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전 회장의 성접대 로비 의혹이 파문을 일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장급 고위간부도 윤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 DB
본지가 입수한 윤중천 전 회장 관련 인맥 리스트를 보면 현직 검사장급 고위간부 A 씨와 지방의 청장을 지낸 전 경찰 고위간부 B 씨 등 검경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화려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노하우에 대해 윤 전 회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한 다리 걸치고 모르는 사람 있나”라고 답했지만 취재결과 윤 회장의 집안이 정치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깊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윤 전 회장의 큰조카 윤 아무개 씨는 한 전직 대통령의 여동생(의 아들)과 사돈지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연유로 유명 전직 대통령의 조카 손자들과 윤 전 회장의 자녀들이 해외에서 같이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양 집안 사이도 더 각별해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윤 전 회장의 자녀가 모로코의 한 왕자와도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이전부터 글로벌 인맥을 자랑해왔다고 한다. 윤 전 회장의 자녀 또한 영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정치권과의 오랜 인연으로 윤 전 회장의 정치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화려했다. 여당의 현직 고위 당직자 D 씨와 검찰 출신 새누리당 전직 의원도 윤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새누리당 당직자 D 씨는 대선에서 기여한 바가 커 청와대 행도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윤 전 회장과 한 대선주자 친인척의 ‘특별한’ 인연도 눈에 띈다. 윤 전 회장은 지난해 야권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바 있는 한 유력 정치인의 형 C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성접대 사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수도권 소재 모 대학병원장과의 관계도 앞서의 C 씨가 소개시켜준 것으로 윤 전 회장의 측근은 전했다.
최근 윤 전 회장이 고위층 성접대 의혹의 장본인으로 자신이 계속 논란이 되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화려한 인맥’과 관련이 있다. 윤 전 회장의 한 측근 김 아무개 씨는 “오히려 (윤 전 회장에게) 청탁이 들어오면 들어오지, 직접 청탁을 넣을 만큼 낮은 위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이 사업이익을 위해 성접대를 할 만큼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보면 현재까지 그가 쌓아올린 광범위한 인맥을 볼 때 그가 오랫동안 로비를 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윤 전 회장 인맥을 형성하는 큰 축은 해병대, R 클럽 등으로 나뉜다. 윤 전 회장은 해병대 모임 수석 부회장을 지낼 정도로 두터운 ‘군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그가 잠적한 상태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곳도 해병대 관련 인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군 출신 한 인사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회장은 좋은 의미에서 마초다. 재정 상황이 어려울 때에도 항상 남자답게 베푸는 걸 좋아해서 사람들이 잘 따랐다”고 말했다. 친근하고 사교적인 스타일이라 고위층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각계 인사들이 활동 중인 유명한 R 클럽에서도 윤 전 회장은 ‘마당발’로 통하고 있었다. 그의 지인들은 윤 회장이 이 클럽에서 법조계 및 재계 관계자들과 상당수와 안면을 텄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회장의 인맥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경우 지난해 R 클럽 출신 N 관광호텔 최 아무개 회장의 소개로 윤 전 회장과 안면을 익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과 행정고시 동기인 허 전 청장은 그 뒤로 강남의 한 호텔 식당에서 윤 전 회장 부부를 소개받고 동반 모임을 한 차례 더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윤 전 회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였다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강 아무개 회장을 비롯해 W 제약 회장 K, 유명 주류업체 김 아무개 회장, B 언론사 사주, S 중공업 정 아무개 회장, B 검사(검사장급) 등이 손꼽힌다. 이밖에도 S 스님, M 스님 등 불교계 유명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밖에 아나운서 K, P 개발 회장 P, K 화랑대표 G, 국정원 관계자 K, K 대 K 교수, J K 판사, J 검사 등의 이름도 거명된다.
한편 이들 리스트에 오른 사람 가운데 윤 전 회장이 성접대를 해준 인사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 병원계 인사의 경우 윤 전 회장이 소개시켜 준 K 씨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윤 전 회장은 고위층 인사들과의 광범위한 인맥 형성에 대해 최근 기자에게 “장관 차관이 무슨 고위 인사냐. 나는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들과도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다. 사람들이 항상 나를 좋아했고 나도 또한 퍼주기만 했기 때문에 성접대 의혹도 나로선 억울한 게 많다”라고 강변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