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원병 예비후보의 유세 모습. 민주당 내에서는 무공천론이 무게를 얻고 있다. 최준필 기자
민주통합당에서는 사실상 노원병에 공천을 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정리가 돼 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진보정의당 공천을 받은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 예비후보도 단일화에 대해 처음보다 열린 자세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통합진보당이 있기는 하지만, 안 후보 측과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이 노원병 선거에서 야권의 세 축임을 고려할 때 새누리당 후보와 사실상의 일대일 구도가 정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 측에서는 처음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야성’으로 규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안 후보 측 윤태곤 공보팀장은 지난 21일 S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당 아니면 야당인데, 우리도 크게 보면 범야권”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때는 견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통합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맞다”며 “민주통합당과 경쟁을 할 때는 경쟁을 하겠지만 협력적 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야권 연대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고 있다는 발언이다.
정기남 전 안철수 대선캠프 비서실 부실장도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 전 부실장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연대 전망에 대해 “기본적으로 모든 문이 열려 있다”며 “야권과의 관계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배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후보 측의 변화된 메시지는 야권 분열 원인제공자라는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킴으로써 확실한 선거 승리를 담보하고, 향후 세력화 과정에서도 야권 지지자들을 폭넓게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단기적으로는 민주통합당에게 ‘노원병 무공천’의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안 후보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 민주통합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잇달아 접촉해왔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예비후보는 이전의 완주 의지에서 좀더 열린 자세로 변화된 모습이다. 박은숙 기자
이 같은 변화 기류에 화답하면서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무공천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김부겸 전 최고위원은 <일요신문>(1088호)과의 인터뷰에서 “어찌 됐건 지난 대선 때, 우리가 안 전 교수에게 신세를 진 것은 맞다”며 무공천론을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전략 파트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 측의 최근 발언은 인천공항 입국 때와는 좀 달라진 메시지”라며 “두 사람이 같은 날 비슷한 기조로 이야기한 것은 안 전 후보 측의 정리된 입장일 가능성이 큰 만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후보를 내고 등록 전에 단일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진 및 상임고문들과 논의한 결과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더라. 야권 단일화 차원에서, 그리고 안 후보가 양보한 것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고 소개했다.
친노 주류 측 김태년 의원조차 “무공천은 당을 믿고 지켜온 지역의 당원이나 후보에게는 큰 고통을 줄 수 있지만, 희생과 헌신은 야권의 질서를 주도해나갈 제1 야당의 책무이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이낙연 의원도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분명한 것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를 하고 민주통합당을 도왔던 것”이라며 “우리 또한 상응한 정도로 양보하는 것이 도의에 맞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의당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김지선 예비후보는 18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완주하느냐, 아니면 중간에 야권 연대, 단일화 이러면서 사퇴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방침에 대해서는 당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해야 된다는 생각을 저는 갖고 있는데 당이 또 여러 가지 여건상 논의가 돼서 결정하면 따를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12일 YTN 라디오 인터뷰 때만 해도 “가장 중요한 단일화의 주체이신 분(안 후보)이 거부의사를 밝힌 마당에 야권연대는 지금 현실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문신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