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성폭행 피소 사건의 경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곧 경찰의 사건 검찰 송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소 의견’이나 ‘불기소 의견’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서울 서부경찰서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에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시후 사건 수사 내내 경찰의 공식 입장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였다. 언론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결과 등의 중요 수사 관련 사안이 보도되긴 했지만 경찰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반응만 보여 왔다.
반면 이에 대한 반응은 박시후 측에서 더욱 민감하고 구체적으로 나왔다. 언론을 통해 경찰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공식입장을 담은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것. 이번에도 아직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게 아닌 그럴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뿐이지만 박시후 측은 이미 공식입장을 밝혔다. 물론 공식입장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박시후 측에선 이미 공식 발표도 되지 않은 경찰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공식입장을 통해 언론 대응으로 경찰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에 압박을 가하려는 조치인지 명확하진 않다. 그렇지만 어떤 측면이든 뒷맛은 개운치 않다. 거듭된 박시후 측의 공식입장이 오히려 박시후 측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듭되고 있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 경찰과의 거듭된 대립, 수사에 영향 미치려는 의도(?)
우선 박시후 측은 거듭 경찰과 싸우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의 2차 소환 조사에 불응한 직후 박시후 측은 서울 서부경찰서의 수사 방식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사건 담당 경찰서를 바꿔 달라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박시후 측은 공개적으로 수사 방식을 문제 삼으며 비판했던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아야만 했다.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으려 하는 상황에서도 박시후 측은 다시 공식입장을 통해 서울 서부경찰서를 공격하고 있다. 아예 공식입장 제목이 ‘핵심증거를 무시한 서부경찰서의 행태’다.
보도 자료의 마지막 문구는 다음과 같다. ‘현재 서부경찰서에서는 위와 같은 핵심증거를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변호인은 서부경찰서에서 상식에 입각한 검찰송치의견을 제시하여 주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를 보면 언론이 아닌 경찰을 대상으로 한 공식입장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박시후 측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기소 의견 검찰 송치를 할 경우 서울 서부경찰서는 ‘핵심 증거를 반영하지 않으며 상식에도 입각하지 않는 수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조금 과하게 보면 경찰의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도 있다.
물론 박시후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입장에선 안타까운 심정에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언론에게 배포하는 공식입장에 이런 내용까지 담는다는 것은 다소 위험한 해석을 불러 모을 수도 있다.
@ 거듭된 구체적 사안 공개, A양 보다 박시후에게 악영향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사건 관련 사안을 공개하는 것 역시 위험수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사건 관련 사안을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를 동반할 수 있다. 이는 반드시 고소인 A양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박시후의 명예와 사생활 역시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시후 측은 이번 공식입장을 통해 박시후와 A양이 2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공식입장에 ‘A양은 성관계 후 2~3시간을 청담자이 아파트에 머물렀다가 오후 2시 40분이 되어서야 나온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를 통해 박시후와 A양이 이미 알려진 새벽 시간 외에도 잠에서 깬 뒤인 정오 무렵에 또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박시후의 숙소로 사건이 벌어진 곳이 청담자이 아파트라는 것도 분명하게 밝혔다.
물론 사건 관계자들이나 언론 관계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일 수 있지만 아직 대중들까지는 잘 모르는 사안을 박시후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공개했다. 성폭행 관련 사건에 휘말린 연예인이 먼저 몇차례 성관계를 가졌는지 공개하고 자신의 숙소까지 밝힌 것은 박시후가 처음이다.
이미 박시후 측은 카카오톡 전문을 공개하는 공식입장을 통해 실수로 A양의 실명을 공개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바 있다. 성폭행 사건에서 피소인 입장의 연예인 측이 먼저 고소인인 피해자의 실명을 언론에 공개한 것 역시 박시후 사건이 처음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재판부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사건의 실체는 수사 기관에서 다룰 일이며 유무죄는 재판부에서 담당한다. 박시후 측이 억울한 입장이라면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 최대한 혐의를 벗고, 행여 재판이 진행된다면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해결된다. 물론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상당한 이미지 훼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박시후의 경우 거듭된 공식입장이 오히려 박시후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감이 든다.
팬들 입장에선 박시후의 성폭행 사건에서 무죄를 받아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시후가 A양과 하룻밤 사랑을 나눴다는 점에서 받은 상처도 중요하다. 특히 여성이 많은 박시후 팬들에겐 유무죄 판결 내용을 떠나 그가 다음날 정오에 또 한 번 A양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