발진은 그렇다손 쳐도 불펜진은 우리가 최고”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롯데는 정대현, 김사율, 강영식, 이명우 등 최고의 불펜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다 홍성흔,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각각 김승회, 홍성민을 영입하며 불펜이 한층 강해졌다.
하지만, 롯데는 2008년부터 강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5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왔던 팀이다. 갑작스럽게 팀 컬러가 변할 순 없는 법이다.
야구계는 선수단 전력을 제외하고,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모 야구해설가는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김시진 감독은 감독으로선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다. 게다가 마음이 약한 지도자로 소문나 있다. 김 감독이 지난해부터 팀 전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롯데를 어떻게 되살려낼지 궁금하다. 거기다 전국에서 가장 야구열기가 뜨겁고, 팀 성적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부산에서 과연 김 감독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구단 고위층의 간섭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시범경기까지의 흐름만 본다면 자칫 김 감독이 롯데 부진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10구단 KT 직원 빼가기 더티플레이 김성근 뿔났다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다른 팀 스카우트도 비슷한 소릴 했다. “NC만 해도 KT 같은 지탄받을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존 구단들로부터 각종 견제를 받았다. 지금처럼 KT가 더티플레이를 계속한다면 NC보다 더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 구단들로부터 KT가 비난받는 이유는 하나다. 다른 팀 현직 프런트를 빼가기 때문이다. 3월 초, ‘외국인 스카우트와 신인 발굴에 있어 한국 최고’로 꼽히는 모 구단 직원을 빼간 게 시작이었다. 당시 모 구단은 언짢은 기색을 나타내면서도 신생구단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모 직원 역시도 처신을 잘해왔던 까닭에 원소속구단과 마찰 없이 KT로 말을 갈아탔다. 하지만, KT가 다른 팀 현직 프런트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여기저기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 구단 직원은 “어느 컨설팅회사로부터 ‘KT의 의뢰를 받고 연락을 하는 것이다. 정규직을 시켜줄 테니 KT로 올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KT는 독립구단 프런트에도 눈독을 들였다. 3월 중순 KT는 원더스 스카우트를 몰래 영입했다. 김성근 원더스 감독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 크게 화를 냈다. KT 관계자가 김 감독을 찾아가 사과하는 통에 일단락이 됐지만, 원더스 측은 “우리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면 전향적으로 판단했을 텐데, 왜 뒤에 숨어서 그렇게 일을 추진했는지 모르겠다”고 서운해 했다. 김 감독은 KT의 이런 행동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야구판의 상도덕을 깨는 행위”라면서 “시즌 종료도 아닌 개막이 코앞인데, 어떻게 중간에 스카우트를 빼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엄연히 감독이 존재하는데도 공식적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 그 스카우트를 따로 만나 영입을 시도하려 했던 부분이 화가 난다고 설명했다. NC는 창단 시 “기존 구단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겠다”며 프런트를 구성할 때 다른 구단 직원들은 거의 영입하지 않았다. 2011시즌이 끝나고서야 영입에 들어갔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시즌을 앞두거나 시즌 중 다른 팀 직원을 빼가지 않는다는 건 ‘무언의 약속’이다”며 “KT가 그 약속을 깨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
매니 라미레즈 한국행 무산 왜? 빅리그 거물? “흘러간 물” 그런 그가 올 시즌 대만 프로야구에서 뛴다. 3월 13일 대만 주요언론은 ‘라미레즈가 중화직업봉구대연맹(CPBL) 소속의 EDA 라이노스에서 11월까지 8개월간 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EDA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올 시즌 라미레즈는 우리 팀 선수”라고 발표했다. 라미레즈의 몸값은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다. EDA는 “CPBL 관례에 따라 월봉으로 2만 5000달러(약 274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창 때 라미레즈 연봉이 2000만 달러(약 220억 원)였음을 상기하면 월봉 2만 5000달러는 거의 무료봉사 수준이다. 라미레즈도 이를 의식했는지 “대만행을 결정한 건 돈 때문이 아니라 야구 열정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라미레즈가 대만까지 온 건 그를 받아줄 리그가 없기 때문이었다. 라미레즈는 2009, 2011년 두 차례나 금지약물복용이 발각되며 메이저리그에서 퇴출됐다. 한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뛰며 재기를 시도했지만, 빅리그 팀들은 ‘금지약물복용자’로 낙인 찍힌 그를 영입하지 않았다. 라미레즈는 일본 프로야구 문을 두들기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발목을 잡으며 일본행이 좌절됐다. 그렇다면 어째서 라미레즈는 CPBL리그보다 규모가 큰 KBO리그는 노크하지 않은 걸까. 모 구단 스카우트는 “라미레즈 에이전트로부터 ‘한국에서 뛸 수 있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몸값도 적당하고, 무리한 요구도 없었다. 하지만, 라미레즈의 나이가 42세라는 점, 현장 지도자들이 타자보단 투수를 원한다는 점, 과거 금지약물 복용 경력이 있다는 점 등이 걸려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만에서 뛰게 됐다’는 소릴 들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