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설업자 윤중천 전 회장 소유의 강원 원주 부론면 별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의 고위층 성접대 의혹 사건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동영상과 관련된 현 정부 최고위직 인사로 의심받아 온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전격 사퇴를 했다. 윤 전 회장의 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섹스동영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이다. 경찰은 현재 동영상의 존재를 확인하고 현재 연루된 인사들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 전 회장은 여전히 잠적한 채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각계각층 고위층 인사들을 자신의 별장에 초대해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동영상까지 촬영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윤 전 회장이 잠적한 상황이었던 지난 18일, 20일 이틀에 걸쳐 그를 직접 만나 이번 사건의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논란의 동영상, 실제로 존재하나.
▲모르는 일이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영상 때문에 곤욕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내 소유의 벤츠 자동차에서 왜 갑자기 그런 물건이 나왔다고 하는지 의문이고 답답할 노릇이다.
―현재 경찰이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그와 관련된 인물을 추적하고 있는데.
▲영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하고는 관련 없는 일이다.
―21일 경찰청 진술 조사에서 한 참고인이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등장한 영상이라고 주장했다는데.
▲법조계 인사 몇몇을 알고 지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재계와 두루두루 지내는 것이지, 김학의 법무부 차관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혹여 사석에서 만났을 수는 있지만 그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해당 영상을 윤 전 회장이 직접 촬영했다고 하는데.
▲할 말이 없다. 기억에도 없는 일을 지어서 말해야 하나.
―그렇다면 해당 참고인이 거짓 증언을 했단 말인가.
▲그렇다. 그 참고인은 내가 예전에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던 권 아무개 씨다. 지난해 11월 서초경찰서에 나를 성폭행 혐의로 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권 씨와 특별한 사이였던 것은 맞다. 남녀이다 보니 권 씨와 각별한 사이로 지내다 관계가 잠시 깊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지인으로 알고 지낼 당시 권 씨를 개인적으로 많이 도와줬고 권 씨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며 우정을 나눴다. 그런데 권 씨가 갑자기 수차례에 걸쳐 애정을 내게 고백했고 내가 받아주지 않았더니 그만 앙심을 품고 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하더라. 결국 무혐의 처리를 받고 끝났는데 (권 씨가) 또 다시 발목을 잡는 이유를 모르겠다.
―권 씨는 윤 전 회장이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섹스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가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자, 질투에 눈이 멀어 보복하는 심정으로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꾸민 것 같다. 지난해 권 씨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문제의 별장 지분 55%를 내어주고 대표이사직도 줬다. 그런데 신의를 깨고 내게 이런 짓을 했다니 나 또한 상처가 크다. 지금 생각해보면 100억 원대에 달하는 그 별장을 먹기 위해 함정을 파는 것 같다. 권 씨의 어리석은 행동 덕분에 무고한 여럿 사람만 고생하게 됐다.
―윤 전 회장의 별장에 고위층 관계자들이 다녀간 게 사실인가.
▲고위층 인사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부부동반으로 소규모 가족 모임을 한 적은 있어도 언론에 나온 것처럼 섹스파티라는 터무니 없는 일을 한 적은 없다. 동네 주민이 보고 있는 곳이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창문이 그렇게 큰 별장에서.... 더 이상 설명 않겠다. 당당히 조사를 받고 명예를 회복하겠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아는 사이인가.
▲몇 번 인사 나눈 적은 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다. 그분을 인격적으로 존경하긴 한다. 강남 I 호텔에서 부부동반으로 오찬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인품이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 접대를 통해 주요 공사 수주를 따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된 해당 대학병원장과 안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다. 다만 지인 소개로 만났기 때문에 병원 인테리어를 시가보다 더 저렴하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약 6억 원 선에서 공사를 마무리했는데 굉장히 저렴한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업계 관계자라면 다 알 것이다. 내가 만약에 성 접대를 했다면 더 많이 받아 챙겼겠지. 당시 손해만 봐서 병원장이 내게 미안해했던 기억이 난다.
―50억 원 규모의 경찰교육권 수주 건은 어떻게 따냈나.
▲사실무근이다. 그런 일 없다. 설령 있더라도 내가 개입된 일이 아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헛소문을 주장하는 이들은 조만간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