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주류 강경파의 핵심을 이뤘던 ‘천·신·정’이 결별이 예상될 만큼 틈 이 벌어졌다. 탈당론을 고수하고 있는 신기남 의원(왼쪽)과 온건으 로 선회한 천정배(가운데) 정동영 의원이 서로를 성토하고 있다. | ||
이미 영남권 친노(親盧)그룹의 경우 독자적인 개혁신당 창당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신주류 지도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또 신기남 이호웅 의원 등 강경파 그룹들도, 이른바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내세워 마지막까지 구주류와의 타협을 모색중인 정대철 대표, 김원기 고문, 이상수 사무총장 등 온건파들과 대립각을 뚜렷히 하며 집단탈당을 모색중인 상황. 이 과정에서 강온파 양측간에 원색적인 비난과 책임론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미 신주류의 동질성은 온데 간데 없게 됐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확산일로에 있는 신주류 ‘9월 대(大) 분열설’의 막전막후를 들춰봤다.
신주류 강·온파가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은 신당논의를 매듭짓는 방식과 시기의 문제. 당내 합의에 의한 신당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어떤 방식으로 구주류의 ‘신당 발목잡기’를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의 차이라 하겠다.
이달 초 신·구주류가 8월 말 임시전당대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한때 대의원 ‘세 대결’로 신당논의가 매듭될 것이란 예상이 대두됐다. 그러나 전대에 올릴 의안를 놓고 지리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8월 전대’는 사실상 무산되는 상황에 빠져들었고 강·온파간 향후 행보를 둘러싼 이견도 첨예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온건파들은 8월 전대 개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하더라도 당장 집단탈당을 통해 구주류와 결별을 선언하기보다는 시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전대를 열어 합법적인 방식으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 이상수 사무총장은 “여러 가지 당내 사정을 감안할 때 8월 전대를 서두를 일이 아니다.
8월 중 당무회의에서 전대 소집이 결렬되더라도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전대를 추진해야 한다. 다만 9월엔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정감사도 있으니까 10월에 전대를 열기로 하고, 그 기간에 더 고민하고 연구하고 논의를 축적해야 한다”며 이른바 ‘10월 전대론’을 제기했다.
한동안 ‘탈레반’이라 불릴 만큼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됐다가 최근 들어 온건성향을 뚜렷히 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도 구주류와의 합의에 의한 전대가 불가능하다면 신주류와 중도파만으로라도 전대를 열어 신당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 의원은 집단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 방식과 관련, “모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당내 논의가 어렵더라도 이를 돌파해야 한다. 소수가 이를 거치지 않고 탈당한다는 것은 새 정치를 위한 하나의 노력일지 몰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니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해찬, 장영달 의원도 각각 “지금 집단탈당하면 몇 명이나 하겠느냐. 정도를 가야지 그렇게 딴 길로 가려고 하면 안된다” “어쨌든 다수를 점하고 있는 우리가 소수(구주류)에 밀려 탈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동조하고 있다.
반면 강경파들은 온건파들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발하며 8월 말 이후에는 집단탈당 등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표적인 ‘선도 탈당론자’인 신기남 의원은 “민주당 분열을 막기 위해 그동안 전대 문제에 집중했지만 좌절되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8월 중엔 어떤 식이든 결론을 내야 한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호웅 의원도 “독자 전대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냥 주저앉자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대표의 결심만 서면 남겠다는 사람보다 같이 가자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온건파들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강경파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8월 말까지 전대 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곧바로 탈당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채 세력규합에 나선 상태. 이미 공개적으로 선도 탈당 방침을 밝힌 신·이 의원 외에 송영길 이종걸 임종석 오영식 의원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후문.
또 이들 중 일부는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역주의 타파-국민통합 연대’ 핵심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9월7일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전후해 결합하는 문제도 심도 깊게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온파들이 이처럼 향후 진로에 심각한 이견을 보이면서 신주류 핵심인사들 간에 ‘불화’도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온건파의 핵심인 이재정 의원은 강경파 핵심인 신기남 의원이 ‘집단탈당론’을 거듭 제기하고 나서자 “탈당은 개인 입장일 뿐 신당추진모임의 비공식적 의견조차 안된다. 우리는 신당을 장난으로 하자는 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걸고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고, 이에 신 의원측은 이 의원을 향해 “언제는 ‘신 탈레반’이라 불릴 만큼 강경 주장을 펼치더니 어느새 ‘도로 민주당’의 주창자가 됐느냐”며 맞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또 집단탈당론에 동조하는 신주류 한 인사는 온건파 내 ‘신당 기획자’로 알려진 이해찬 의원에 대해 “몇 달 동안 신당을 성공시킬 복안이 있노라고 하더니 알고 봤더니 ‘그냥 이대로 가서 다 함께 죽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한때 이른바 ‘천·신·정’으로 불리며 신주류 강경파의 핵심부를 이뤘던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의 사이도 강·온파간 이견이 전면화되면서 결별이 예고될 만큼 틈이 벌어진 상태. 천·정 의원이 온건성향으로 선회하면서 세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고 특히 신 의원은 몇몇 기자들에게 정 의원에 대해 “지역구(전북 전주 덕진)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말이 오락가락한다”며 성토하기도.
반면 고향과 지역구 사정상 호남권 민심의 향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천·정 의원은 신 의원이 자신들과 제대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과격 일변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로선 신·구주류 간에 전대 의안에 대한 극적인 타협이 이뤄져 9월 이후 전대 소집에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강·온파간 이견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경파로서는 9월 초에 ‘창준위’를 발족키로 한 통합연대 등 외곽 신당세력을 향해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
또 전대가 구주류와 합의하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대의원들의 표심을 볼 때 표결을 통해 신주류측 구상이 관철된다는 보장도 없는 터다.
이 때문에 괜히 전대에 연연해 끌려다가 낭패를 보느니 “8월 말을 기점으로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호웅 의원 같은 이는 이미 지역구에 상주하며 민주당 탈당을 전제로 신당 참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
강경파인 L의원은 “이미 민주당과 신주류는 사실상 분열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처럼 흘러간 데 대해 강·온파 양측 모두 책임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중에 다시 합칠지 어쩔지 몰라도 지금처럼 계속 온건파가 구주류에 끌려다녀서는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역시 대표적인 강경파인 이강철 민주당 대구시지부장도 “8월 말이 지나고 9월 추석 전까지 전대 (논의) 결과를 보고 영남권 지구당 위원장들이 탈당을 결정할 것이다. 중앙에 그림이 그려지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영남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는 말로 ‘9월 초 거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