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0억 원대이던 수영복 시장은 레저 활동, 다이어트 등으로 수영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해외여행인구가 늘어나고 실내수영이 가능한 테마파크 등이 생겨나면서 수영은 사계절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동인스포츠는 1981년에 아레나를 프랑스에서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반엔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980년대 후반 1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 수영복 시장의 ‘지존’으로 군림해왔다. 지난해도 점유율 45%가량으로 자리를 지켰다. 동인스포츠는 아레나의 인기 비결에 대해 “올림픽 등에서 여러 차례 공식수영복으로 선정되는 등 품질과 디자인에서 타사를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아레나의 점유율은 다소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한때 60%를 넘던 것이 지금은 40%대로 내려간 것. 경쟁사에서는 “아레나 수영복이 한국인 체형에는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예전처럼 인기를 끌기는 힘들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동인스포츠는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가 커지면서 점유율이 조정된 것일 뿐이다.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동인스포츠는 올해 비키니와 치마가 한 세트인 신제품 ‘AKSSR’ 시리즈를 선보였다. 최근 20~30대 여성들이 일반적인 비키니보다는 치마와 함께 입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출시하게 됐다고 한다.
동인스포츠는 국내 최대의 게임리그인 ‘MSL’을 후원 중이다. 젊은층에게 아레나 수영복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국내 수영 유망주들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회사 관계자는 “수영전문 브랜드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만큼 수영선수 육성에도 힘써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노마를 판매하고 있는 우인실업은 1982년에 설립돼 독자적으로 수영복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자사 브랜드 ‘ETUDE’를 출시해 유럽에 수출하기도 했다. 우인실업의 사세가 확장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프랑스 브랜드인 레노마를 들여오고 나서부터다. 레노마는 아레나가 장악하고 있던 국내 수영복 시장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지금은 업계 2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에도 점유율 20%를 넘기며 아레나의 뒤를 이었다.
우인실업은 현재 레노마를 수입해서 파는 것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만든 수영복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 수영복 업체 중 수출액은 단연 1위다. 우인실업 관계자는 “수출을 위해 닦은 기반이 국내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우인실업은 “애프터서비스가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우인실업은 올해 신제품을 선보이지는 않을 계획이다. 대신 지난해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비키니 ‘LF8102’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아레나와 레노마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정확한 순위를 매기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많은 제품들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 그중에서 휠라코리아와 FNC코오롱 수영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전문 수영복 업체는 아니지만 수영복 시장이 점점 커지자 뒤늦게 뛰어들었다. 지난해엔 수영복 전문 브랜드 휠라스윔을 선보였다. 전체 매출액에서 수영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지만 세계 4대 스포츠용품 업체인 휠라코리아가 수영복 사업에 매진하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이고 있는 수영복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듯하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자사 수영복에 대해 “기능과 디자인 모두 전문 수영복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라고 자평했다. 수영복의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대한 무게를 줄였고 디자인 또한 휠라코리아 특유의 멋을 살렸다고 한다.
FNC코오롱이 1981년에 만든 헤드는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수영복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했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신제품들이 인기를 끌며 꾸준히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엔 수영복을 담당하는 팀을 따로 만들고 전문 디자이너도 고용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는 수영복만 판매하는 전문점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FNC코오롱은 국내에서 쌓아온 유통망과 전문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활용하면 수영복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을 낮춘 수영복으로 점유율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