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지배하는 회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조 사장의 ㈜효성 지분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때 ‘이명박 테마주’로 통했던 효성ITX 등의 성장이 조 사장의 주머니를 제법 늘려줄 태세라 이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IT 솔루션 업체 효성ITX는 지난해 주식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이른바 ‘MB 테마주’였다. 지난해 10월 25일 코스닥에 상장된 효성ITX는 당시 ‘잘나가던 대선후보’의 사돈기업 계열사라는 특수를 타고 당초 주가가 예상을 웃도는 1만 3000~1만 6000원대를 오르내렸다. 등락폭이 커서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본부의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등)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제난으로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1만 원 이하로 떨어지더니 7월엔 5000원대로 급락하고 말았다.
한물간 종목으로 여겨졌던 효성ITX의 재도약을 알린 것은 최근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바로비젼 인수 소식이었다. 바로비젼은 지난 7월 29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고진 씨 외 3명이 보유주식 69만 3070주(18.2%) 및 경영권을 효성ITX에 넘긴다고 알렸다. 지분 매각대금은 97억 원. 바로비젼은 같은 날 효성ITX 등을 대상으로 311억 원(700만 8231주)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를 통해 효성ITX에 배정될 주식 수는 440만 주(196억 원어치).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효성ITX는 바로비젼 지분 47.1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효성ITX의 바로비젼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 회사 주가는 동반상승했다. 5000원 선을 지키는 것도 버거워 보였던 효성ITX 주가는 단숨에 6000원을 넘어섰다가 8월 6일 현재 5670원을 기록 중이다. 7월 초까지만 해도 3000~4000원 대에 있던 바로비젼 주가 역시 피인수 소식을 타고 6000원대를 넘어섰다가 8월 6일 현재 5260원으로 숨고르기 중이다.
증권가는 효성ITX의 최대주주가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효성ITX 지분 37.63%를 보유하고 있으며 ㈜효성이 30.10%로 뒤를 잇는다. 효성ITX의 경우 조 사장이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 해도 ㈜효성이 보유한 지분 때문에 지배력엔 영향이 없다. 이렇다 보니 효성ITX를 키운 후 조 사장이 높은 주가에 지분을 처분해 그 이익금으로 지주사 격인 ㈜효성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재계 인사들 사이에 점쳐지고 있다.
현재 조 사장의 ㈜효성 지분율은 6.94%로 차남 조현문 부사장(6.56%) 그리고 삼남 조현상 전무(6.55%)와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적어도 두 자릿수 지분율을 만들어 놓아야 할 텐데 조석래 회장의 지분(10.20%)을 비싼 세금 내고 상속받기에 앞서 계열사 주식을 팔아 ㈜효성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에 업계 인사들 시선이 쏠리는 것.
효성ITX와 더불어 바로비젼 유상증자에 참여한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효성CTX 역시 조 사장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효성CTX는 108만 6500주(48억 원어치)를 배정받았다. 이는 바로비젼 지분율 10.80%에 해당한다. 효성ITX의 바로비젼 인수를 통한 두 회사 가치상승의 수혜가 새롭게 대주주 명부에 오른 효성CTX에게도 돌아갈 전망이다.
효성CTX는 조현준 사장의 사기업이나 다름없다. 지분율이 87.7%에 이른다. 당초 조 사장은 ㈜효성과 더불어 효성CTX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있었다. 그런데 ㈜효성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지난 1월 하 아무개 씨에게 매각했다. 그리고 다음 달인 2월 종전 주식총수 13만 200주의 3배가량인 40만 주를 늘리는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그런데 ㈜효성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하 씨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고 늘어난 주식은 고스란히 조 사장 몫이 돼 지금과 같은 절대적 지배주주가 된 것이다.
효성CTX는 지난 2006년 12월 효성ITX 전신인 텔레서비스가 인적 분할돼서 탄생된 회사다. 조 사장이 지배하는 회사가 두 개로 갈라져 각각 몸을 불린 뒤 바로비젼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된 셈이다. 업계 인사들은 효성CTX가 상장될 경우 막대한 차익을 조 사장에게 안겨줄 것이며 이 또한 ㈜효성 지분 추가 매집용 실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효성이 투자 폭을 늘리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역시 조 사장 입지 확대 발판이 돼 줄 전망이다. LED용 반도체 웨이퍼 업체인 효성 계열사 에피플러스는 지난 4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효성은 지분율을 종전의 13.2%에서 52.4%로 늘렸다.
당초 지분이 없던 조석래 회장 세 아들도 증자 참여를 통해 대주주 명부에 올랐다. 차남 조현문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가 각각 144만 6000주를 배정받아 지분율 5%씩을 챙기게 된 반면 장남인 조 사장은 662만 8000주를 획득해 지분율 22.9%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효성과 조 회장 아들들이 증자를 통해 에피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은 총 100억 원에 이르며 이는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에피플러스는 지난 2006년 58억 원, 지난해 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회사다. 계열사 실적 개선을 위해 지주사와 총수일가가 투자를 한 셈이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회사 가치가 올라 상장이 이뤄지게 된다면 주당 500원에 신주를 획득한 조 사장 등이 누릴 차익은 어마어마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조 사장이 대주주인 회사들의 증자과정을 조 사장의 ㈜효성 지분 확보용 실탄 만들기 작업으로 보는 재계 인사들에게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