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의 재·보선 본격 지원활동이 그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제공=문재인
이에 따라 문 의원은 부산 영도 재선거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도 선거의 승산이 희박하기 때문에, 문 의원으로서는 대선에 이어 두 번의 선거를 실패한 책임자로 지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측근에 따르면 그가 정치 복귀 교두보로 ‘의미’가 있는 부산 영도보다 ‘실리’가 있어 보이는 서울 노원병을 선택한 것도 두 번의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지원과 출마는 다르지만, 4·24 재·보선은 문 의원에게 재기의 기회인 동시에 더 큰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독배’이기도 한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문재인 의원이 선거 지원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놓았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 3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 당 소속 127명의 국회의원을 반반씩 내려 보내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라며 “그런 방향에서 문 의원이나 청양 출신 이해찬 의원도 자연스럽게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소속 의원 127명이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의 골목골목에 서 있을 것이고, 문재인 의원도 예외가 아니다”며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낙승으로 분류되는 영도는 최대 접전지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비주류 측도 문 의원의 복귀를 사실상 용인했다. 5·4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비주류 좌장 격 김한길 의원은 28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친노 주류 측이 선거를 지원하면서 5·4 전대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을 받고 “설령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도 선거를) 돕는 것이 맞다”며 “내부에서 세력 간 입장이 다른 무리들이 있다고 해도, 대외적인 다른 세력과의 선거에서 경쟁할 때는 우리 안의 모든 사람들이 돕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당초 비주류 측은 대선 패배의 1차적 책임이 있는 문 의원이 재보선 전면에 나서는 것을 놓고, 친노 측이 대선 책임론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경계했으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문 의원 자신도 재·보선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문 의원은 2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고 장준하 선생 겨레장’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만나 “(부산 영도는) 새누리당 당세가 막강한 반면 야권은 세력이 약해 어려운 지역”이라며 “야권이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한데 그것도 잘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저도 나름대로 돕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도울지는 모르겠다”며 선거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 지원에는 나설 생각이고, 방식은 김비오 예비후보 측에서 요청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문 의원은 특히 안 전 교수의 요청이 있다면 노원병 선거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 전 교수에게 제가 큰 신세를 졌다”며 “안 전 교수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저도 도울 길이 있으면 돕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가 잘 되는 것이 야권 전체와 민주당에도 도움이 된다”며 “(안 전 교수 측으로부터) 요청이 있으면 당과 의논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가능성에서 현실로 바뀐 문 의원의 재·보선 본격 지원활동이 그에게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 영도에서 김무성 전 의원이라는 대어를 낚는 경우는 물론, 패배하더라도 민주당이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한다면 문 의원의 영향력이 입증될 수 있다. 문 의원은 대선 패배의 굴레를 벗을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친노 세력도 함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영도는 지난 대선 때 문 의원이 40.8%를 얻었고,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김정길 민주당 후보가 47.1%를 득표한 곳이다. 새누리당이 승리해왔지만 야권도 만만치 않은 힘을 드러내온 지역인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부산의 대표적 여당 정치인인 김 전 의원과 상대하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문 의원이 전면에 등장하고도 참패한다면, 그가 다시 정치의 중심에 등장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보선 뒤에 바로 이어지는 민주당 전대에서 비주류는 대선과 재·보선을 모두 패배시킨 것이 친노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일 게 불 보듯 뻔하다. 문 의원 자신과 친노 세력의 정치적 명운을 건 한판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문신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