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3일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들의 방송3사 합동토론회. 왼쪽부터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사진제공=문재인
지난 19일 민주통합당 내 486세대 모임인 ‘진보행동’이 해체했다. 당내 계파정치 청산을 위해 스스로 흩어진 것이다. 모임의 대표 격인 우상호 의원은 “선배 정치인들의 요청에 따라 많은 486세대 정치인들이 주요 당직에 합류하면서 우리는 당권파나 특정계로 분류됐다”며 “인연을 매개로 하는 계파 정치 대신 노선과 가치, 즉 정파를 형성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진보행동에 참여했던 한 초선 의원은 “당내 계파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국회에 처음 들어와 의욕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정책 연대도 해 봤지만 매번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의견을 점점 안 내게 되더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해묵은 과제인 ‘계파 청산’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 패배에 관한 설문조사 당시 “민주당에는 계파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풍조가 강하다”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인사들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문항을 집어넣는가 하면,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며 현역 의원들을 계파별로 분류한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해당 자료집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 127명 가운데 주류는 62명, 비주류는 58명, 미분류는 7명으로 나타났다. 주류에는 ‘문재인계’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세균계’(16명), ‘범친노’(15명), 기타가 2명이었다. 기타는 ‘범주류’로 표시돼 있었는데 박영선 의원(서울 구로을·3선)과 구민주계 출신인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3선)이었다.
주류 가운데 범친노로 분류된 인물은 모두 15명. 이 중 원혜영 의원(부천 오정구·4선)은 지난 경선 당시 김두관 캠프에 참여하면서 ‘김두관계’로 별도 분류되기도 했다. 원혜영 의원 측은 “지금 김두관계라는 게 어디 있나. 대선평가위 토론회 당시 나온 자료 같은데 명확한 기준도 없고 동의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비주류 의원 가운데 특정 인물에 묶이지 않은 비노계는 모두 17명으로 이미 범친노 숫자를 넘어섰다. 쇄신모임 또는 탈계파적 성향을 지닌 의원 12명까지 합하면 충분히 당 내 최대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비주류 의원들은 지난 24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한길 의원(서울 광진갑·4선)을 중심으로 연대를 구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는 다시 세부적으로 나뉘었는데 ‘손학규계’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두관계’(4명), ‘김근태계’(4명), ‘정동영계’(2명), ‘천정배계’(1명) 역시 명맥을 잇고 있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당내 최대 계파였던 정동영계와 지난 18대 대선경선 당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민주평화연대(민평련)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계파 분류에 관해 현역 의원들은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주류로 분류된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나는 어떤 계파 활동도 한 적이 없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분류) 해 놓은 것 같은데 미분류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다른 3선 의원의 경우 친노와 비노, 탈계파 성향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와 데이터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통합당 내 대선평가위원회라는 게 있는지 몰랐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대선평가위원회의 ‘저의’를 의심하기도 한다. 해당 자료는 당 바깥 인사가 그동안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기에 다분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민주통합당 한 당직자는 “해당 자료를 당의 공식 자료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분류한 내용 역시 당 내에서 알려지는 것과 좀 다른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미분류에 속한 한 의원은 “계파 문제는 엄연히 존재하는 부분인데 너무 쉬쉬하는 것도 문제다. 가치 연대를 지향점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