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재산등록을 한 18대 국회의원 161명 중 총 56명의 의원들이 주식을 재테크 수단으로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량주들을 대량 소유하고 있었다. 사진은 위 왼쪽부터 배영식 문국현 아래 왼쪽부터 유정현 홍정욱 의원. 연합뉴스 | ||
이번에 18대 국회에 신규 재산등록을 한 의원 161명 중 본인이나 배우자, 자녀 등 직계가족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의원은 이 가운데 34.8%에 달하는 56명이다. 대개 다선 의원들의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주식 소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당적별로 보면 역시 재력가가 많기로 유명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가 압도적이다.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택한 의원 56명 중 73.2%에 달하는 41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이 6명으로 뒤를 이었지만 당 소속 의원 전체 숫자를 놓고 보면 그다지 눈길을 끌기 힘들다. 반면 한나라당과 그 뿌리가 같은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는 소속 의원의 10%∼20% 정도에 해당하는 3명과 2명이 주식투자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 의원들은 자기 재산의 어느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을까. 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이들 의원들은 총 재산의 19.1%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부채로 인해 재산보다 많은 액수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의원도 2명이나 됐다. 부채가 있다고 해도 주식은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대표적인 이가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배 의원이 신고한 재산은 총 31억 6529만 원이지만 소유하고 있는 주식평가액은 35억 1780만 원이나 됐다. 금융기관 등에 대한 채무가 총 10억 8663만 원이나 되다 보니 재산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 특히 배 의원은 부동산으론 건물 5억 2400만 원, 토지 4785만 원 정도밖에 소유하고 있지 않아 주식 투자에 대한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총 재산이 1억 6469만 원에 불과했지만 주식은 1억 7000만 원어치 소유하고 있었다. 주식은 모두 배우자가 비상장인 오케다 유씨랜 우리겨레하나해운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도 채무가 6353만 원이라고 신고해 주식과 재산의 비율이 역전된 상태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의원들 중 주식투자 비율이 높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홍정욱 강석호 허원제 의원의 경우 각각 자기 재산의 61.9%와 61.2%, 60.5%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홍 의원의 경우 헤럴드미디어와 관련된 에이치엠엑스 주식만 소유하고 있었고 허 의원은 유가증권시장 대표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 소유, ‘몰빵 투자’ 양식을 보였다. 한나라당 김세연 이종혁 의원은 자기재산 중 50% 이상을 주식투자에 쓰고 있었고 역시 한나라당 강용석 박민식 배은희 의원들은 재산 중 40% 이상이 주식이었다.
그렇다면 이들 의원들이 소유하고 있는 종목은 어떤 것일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56명 의원들 중 본인과 직계가족 명의로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보유한 의원들은 39명이었다. 이들 39명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주식들은 대부분 삼성전자나 현대차, 대한항공, 포스코, KT, 한국전력 등 대표 우량주들이었다. 한마디로 ‘정석’대로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의원들 중 가장 많은 8명이 유가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의 경우 본인이 1400주, 배우자가 3560주, 차녀가 640주 등 총 5600주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평가액이 41억 4000만여 원에 달한다. 창조한국당 대표인 문국현 의원은 본인이 사장으로 있던 유한킴벌리 모회사인 유한양행 주식은 100주밖에 없었지만 배우자 명의로 삼성전자 주식은 2320주 소유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관련 주식도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종목이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6명의 의원이 현대차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이 현대모비스 주식 5376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과 장녀, 차녀 명의로 각각 현대차 주식 100주씩 총 300주를 신고하는 등 모두 6명의 의원이 현대차 관련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고유가로 인해 ‘낮게’ 날고 있는 대한항공 주식을 소유한 의원도 4명이었다. 특히 자유선진당 이영해 의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1400주나 보유해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와 KT, 하이닉스, 한국전력 등 다른 대형주에 대한 선호도 높았다. 가장 정석대로 투자한 의원은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 소수 종목에 ‘몰빵’하거나 중형주에 지나치게 잘게 쪼갠 투자를 한 다른 의원들과 달리 삼성전자 신세계 하이닉스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대형주 위주로 29개 종목을 다량 소유하는 방식(평가액 13억 3299만 원)의 분산투자를 택해 눈길을 끌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 등 대표적인 수출주인 IT업종을 택한 의원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철강과 중공업 등 중국 관련주 투자 의원도 10명에 달했다. 최근 미국 신용위기로 인해 추락한 금융이나 증권주에 투자한 의원도 1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역시 삼성그룹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관련주를 가지고 있는 의원이 14명에 달했고 현대자동차와 HMC증권 등 현대차그룹 관련주를 소유한 의원도 8명이나 됐다. LG그룹 관련주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은 5명으로 재계 순위가 의원들의 주식 소유에 그대로 투영됐다.
한편 자신과 관련 있는 업종이나 특이한 주식을 소유해 눈길을 끄는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과 유정현 의원.
2004년부터 올해까지 대한약사회 회장을 지내고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등원한 원희목 의원은 자신과 부인 명의로 부광약품과 일양약품, LG생명과학 등 제약관련업체 주식만 2억 1984만 원어치를 소유하고 있었다. 약사회장 출신답게 제약관련업체에 집중 투자한 셈이지만 국회의원이 된 이상 앞으로 이들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 지난 2005년부터 국회의원 중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 3000만 원 이상 보유자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상태로 위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정현 의원은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재벌가 자제들이 관련된 이른바 ‘재벌테마주’인 엔디코프와 엑사이엔씨 주식을 각각 3만 2000주, 1만 6900주나 소유(3억 5255만 원)하고 있었다. 엔디코프는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 씨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뒤 주가가 급등했던 업체. 엑사이엔씨는 범 LG가인 구자극 구본현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김영집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